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낯 뜨거웠지만 기어이 내뱉고야 말았다.
부사무장과 사무장 모두 신입 MZ세대들을 다루는데 애를 먹고 있던 날이다.
일을 지시하던 부사무장에게
“제가 왜 그 일을 해야 하죠? “라고 대들었다던 그날이다.
비행을 마치고 회사로 향하던 버스에서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러분 한마디만 할게요. “
잠시 뜸을 들이고
”여러분은 기장이 여러분을 위해 대신 죽어줄 수 있다는 걸 믿나요?”
갑작스러운 이 말에 잠시 동요하는가 싶더니
진지한 표정을 알아본 크루들이 하나 둘
“그럼요. 믿어요!”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맞아요. 전 분명 나쁜 일이 벌어진다면 여러분들을 위해 목숨을 대신 내어 줄 겁니다. 옛날로 치면 여러분은 선원(세일러) 들이에요. 목숨을 걸고 대양을 항해하던 한 팀이라는 얘기죠. 이 일은 누군가가 희생해야 제대로 작동해요. 희생하지 않으면 에어라인이라는 시스템은 돌아가지 않아요. 제 말이 이해가 되나요?”
회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는 크루들과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넸다.
부사무장 순서에서 그녀가 잠시 멈칫하더니 내 손을 잡으려는 듯 손을 앞으로 내민다.
“고마워요. 캡틴. 또다시 같이 비행할 날을 기다릴게요.”
두둔해 준 기장에 전하는 고마움이 두 눈에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