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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Feb 13. 2023

서풍이 부는 날

가끔 심술 맞은 봄바람

어는 날인가 서풍이 부는 날이면
누구든 나를 깨워주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지만, 노래 부르는 이(장미화 님)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끌려 흥얼거리던 노래.

아마도 처음 들었던 때가 어릴 적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당첨주택복권'에서 들었던 것 같다. 노랫말에 담긴 사연(작사 오준영 님)과 함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다가 "쏘세요"를 외치던 그 프로그램.


무명바지 다려 입고 흰 모자 눌러쓰고
땅콩을 주머니에 가득 넣어가지고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고 싶어도
내가 잠들어 있어 못 가고 못 보네


서풍이 부는 봄이 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꾸밀 것도 없이 단출한 차림에, 군것질 거리로 땅콩을 먹고 싶다. 이런 작은 람이 마음속에 일렁인다. 그런데 봄바람이지만 제법 매서운 서풍이라서 그런 걸까. 내가 잠들어 있어 갈 수 없고 보지 못한다



 불귀(不歸) - 두보(杜甫)


河間猶戰伐(하간유전벌)

汝骨在空城(여골재공성)

從弟人皆有(종제인개유)

終身恨不平(종신한부평)


數金憐俊邁(금련준매)

總角愛聰明(총각애총명)

面上三年土(면상삼년토)

春風草又生(춘풍초우생)


하간은 여전 전쟁중이니

너의 뼈는 빈 성에 남아 있겠지

다름 사람들 모두 사촌 동생이 있는데...

평생의 한 되어 평안치 못하네


(너의) 재물을 헤아리던 뛰어난 재주 가엽고

(너의) 총각머리 (모습)과 총명함이 사랑스러웠지

(너의) 얼굴 위로 삼 년 동안 흙 덮여있는데

봄바람에 풀은 또 돋아 났겠지


봄바람에 시름 겨운 사람이 혼자만은 아니었던가 보다.


양갈래 머리의 어리기만 한 사촌동생의 얼굴이 떠오르고,

전쟁의 폐허 속에 다시 또 봄이 오면 파릇파릇한 풀들 돋아 오는데,  아래 묻혀 다시 돌아오지 못할 너의 육신.



그래도 서풍은 서풍은 불어오네
내 마음 깊은 곳에 서풍은 불어오네
서풍아 불어라 불어라

잠들어 있었도, 누구든 봄이 왔다고 서풍이 불고 있다고 알려준다면,

그 봄바람을 따라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서풍아. 봄바람아 불어와라.


1200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나지만,  그리고 그 구구절절한 사연이야 모르지만.

사람 사는 인정은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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