brunch

매거진 라이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형희 May 02. 2024

오월 일일 수요일

오늘 도대체 테니스를 몇 탕을 뛴건지 알 수가 없네. 어제도 그러더니. 테니스는 그냥 그렇다. 하다보니까 그냥 하는거지. 사실 같이 하는 친구들이 좋은게 아니었으면 계속 할까 싶기도 한데. 사람이 좋으니까 계속 하게 된다. 같이 어울려 노는게 재밌어서 ㅎㅎ


나는 H하고 얘기하고 어울려노는게 재밌다. H는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인데 친해지고 나니까 재밌다. 가식도 없고 항상 솔직하고 웃긴 말도 많이 하고ㅎㅎㅎㅎ 사람마다 매력을 많이 발견하는 사람이라 호감을 금방 갖는 편이긴 하지만. 선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서 선도 잘 지키는 편이기도 하고. 궁금한게 많고 질문이 많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물어보는게 많은 것도 웃기다. 처음에는 뭐지??? 싶었는데 정말 순수하게 궁금한게 많은 사람이었다. 오해사기 좋긴 한데.. 궁금하면 당장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편이라 다가가는게 빠르다. 누군가는 H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겠지만 나는 H의 친밀감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같이 어울려 놀다보니 나도 전염이 되는건지 ㅋㅋ 오픈마인드가 되어간다. 항상 경계심이 많았었는데 H를 닮아가면서 경계심도 많이 풀어졌고.


하긴 H만의 영향은 아니겠지만. 나는 오늘 N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N은 뭔가.. 자기 얘기는 그렇게 하는 편은 아니지만 얘기를 듣는걸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최근에 나의 달라진 연애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N도 나와 마찬가지로 결혼할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좋은 사람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다만 N은 딩크를 원하고 있다. 아이는 낳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애기를 좋아해서 가족을 갖고 싶었던 것인데 조금 다른 점이다. N은 결혼할 사람을 만나고 싶고 아직 미혼이라 연애 얘기를 자주 물어본다. 그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내 이미지가..ㅋㅋㅋ 뭔가 되게 웃겨졌는데..ㅋㅋㅋ


나는 요즘 D와 D의 남편을 만날때면 한 마디씩 농담을 듣고 있다. 나의 이미지란..ㅋㅋㅋ 나는 어린 남자를 좋아하는 돈많은 누나가 되어있다..ㅋㅋㅋㅋ 뭐 틀린 말도 아니지. N이 물어보는 통에 나도 사실대로 말한 것이지만. R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러저러 하긴 했다. 이 사람들이 R을 만날 일은 없으니까. 게다가 가장 최근의 일이기도 하고. R의 심각하게 어린 나이에 .. 이야기가 그렇게 됐다..ㅋㅋ 뭐 자세하게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맘에 드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이가 너무 어려서 못만나겠더라 하는 이야기를 했다. 대화가 되게 잘 통했다는 말도.


H를 알게 된 일. R이 지나간 일. 그리고 G와 친해진 일들. 여유를 갖고 마음이 노곤노곤해진 나.


여러 박자가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연애관이 달라진건 확실하게 맞다. 나는 이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좋아졌다. 끌리는 사람이라든가 불타는 사랑이라든가. 그런게 머리아파졌기도 하고. 어차피 그런 감정의 말로라는건 그닥 좋았던 적도 없긴 했으니까. 끌리는 사람일수록 경계하게 되기도 하고 조심하게 되기도 하고. 어차피 만나봤자 결국 또 같은 결말이겠지 하는 그런 예상들.


G와 친해진 일은 그런 내 연애관에 쐐기를 박았다고 할 수 있다. G하고 있으면 나는 마음이 편하다. 물론 G하고 뭘 하겠다는건 아니다. G와 나는 어떤 연애감정도 없으니까. 단지 나는 G하고 있는게 힐링이 된다. 내 어렸던 시절의 불같고 열불터지는 열정의 연애 스토리를 생각해보자면 G는 좀 심심한 사람이긴 하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심심한게 좋아졌다.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좀 끌린다 싶은 사람의 예를 들어보자면. 최근에 내가 아무리 그애에게 호감이 다시 든다고 한들. 여전히 나는 그런 복잡한 관계에는 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굳이..? 싶은 마음이 든다. 가시밭길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좀 웃긴 것 같다. 어린 여자애와 어린 남자애 사이에 낀다는거 자체가 사람이 좀 우스워지는 것 같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내가 뭐가 부족해서. 굳이… 임자있는 사람을 맘에 둘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세상에는 솔로인 남자가 천지인데. 어차피 감정이라는건 사그라들기도 하고 생기기도 하는거니까. 굳이 뭔가를 잃어가면서. 맘고생을 해 가면서. 사람 꼴이 우스워지면서 모험을 할 이유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 그리고 난 이제 그런 것들이 피곤해졌다. 감정의 다침이라든가 생각의 꼬리를 무는 일들이. 그래서 그쪽으론 신경을 끄고 싶어졌다. 연애라는게 나 좋자고 하는거라면. 역시 난 이젠 피곤한건 딱 질색이다.


