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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정 Nov 23. 2020

고양이 키우기, 재고해보아야 하는 이유

귀엽다고 덜컥 데려오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매일 산책을 다니는 개들과는 달리, 고양이들은 보통 집에만 있기 때문에 특별히 만나볼 일이 없다.

그런데 최근 인스타를 통해, 유튜브를 통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유독 자주 보게 된다.


왜일까, 최근 들어 갑자기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듯한 느낌은.

여전히 고양이는 요물이라고, 사람 맘을 모르고 정도 없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차차 애묘가들이 늘어가는 것 같다. 남 일처럼 얘기하긴 했지만 나도 그 중 하나다.

고양이는 정이 없다고 생각해서 강아지만을 좋아하고 키워왔는데, 작년쯤부터 그런 내 인식이 180도 변했다.


관심 없는 얼굴로 창밖을 보다가도 스윽 다가와 꼬리를 내 다리에 감아오고, 잘 때는 옆으로 와서 배를 시원히 까고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면 과도한 사랑스러움에 가끔 참지못하고 안아들어 얼굴을 짜부시킨 적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모습에만 빠져들어 성급히 고양이를 들였다가 후회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여전히 고양이를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라는 데에는 한치의 의심도 없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분명 있으니.


키우기 전 꼭 알아야 하는 고양이의 (어쩌면 불편한)특성에 대해 토로해본다.


*모든 고양이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도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1. 털이 미친듯이 빠진다

 털이 정말 끝도없이 빠진다. 이렇게 매일 수백개의 털을 뿜뿜 뽑아내면서 어떻게 아직도 이렇게 풍성한 모량을 자랑하는지 궁금할만큼 만질 때마다, 점프하고 놀 때마다 공기 중에 뭉텅이로 빠진 털이 사르르 민들레 홀씨처럼 날린다.

나는 솔직히 그렇게 청결하게 사는 편도 아니거니와..  이런 것에 무던한 편이라고 자부하는데 그런 내 눈에도 이렇게 털 날리는게 눈에 띈다면 청결에 예민한 사람들은 정말 고생이 심할 것 같다.

실제로 매일 매일 청소기를 돌리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원래 일주일에 한 번 대청소하는 정도로도 잘 살았지만 이제는 하루 이틀만 지나도 온갖 털들이 먼지와 뒤엉켜 아름답게 바닥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귀차니즘이 정신을 지배한 터라 매일은 못하고 2-3일에 한 번은 청소기를 돌려주고 있다.


그럴 때마다 청소기 소리에 한껏 짜증내는 모습을 보면 울컥한다.

'지 때문에 이 짓을 하고 있구만..'





2. 난 5살 아기랑 평생 사는 거다. 내 고무줄 먹고, 이어폰 씹고. 다 떨어뜨리고

어느 정도 과도한 행동들에 대해서는 훈육이 되지만, 기본적으로 개나 고양이는 자라지 않는 5살짜리 아이를 평생 키운다고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먹고, 부시고, 도망가고, 울고.

많은 고양이들이, 과한 관심은 싫지만 또 지독히 '관심종자'라서 꼭 이렇게 키보드 위에 누워버리곤 한다.

굳이 이렇게 키보드 위에 앉아야하는 것이다.


관심을 갈구하는 것은 귀여운 수준이지만, 문제는 위험하리만치 사고뭉치라는 것.

예를 들어, 우리 고양이의 경우 궁금하면 일단 입에 넣어보는 습관이있다. 어찌나 먹으면 안 될 것을 입에 넣고 잡수시는지. 주로 끈류를 좋아해서, 내 머리끈은 물론이고 어제 산 이어폰 줄, 케이블 줄을 신나게 뜯고 씹는데  물건 망가지는 것도 아깝지만 그보다도 잘못 들어가 배출되지 못하고 몸에 남아있다가 큰일이 나면 어쩌나 걱정이 크다. 매번 화장실 모래를 뒤적이며 혹시 무언가 잔해가 나오지 않았나 맘 졸이며 확인하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자다가 머리끈이 빠져 사라지기라도 하면 온 집안이 비상이다.

특히 몇 번 크게 맘고생한 이후로는 무선 이어폰으로 바꾸고 머리끈도 무조건 팔에, 머리에 끼고 다니지만 언제 또 새로운 끈을 찾아내 입에 넣을지 몰라 걱정이다.


 이외에도 물건이 책상 위에 올라가있는 꼬라지를 못보셔서 죄다 바닥에 떨어뜨리고 던져버리는 것은 보너스.

잘때 지근지근 날 밟고, 울고 집의 끝에서 끝까지 우다다다 달리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은 애교다.





3. 집안 파괴자

위에서 이야기했던 털 외에도, 우리 고양이는 바닥이 끗한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청소를 한 직후에는 귀신같이 나와 더럽힐 것들을 찾기 시작하는데 박스가 보통 그 표적이 된다.

안에서 똬리틀고 자는 것을 워낙 좋아해 치우지 않고 그냥 집 가운데 두었는데, 뜯어둔 잔해가 이미 어느정도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청소기로 깨끗하게 밀고나면 바로 방에서 나와 다시 잔해들을 적당량 만들어둔다.


저 뻔뻔한 얼굴.. 조용할 날이 없다.


가끔은 일부러 이러는 것 같다.

그리고 가죽 재질의 의자도 피해자가 되시겠다. 처음엔 못하게 하다가 그냥 포기했다. 어차피 중고니까... 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요즘엔 씹는 맛도 없는 와이파이 라우터를 씹기시작해서 미치겠다.





4. 여행 다니기 어렵다.

솔직히 위에 언급했던 것들은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끈 먹는건 좀 걱정이지만 나머지는 내가 조심하면 되는 것들이고 물건 망가지는 것들이야 감수한다.


그러나 유일하게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맞는 선택이었을까, 돌아보게 만드는 한 가지는 바로 이 것.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없다는 점이다. 차라리 강아지라면 데리고 다닐 수도 있겠지만 고양이는 그것이 선택사항이 아니다. (가끔 고양이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며 집 고양이는 집에 있어야 가장 안전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주말 시간을 내어 이삼일만 좀 어디 다녀와야지, 싶어도 고양이가 걸려서 그러질 못한다.

사실 하루 비우는 것도 미안할 지경.

정 어쩔 수 없을 때는 지인에게 부탁하겠지만 앞으로 한국, 브라질 등을 오갈 일이 많을텐데 벌써 걱정이 산더미다.


가끔 이 생각을 하면, 여행 좋아하는 우리가 너무 이른 시기에 고양이를 데려온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지만..

이미 인연이 여기까지 와 닿았으니 어쩔수 없다.






유기견, 유기묘들의 숫자가 끝 모르고 치솟고 있는 세태에,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해서 한 마리씩 입양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냐만은 현실적으로 동물과 깊게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알러지가 있을 수도 있고, 청결과 위생에 특히 예민할 수도 있고, 계속 여행을 다녀야할 수도 있고.


여기저기 보이는 고양이들이 설령 너무너무 귀엽고 예쁘더라도 이런 점들을 꼭 잘 생각해보고 데려오는 게 좋겠다. 그리고 데려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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