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한다는 것이 불편할 때
요즘 들어, 열심히 한다는 것이 때로 불편하게 느껴진다.
언제부턴가 머릿속은 계산적이 되고, 마음은 점점 냉철해졌다.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것에 가격표를 매긴다.그 가격표를 넘어서는 노력을 굳이 하고 싶지 않다. 정해진 임금, 정해진 조건. 그 이상을 바라는 사람 앞에서, 나는 더 이상 감정을 소모하지 않기로 했다.
인정욕구가 없는 건 아니다. 누군가가 “아, 저 친구 열심히 하네”라고 말해줄 때 기분이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그 한마디 외에 나는 무엇을 얻는가.
그 좋은 인상.
그저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미지 하나.
나는 이제 그 정도 값어치에 내 힘을 쏟고 싶지 않다.
노력은 늘 값이 따라올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돌아오는 건 감탄 몇 마디와 어깨를 툭 두드리는 손길뿐이다. 그 손길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딱 정량의 열정만 컵에 따른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 이상을 쏟아붓는 건 피로만 남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에서는 눈치를 준다. 조금 더 해보라며, 핀잔을 준다. 하지만 이제 그런 말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옆에서 바쁘게 뛰는 이들을 보며 “왜 저렇게까지 하지?”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 열정에 과연 값어치는 있을까. 하루만 태도가 바뀌어도 “달라졌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그 변덕스러운 ‘갑’들의 평가를 나는 믿지 않는다. 그래서 애초에 열심히 하지 않는다.
나는 선만 유지한다. 노선이 탈선되지 않을 만큼만. 각자의 이상이 다르고, 태도도 다르다. 나의 방식은 다를 뿐이다.
사람들은 나를 불편해하고, 때로는 혐오한다. 그 시선이 정답도, 틀림도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 간극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참을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싫은 것들에 대한 짜증의 간격이 짧아졌고, 작은 불편에도 인내가 쉽지 않다. 그렇게 변해가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조금은 무섭다.
열심히 하던 이들의 한숨과 푸념을 들으면 그 모순이 마음에 남는다. 그러곤 나도 모르게, 괜한 투정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