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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Jul 02. 2024

직관의 맛 (LG 트윈스)

대구 라이온즈 파크(2부)

  드디어 직관의 디데이가 찾아왔다. 왠지 모르게 설레는 감정이 든다. 야국장을 처음 가보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의 방문이기도 하고 대구에서는 경험이 없었기에 그렇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일단 가장 먼저 체크리스트 중 행했던 것은 염두에 두었던 치킨집에 예약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빠른 시간 안에 연락을 하지 않으면 아예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기에 서둘러야 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번호를 통해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기를 반복하다 직원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전달되었다.


 일단  양념반 프라이반을 주문하였고 픽업 시간은 5시로 하겠다는 명확한 의사 전달을 하였다. 정확한 발음으로 주문목록을 재차 반복하여 확인을 하는 직원의 음성을 들었다. 통화가 끝이 나고 나니 괜스레 마음 한 편에 안도감이 차올랐다. 야구장에 가는 것도 기대가 되었지만 그동안 생각만 하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매장의 치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평일 저녁경기라 일단 공백의 시간 동안 미뤄둔 집안일들을 하였다. 빨래방에서 세탁할 거리들을 가지고가  처리를 하고 미뤄둔 설거지 더미들도 뽀득뽀득  씻었다. 그리고 집안에 실세인 두 냥 냥이들의 화장실 청소 및 빗질과 사료 물을 갈아주었다. 일을 그만두고 새롭게 느낀 건데 집안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그리 여유가 많지 않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다 보니 어느새 주문한 치킨을 찾아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후다닥 샤워를 하고 가방에 촬영을 할 카메라와 삼각대 및 보조배터리를 챙겨갔다. 대구의 여름이라는 계절에 인상파악에 익숙하기에 손선풍기와 통풍과 땀이 잘 흡수되는 옷으로 입고 외출 준비를 하였다. 어깨에 가방을 질끈 메고 치킨을 찾으러 갔다.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금세 도착하였다.



 예약한 이름을 되고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봉지 속 상품을 받고 결제를 마무리하고 나왔다. 그리고 치킨이라는 바늘에 따라오는 실인 맥주를 사러 근처 마트로 향했다. 예전에는 다양한 세계맥주들을 돌아가면서 즐겨 먹었는데  술맛도 나이가 들면 변하는지 요즘은 국내맥주가 더 끌린다. 테라 캔맨주로 500ml 2캔을 구매하여 나왔다. 목적지인 야구장을 가는 방법은 택시, 지하철, 버스가 있었고 그중 가장 실용적인 교통수단을 선택하였다. 그것은 바로 지하철이었고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역사가 경기장 앞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파란색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들로 내부가 가득하였다. 일제히 구장 근처 역에 도착하니 우르르 함께 내렸다. 나도 그 밀물 일파에 몸을 맡기며 스며 들어갔다. 초행길이지만 길을 헤매는 일이 없었다. 그냥 파란 유니폼 인파들을 따라가면 되었었다. 내가 경험해 본 야구장은 부산 사직 구장 하나였다. 눈앞에 라이온즈 파크를 보니 조금은 나의 인식 속 야구장보다는 작아 보였다. 그렇지만 이 상대적인 아담함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이쁜 구장 같아 보였다.


 무인 발급기에 예약한 티켓을 발권하고 여유시간이 있어 매장 주변을 둘러보면서 구경을 하였다. 여기저기 홈팬과 원정팬들이 포진하여 경기를 기다리는 모습들이 에너지가 넘치면서 즐거워 보였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보니 그 기운이 나에게도 전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카메라로 나름 구도를 잡아 이쁘게 사진을 찍고 나서 경기장으로 입장하였다. 내가 예매한 좌석은 1루 쪽 테이블 석이었다. 원정석 근처기도 하였고 음식을 먹으면서 편하게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에 조금 더 가격이 비싼 곳으로 예매를 하고 잡았다.


직관의 징크스의 시작?


  출력한 표의  자리를 찾다 보니 꽤나 경기장과 가까웠다. 아마도 게임이 시작되면 다이내믹한 순간들을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었다. 자리에 대한 감탄을 살짝 제쳐두고 가지고 온 짐들을 하나 둘 내려놓았다.  먼저 미처 온기가 식지 않은 치킨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뒤이어 가방 속 카메라와 삼각대를 구도에 맞게 세팅 작업을 하였다. 몸을 옥죄고 있던 짐들을 벗어놓으니 한결 가벼워졌다. 


 정리를 하고 나서 눈앞에 펼쳐진 구장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경기 시작 30분 전이라 선수들이 필드에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눈길이 향하는 것은 바로 엘지트윈스 선수들이었다. 다들 오늘만큼은 미쳐서 경기를 지배하여 승리를 가지고 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직관이고 대구에서는 처음이기에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아 이왕 좋은 쪽으로 가기를 바랐다.


