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해방일지

클락션, 나를 붙잡는 소음

by 김군

나는 클락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과격한 소음은 심장을 철렁이게 만든다.요즘 거리를 떠도는 시간이 늘면서, 빵! 하고 귓가를 짓누르는 소리를 자주 마주친다. 그 순간 얼굴이 짓이겨지는 기분이다.


사실 클락션의 본질은 그리 나쁘지 않다.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사고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도구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의도된 선을 넘고, 엉뚱한 방향으로 탈선하는 소음이 많다. 무수히 울려 퍼지는 클락션은 정당한 목적과 무관하게 분출된다. 감정을 이기지 못한 채, 분노의 도구로 변질되어 있다.


잠깐의 기다림, 찰나의 관용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을 상황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짧은 순간조차 참지 못한다.

그래서 도시는 시끄럽고, 나는 자꾸 놀라게 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한 번 크게 놀라면, 그와 비슷한 것만 봐도 겁을 먹는다는 말이다. 클락션이 싫은 이유는 단지 불쾌한 여진 때문만은 아니다. 귀에 남는 잔상은 삶을 위축시킨다.


사실 할 수 있는 일들이 이른 경고음 앞에서 멈칫거려진다. 틀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경고 같고, 새가 알을 깨지 못하면 세상을 만날 수 없듯, 나는 답답한 알껍질 속에 안주한다. 세계를 파괴하지 못한 채, 안에만 머무른다.


나는 아프락사스에게 날아가고 싶다. 빛과 어둠,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의 세계로. 그런데 이 소음이 나를 붙잡는다. 고작 클락션 하나가, 삶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나는 이 족쇄가 너무 싫다. 자유를 가로막는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건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세상의 얼굴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해방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