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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Jun 12. 2023

불멍, 물이 만들어 내는 ASMR

타닥타닥

멍~ 하게 듣는다. 타닥타닥


가볍게 들리는 것이, 잘 마른 장작이라는 걸 알게 해 준다.

10kg 한 상자를 들고 불멍을 기대하며 밤을 기다린다.

구름 낀 하늘 별을 감추고 있어서, 불을 지피고 땅 위에 별을 닮은 아주 작은 불을 지어본다.


"지금 힘들다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와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두  문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요즘.


아니. 사실은 늘 똑같은 질문을 숨기고 있었지만, 몸의 여유인지 마음의 여유인지 빈틈이 생기자 불쑥 고개를 내민다.


나... 잘 살고 있는 거겠지?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사춘기 중2병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들린다.

'마른 장작'이라고 하지만, 거칠고 까슬까슬한 겉모습이지만,

깊이 숨겨둔 수분들이 뜨거운 열기에 틈을 가르고 나온다.

타닥타닥

그 소리가 좋다


불 꽃이 만드는 비주얼과 장작 속에 남아있던 물이 만나 만들어 내는 ASMR

둘 사이 제법 잘 어울린다.


오래도록 타라고, 유독 묵직해 보이는 두툼한 장작을 올려본다.

개중에 덜 마른 놈이었나 보다.

너무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마냥 타지 못하고 있다.

눈 매운 연기와 그을음이 올라온다

적당해야지...

다른 까슬까슬한 장작을 아래에 괴어서, 산소를 공급한다. 토치로 불질도 해준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하지만, "제대로" 타기 시작한다.


의 시간이 조금 더 깊어간다.


그렇게, 재가 되어 완성되어 간다




날이 밝아 오도록, 타다가 재가되도록 두었다.

그릴이라고 샀지만, 조그마한 재받이를 스테인리스 찜기로 교체하고 화로대로 사용했다.

둥근 그릴의 초록색깔이 싸글이 열기에 날아갔다.

훌러덩~

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모습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겉 멋 빠지고 이제야 뭔가 캠핑 좀 한 것 같은 모습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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