  조심스레 봉지에 싸인 치킨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맛난 냄새가 코끝을 자극시켰다. 경기가 시작되면 맥주와 함께 출발하고 싶었는데 참기가 힘들었다. 살포시 감춰진 냄새의 근원지를 열어 확인하였다. 뉴욕치킨이라는 상호와는 달리 한국적인 비주얼이다. 먹음직스러운 외피를 보다 보니 더더욱이 고민이 된다.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나의 인내심의 테스트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양념 한 조각을 잡아 음미해 보았다. 약간은 두꺼운 튀김옷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속살은 부드러웠고 겉바속촉의 전형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양념은 뭔가 양념과 간장의 중이적인 매력이 전달되었다. 그냥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맛있다는 말이 제일 적당하였다. 양념을 먹고 나니 후라이드도 먹고 싶었으나 일단 여기서 스톱하자 하면 애써 경기장에 선수들에 집중하였다.


 가볍게 워밍업을 하면서 스윙이나 캐칭을 하는 폼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선수들이 많아 보였고 이전 경기까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승리를 기대할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소가 살포시 지어졌다. 어느덧 경기의 시작의 순간이 다가왔고 국기에 대한 경례가 진행되었고 선수들이 필드 위에 자기 포지션에 자리를 잡았다.  투수가 마운드를 밞으며 사인을 주고받으면서 피칭을 하면서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일단 1회의 서로의 탐색전은 무난하게 넘어갔다. 사실 선발진의 부상으로 투수들을 잇몸으로 때우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기대이상의 피칭을 보여주면서 우려가 사그라들었다. 2회 중심타선에서 용병 오스틴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고 뒤이어 박동원 선수가 나와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날렸다. 환호가 절로 터지었는데 공교롭게 나는 적지에 있는 외로운 이었기에 움찔하며 자제를 하였다.


  테이블 석이 중립지역이라 홈팬과 원정팬이 뒤섞여 있는데 나의 좌우로는 파란 유니폼의 삼성을 응원하는 이들이 있었다. 눈치를 보다 후라이드 한 점을 잡아먹었다. 바삭한 식감과 간이 세지 않는 게 만족스러웠다. 캔맥주를 따서 곁들어 마셔보았다. 시원하게 목 젓을 타고 내려가는 청아함이 캬~하 역시 치맥은 진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경기에 집중을 하였으나 아쉽게 후속점은 없이 2회가 마무리되었다.


  영점을 잡은 건지 시원시원하게 던지는 우리 팀의 투수의 활약으로 공수가 빠르게 교대되었다. 3회 다시 중심타선인 용병의 타선이 다가왔다. 다시 시원하게 담장을 넘겨버리는 솔로포가 터졌다. 웃음이 절로 터지면 나의 직관이 승리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쉽게도 홈런 이후 점수가 추가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삼성은 방망이 침묵하면서 이닝은 다시 종료되었다.


 4회 다시 득점의 기회가 왔고 추가점을 얻어 게임은 4대 0이 되었다. 승기가 잡힌 것 같았기에 편하게 게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치킨에 집중을 더더욱 하였다. 개인적으로 양념이 입맛에 맞았었다. 달짝지근한 게 닭강정 느낌도 들고 먹기가 좋았다. 치킨을 야무지게 발골하며 뼈들을 하나 둘 수집하였다. 공수가 교대되고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어갔다. 안타와 실책으로 인해 2점을 따라오며 경기의 양상이 불타올랐다.


 이전까지 침묵하던 양 옆의 삼성 팬들은 신나게 춤과 강력한 음성을 내뱉으며 응원의 열기를 올렸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늦게 아군이 근처에 입장하였다. 엘지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인원이 근처에 자리를 차지하였다. 같은 편이 생겼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응원의 노래도 따라 부르고 액션도 치하였다. 직관이 이런 재미가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라이온즈파크에 오기를 잘했다고 느꼈다.


 흐름이 삼성 쪽으로 넘어가면서 불안 불안한 상황이 아슬하게 이어졌다. 결국 6회에는 구자욱의 홈런으로 턱밑까지 따라왔다. 잇단 불펜진들이 투입되어 열기를 진화하려 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목이 타기 시작하니 맥주가 꿀떡꿀떡 잘 들어갔다. 엘지트윈스는 초반에 힘을 다 쓴 건지 무기력한 타자들의 공격은 허망하게 끝이 났다. 


 7회가 되어서 우려했던 상황이 일어나 버렸다. 연이은 안타와 사구로 인해 기어코 점수가 났고 스코어에서 우위는 삼성이 차지하였다. 경기장의 열기는 불타올랐다. 신나는 응원음악들과 삼성 팬들의 응원의 함성이 구장을 가득 채웠다. 나도 모르게 그 신나는 분위기 휩쓸려 흥얼거릴뻔하였다. 남은 이닝 간 오늘 게임에 좋았던 중심타선의 차례가 올 것이기에 포기하기 이르면 마음을 다졌다.



 역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음과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스포츠명언을 상기시키면서 손에 땀을 지며 지켜보았다. 하지만 점수의 변동은 없었고 마지막이닝 돌부처라 불리는 오승환이 구원투수가 등판하였다. 세월의 흔적도 비껴간 건지 묵직하게 던지는 직구에 속수무책으로 타자들은 무너졌다. 나의 첫 직관은 결국 패배로 끝이 났다. 하지만 너무나 즐겁게 게임을 관람하였던 것 같다. 이 맛에 직관을 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의 패배가 징크스가 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였다. 증명하기 위해 다시 오리라는 마음과 다음은 승리의 요정이 되리라 다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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