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힘이다! 부자의 철학
이 책은 출간된 지 20년도 더 지난 책이다. 그럼에도 SNS 상에서 사람들이 인증숏이나 서평을 올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 스테디셀러다. 나도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정립했던 기억이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부자가 된 것도 아닐뿐더러,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돈에 대한 인식은 예전처럼 바뀐 듯했다. 책을 읽는다고 반드시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가 없다는 것은 무언가 오류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문제이든, 책 내용이 문제 있든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이 책을 다시 집어 든 이유이다.
가난이나 금전적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두려움과 무지다. … 사람들이 함정에 빠지는 것은 스스로 만든 두려움과 무지 때문이다. -76p
어제 지인들과 식사를 하던 중 한 명이 주식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류를 물으니 주식을 도박처럼 하다 보니 손해가 너무 커서 다 정리했다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주식은 마치 유행처럼 누구나 다 하는 게 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들이 과연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인지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주식에 손을 댔던 사람들의 많은 경우가 ‘손해’를 보고 주식을 끊었거나, 아직도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보기도 한다. (내 주변 사람들에 한정해서)
많은 사람들이 도박처럼 주식에 손을 대는 이유는 ‘짧은 시간 안에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그 결론이 좋지 못한 이유는 어쩌면 ‘무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떤 주식이 좋다더라’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주식에 대한 지식부터 시작해서 여러 정보나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당장 나에게 적용해도 사실 주식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차트도 볼 줄 모른다. 유튜브에서 종종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긴 하는데, 이런 것도 나에겐 너무 어려운 말이다.
몇 년 전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도 부자가 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기도 했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내 삶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바로 나의 ‘무지함’ 말이다. 비단 주식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돈, 재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도 없는 게 문제였다. 물론 나름대로 저금도 하고 적금도 하고 주식계좌에 돈을 모으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의 습관’ 가졌다는 인식 자체가 나에게 없었다. 그리고 ‘금융에 대한 지식’조차 없었다.
금융 지식이 없는 돈은 곧 사라질 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모른다. 91p
자산은 주머니에 돈을 넣는 어떤 것이다. 부채는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어떤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자산을 사면서 살면 된다. 99p
자산과 부채에 대해서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설명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 나의 무지함을 알았다면, 이제는 어떤 지식을 채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금융 지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책은 아니다. 필요한 지식들을 얻을 수 있는 책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부자가 될 수 있는 ‘원리’를 가르쳐준다. 다르게 말하면 부자들의 ‘철학’을 가르쳐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저자의 이러한 가르침에 설득당했다. 필요한 것은 ‘지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원리 안에서 저자는 ‘돈’ 때문에 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기 위해’ 일을 했다. 자신의 전공과 전문 분야에서 일을 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배우기 위해 일을 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단순히 ‘머리’에 아는 것을 많이 채우는 것만 ‘지식’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경험’을 통해 얻는 노하우와 지혜 역시도 자신에게 지식이고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금융 지능은 간단히 말해 더 많은 금전적 선택권을 갖는 것이다. 금융 지능은 우리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금융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162p
지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시야가 넓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곧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책이나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도 혜안을 길러준다. 하지만 경험은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지식을 지혜로 만들 준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끊임없이 ‘배울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자산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돈> 자체에 목적을 두기 보다, 나의 인생의 목표를 좇으면서 어떻게 돈을 지혜롭게 제어하고 벌 수 있을지 배우고 싶다. 가난한 사람이 아닌 부자들의 철학을 가지고 싶어졌다.
내 인생의 목표는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모든 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무지함은 내가 벗어나야 할 늪인 것은 분명했다.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만큼의 부자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가난한 사람으로서 가난한 습관을 가진 삶은 벗어나고 싶다. 그러기 위해 금융과 재정에 대한 지식을 채울 수 있도록 틈틈이 공부하고 나 자신을 계발할 또 하나의 이유를 찾았다.
많이 이른 감이 있지만, 7, 8월 즈음부터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고민하기도 하고, 내년의 계획과 목표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유독 1년이 짧게만 느껴진다. 10월로 접어들고 난 이후 내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진다. 이런 시점에 읽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내년부터, 아니 지금부터 나의 구멍 난 재정 영역을 어떻게 메꿀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할지 준비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