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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조이
Apr 10. 2022
로맨티스트는 죄가 없다. 봄날의 벚꽃 환상
오늘 날이 너무 좋습니다.
햇볕도 기분좋게 따스하고 공기도 투명한 물처럼 맑습니다.
오늘은 다들 벚꽃놀이한다고 밖으로 나가셨겠죠.
눈이 부시기 시작한 4월!
그리고 그 중순.
오늘 제가 아끼는 직장후배는 봄꽃만큼 예쁜 신부가 되었습니다.
이곳 저곳에 '나는 봄꽃이다'라고 알리듯
꽃이란 꽃은 모두 다 나온것 같습니다.
4월에 나와야하는 꽃들.
얼마나 그 흙안에서 버티고 있었는지..
그네들도 대지를 뚫고 나와 공기와 바람의 맛이 황홀하겠지만
그쪽을 바라보는 우리도 황홀합니다.
4월 봄꽃들이 축제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중심에는 벚꽃이 있습니다.
단연 4월의 여왕이라 해주고싶습니다.
한그루만 서있어도 저마다 피어낸 꽃송이들이 화려한데
길 양쪽에 줄지어 서있는 여러나무의 벚꽃 가로수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그네들을 찾아온 우리에게 꽃터널을 선물합니다.
양쪽 벚꽃나무가 크게 자라
서로 나뭇가지 손을 뻗어 잡았습니다.
그 안에서 꽃들이 저마다 봉우리를 뚫고 나와 만든 꽃의 터널입니다.
영화배우 하정우가 영화시작하자 마자 무너져버린 콘트리스트가득한 터널도
아닙니다.
운전자들 졸지 말라고 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지속적으로 울려대는고속도로 안의 터널도 아닙니다.
예쁜 꽃송이들이 수백개, 수천개, 어쩌면 수만개 달려있는 벚꽃나무들이 서로를 마주하고
만들어낸 꽃길터널입니다.
미세한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꽃터널속의 꽃잎들이 눈발처럼 날립니다.
얼른 달려 가서 손으로 잡고 싶습니다.
그냥 온몸으로 맞고 싶기도 합니다.
바람아, 더 불어줄래?
꽃잎들아, 함박눈처럼 펄펄 내려줄래?
꽃이 필때 제 온몸의 세포는 모두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곳저곳, 위 아래 , 사방팔방 힘있게 뛰쳐나가는 힘이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 어느 계절보다도 에너지가 좋습니다.
저만의 환상이 하나 있습니다.
언젠가는 흰 드레스 입고 쏟아지는 꽃눈을 맞으며 뛰어가보고 싶습니다.
꽃잎을 꽃눈처럼 날려줄 적당한 세기의 바람이 있어야합니다.
꽃터널 사이 보이는 조각의 하늘색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푸르디 푸른색이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아무도 없어야 합니다. 오로지 저 혼자.
저 혼자 그길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드레스단에 벚꽃잎을 묻혀가며
뛰어가보고 싶습니다.
현실은 야박합니다.
혼자일수 없습니다.
대지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따스한 기온이 가득한 봄날,
깊이 들이마실수록 머리,가슴이 깨끗해지는듯한 바람이 있는 이런 날에
제 세포만 난리를 치겠습니까?
몸의 세포들이 일어나 춤추는 사람들이 밖으로 대거 나옵니다.
저는 그 사람들과 떼를 지어 그 터널을 지납니다.
흰드레스 입고 눈발처럼 날리는 벚꽃잎길을 혼자 못걷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군중속에 내 뒷 머리, 내 등을 보이고 걸어도
그 꽃길을 걷다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내가 행복한 것도 같습니다.
지금의 시간들에서 큰 부귀 영화 없어도 ,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시간과 건강과 평온함이 새삼 느껴집니다.
내가 가진것을 더 많게 느껴지게 합니다.
내가 좀더 괜찮은 사람인것 같아집니다.
바람의 결을 따라 떨어진 꽃잎을 사뿐히, 아프지 않게 밟아봅니다.
작은 흰색,핑크색 꽃잎들입니다.
봄날 낭만을 더해주는 이쁜이들입니다.
벚꽃이 가득한 꽃터널 아래에서 생각합니다.
이 꽃이 한껏 우리의 행복한 기운을 저 하늘끝까지 올려주어도
시한부 꽃의 숙명대로 이제 시들어 사라져 갈 것입니다.
내년의 재회와 그리움을 기약하며.
벚꽃이 시들어 없어진다고 벚꽃나무가 시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 나무들은 이번 피고 지는 꽃잎으로 삶의 힘찬 시동을 걸어
곧 푸른잎을 무성하게, 가득하게 만들어 낼 것입니다.
한여름, 매미에게 보금자리를 내어줄 수 있게.
그 풍성한 나무에서는 한낮, 한밤에 매미들이 힘차게 울어댈 것입니다.
앞으로 또 하나의 봄이 온다면
다시 또 꿈꿉니다.
아름다운 벚꽃터널 아래 꽃길위에서
이 세상 가장 행복한 신부처럼, 사뿐사뿐 바람처럼 달려가보고 싶습니다.
그 모습이 꽤나 근사하고 낭만적이고 이쁠 것 같습니다.
이래서 꿈은 좋은 것입니다.
꽃과 관련된 꿈을 꾸는 자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무죄입니다.
꽃은
언
제나
옳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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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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