그런 것보단 나는 이제는 G같은 사람이 편하다. G하고 나는 별달리 공통점이랄건 없다. G는 철 든 친구지만 나이도 어리고 그래서 내가 G를 붙잡고 뭐라고 떠들만한건 아니다. 그래서 G를 만나면 나는 대체로 시시껄렁한 헛소리를 하곤 한다. 별 의미없는 말들. 그러면 G는 같이 농담으로 응수하거나 웃고 만다. 진지한 이야기도 심각한 이야기도 없다. 나의 헛소리들과 G의 장난섞인 이야기만 떠돌 뿐이지. 나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고 나를 재보지도 않고 판단하지도 않는다. 아마도 나하고 별 감정이 없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나는 그냥 이제 그런게 편하고 좋다. 내가 보자고 하면 바로 오케이하는 것도. 불러내기도 어렵지 않고. 요즘이야 서로 바쁘기도 하고 G가 중요한 시기니까 좀 바쁜게 지나고 나면 보자고 할 요량이지만. 지금이라도 보자고 하면. 그러면 G는 또 바쁜 와중에도 한달 뒤이든 두달 뒤이든 시간을 빼둘 것이다. 내 시시껄렁한 소리를 들어주려고. 그러면 나는 헛소리를 하고 G는 그걸 받아주고 웃고 마는 일들.


하기사 G가 그러는게 그냥 나를 만날 때나 그렇지 본인 일을 할 때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등에서야 어떻게 지내는지야 나는 모르지만 하여간 그냥 얘랑 있으면 힐링이 된다. 마치 어린 시절에 놀이터에서 모래를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쏙 빠진 것처럼. 그냥 .. 편안하다. 생각할 것도 없고. 잴 것도 없고. 복잡할 것도 없고. 숨이 편안하다.


G가 옆집에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면 나는 지치고 힘든 하루하루 중에도 차라도 한 잔 하면서 힐링하고 에너지충전을 좀 하게.


옆에 두고 싶다는 생각은 사랑일까 아니면 우정일까. 글쎄. 내 지난 감정들을 생각해 볼 때 이성적으로 끌리는건 아니라서 사랑인지 그저 우정인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예전에 사랑이라 느꼈던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 이런게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안정감이 드는 관계같은거. 아니면 그저 우정이거나. 안정감이거나. 모르겠네ㅎ 다만, 나는 이런 종류의 사람이라면 평생 보기에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G는 좋은 사람이어서 이 관계를 망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좋은 친구로 오래도록 남고 싶긴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G같은 편안함을 얻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러고 보면 항간에 떠도는 말들이 맞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든가. 이상형보단 편한 사람을 만나야된다든가. 친구같은 사람을 만나는게 좋다든가. 유머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좋다든가. 하는거. 같이 있으면 힐링도 되고 편안하니까. 숨도 트이고. 나를 만나기보다 다른 사람을 선택한 남자들도 마찬가지겠지. 내가 같이 있어서 편한 사람은 아니긴 했으니까 ㅋㅋ 그것도 다 그럴만하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G랑 있을 때 편하니까. 나랑 같은 마음이었겠지. G도 나를 만나는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G가 말하길 나하고 있으면 편안하고 좋다고 했다. 내가 G하고 있는게 편했는데 G도 나하고 있는게 어려웠을리가 없긴 하다. 감정이라는건 대개 같이 가는거니까. 어려운 것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고 만나자 하기에도 편하고 친해지는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나하고 농담코드도 잘 맞고.


그렇다곤 해도 G하고 내가 무슨 관계같은게 될거란 생각은 전혀 없다. 어리기도 하고. 멀리 살기도 하고. 그렇게 자주 보는건 아닌데다. 남자로 끌리는건 아니다. G도 날 여자로 보는게 아니기도 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애써서 연인으로 옆에 두고 싶은 생각도 없다. 연인이 될거란 가정은 좀 웃기네 ㅋㅋㅋㅋ 상상도 안되고. 뭔가 오글거리네. 이렇게 가끔 만나는 것만으로도 만족이 된다. 살면서 이런 친구 하나 평생 알고 지낸다면 그 인생이라는게 그렇게 헛된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별 말을 안해도 이해를 해주는 친구라는게. 쉽지 않은 일인걸 아니까. 내가 진지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지만.. 얘가 안다는걸 안다. 철이 부쩍 든 친구라서. 얜 왤케 빨리 철이 들었을까. 아직 철딱서니 없이 살아도 될 나이인데. 내가 G를 이해한다는걸 얘가 알까 모르겠다만ㅎ 알든 모르든 응원하고 있다. G의 삶을. 응원해주고 싶다.


G랑 있는게 편하다는걸 알게 된 후로 나는 그냥 편한 관계가 더욱 좋아졌다. 머리아픈 것도 싫고. 치정도 싫고. 복잡한 관계도 싫고. 만남이 어려운 관계도 싫고. 질투라든가 별 그런 감정조차 갖고 싶지가 않다. 그럴 에너지도 없고ㅎ


편안한 사람만 곁에 두고 싶다.


이런 관계가 좋다는걸 나는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뭐가 그렇게 항상 쟁취해서 얻어내고자 나는 그토록 힘든 것들을 감내했을까. 왜 내버려두지 못하고 애썼을까. 개힘들게. 맘다치게.


뭐.. 나는 운명론자. 인연론자라서. 이제서야 알게 된 이유가 있겠지. 라는 생각도 든다. 다 뜻이 있는것이리라.


모든 것은 운명대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