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늘 Sep 08. 2021

사막

마늘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막 잠이 들기 시작할 때 그가 말했다.

"나는 자는 게 아니야. 죽는 체험을 하는 거야."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한 어감 때문일까. 그녀는 슬쩍 눈을 떠 그를 바라보고 물었다.

"자기야. 무슨 일 있어? 뜬금없이 죽는 체험이라니?"

그는 누워서 텐트의 천장을 바라보며 생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눈을 감으면 죽는거라구. 아침에 눈을 뜨면 살아나는거고.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죽었다가 살아나는 셈이니 어제보다 더 즐겁고 행복하게, 힘차게 살아가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식의 하루하루가 쌓여간다면 언젠가 내가 죽게 되는 그 시점에 일종의 내성 같은 것이 생겨서 죽음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흠, 그러니까.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 같은 거야? 당신은 늘 짧고 굵게 살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데 갑자기 죽음이 두려워진 거야? 아니, 그 반대인가?"

그는  좁은 텐트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밖에 안나 갈래?"

데스벨리 안에 있는 두만둔 사막은 여름밤에도 몹시 추웠다. 일교차가 꽤 심했고 그래서 방금 전까지도 이 둘은 작은 텐트 안에서 꼭 껴안고 체온을 나누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일으켰을 때 이미 그는 텐트 밖으로 나가 있었고 그녀는 이미 밖으로 나간 그의 흔적을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앞에는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 있었고 몇 발자국 앞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사막의 밤 안에는 그 둘 밖에 없었다. 큰소리로 그를 부른다 해도 세찬 바람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란 걸 알기에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자기야. 괜찮아?"

그는 그녀를 돌아보고는 그녀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아니,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이야?"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정말 죽기 싫어."

그는 죽기 싫다는 말을 연거푸 내뱉으며 오열을 했다. 그녀는 조용히 그를 안았다. 검은 사막의 모래 바람이 그 둘을 계속해서 스쳐갔고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사막의 한가운데 서있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