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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매콤S
Dec 15. 2023
헤어짐의 계절
기간제 교사에 대하여
연말이다.
특성화고의 연말은
내년도 신입생 모집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다.
다행히 올해는 운이 닿았는지,
교육청이 제시한 인원수에 닿았다.
해마다 줄어드는 학생수가
내가 근무하는 시에만 4000명 5000명이다.
3개 학년
전교생이
400이나
5
00명이라고
생각하
면
매년 10개 정도의 학교가
통째로 없어져야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매년 1학급의 학생수를 모집하지 못하면
교육청의 계산식에 의하여
1학급당 1.
75
명의 교사가 필요하므로,
교사 2명이 저절로 떠나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학급수가 줄어서는 안된다고,
신입생 모집에 꼭 성공해야 한다고 으쌰으쌰한다.
(그럴때면 예전 삼성화재 근무할 적에
을지로 브랜치 여사님들 저리가라이다.)
올해는
더군다나
공무원 총원 감축 기사가
나왔다.
과밀학교든 아니든,
학교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사가 몇 명이든 상관없이
학교별로 무조건 1-2명을 내보낼 거라는
예측마저 있어서
참으로 흉흉했다.
하여, 우리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은
누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토요일 등교와 근무가 사라진 적이 언제건만,
방학에도 토요일에도 거의 빠짐없이
행사를 기획하고,
중학생과 부모님들을 불러 우리 학교를 보여주고,
실습과정을 체험시켜주었다.
이후에 개인별 1-2시간의 상담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보건교사라서
늘 입시상담에는 빠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너무너무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베테랑 부장님 옆에서 인턴마냥
상담하는 곳에 동석을 하였다.
그 상담의 범위와 깊이에 놀라며,
우리 학교에 오기로 한 것도 아니고
여러 인생의 길 중의 하나로 온 것인데도
그 아이와 부모의 모든 염려에 대하여
대한민국 고교 입시의 범위 내에서
상담해주는 것에 감동받았다.
특히 우리 학교에
겨우 1년이나 2년차 근무를 하고 있는
기간제 선생님들께서
15여년간 근무한 나보다도
우리 학교의 교육과정과, 자격증 과정,
각종 지원 등에 대해서 주루룩 꿰고 있는 것에
또한 감명받았다.
모두가 진심이었다.
교육부 장관님이든, 교육청장님이든
나처럼 동석하였다면
분명히 크게 감동받아서
중학생들의 멘토상, 컨설팅 최고상을
만들어서라도 주었을 것이다.
그저께는 퇴근 직전 화장실에 가고 있었다.
오호 장이여 비워져라 하며 가는 길에
기
간제샘이 지나가길래
농담을 걸었다.
나는 분명히 농담을 걸었는데
웃으며 받아치는 선생님의 눈이
순식간에 벌게지며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급하게
둘이 같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오늘 교감선생님께서
내년 계약이 어려운 기간제,
말그대로 기간이 끝난,
기간으로만 고용했던 우리 선생님들을
하나하나 불렀다고 한다.
그러고는
정말 안타깝지만,
내년은 같이 하기 어렵겠다고 말씀하셨단다.
말하자면 해고통보를 받은 것이다.
어제는 보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느 기간제샘이 들어오자마자
안정액을 찾으신다.
일단 하나 먹는 것을 보고
앉으라 앉으라 했더니
역시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아직 젊은 선생님이라
때로는 예상치 못한 업무처리에
서로가 당황한 적도
있었다.
아이를 길러본 적도 없을 텐데
자기 반 아이들을
어미새처럼 품어주는
분이었
다.
학교폭력 담당교사로 일할 적에는
아이들이 애매하지만
길고
긴 감정의 골을 풀어낼 때
옆에 있던 나는
'아이고,
언제까지 들어줘야 되나.
귀에 피나겠네'했지만,
끝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들어주는
분이었
다.
그런데
그저
기간이 끝난 것뿐인데
'제가 뭔가 잘못 한 것 같아요.
제가 잘못 산 것 같아요.'하며 운다.
아니야 아니야 선생님,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야.
때때로 잘못을 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도 그런걸.
선생님이 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 않는 이 시대가 잘못인거야.
선생님이 더 아이들과 만나서
점점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는
이 시대가 잘못이에요.
절대로 선생님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잘못이 있었다하더라도 그런 거 아니에요.
나는 그 뒤로도 할말이 많았지만,
더 말할 수 없었다.
그만큼만의 말로도
작은 위로가 되었길 바란다.
춥다.
겨울이다.
연말이다.
같이 고생했는데,
같이 고생해서 모은 아이들인데,
같이 가르칠 수 없다.
이제 아이들도 안다.
나에게도 정이 붙은 몇몇 아이들은
선생님 겨울방학 끝나면
선생님 못봐요?한다.
아이들도 아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자꾸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어른들도 헤어짐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들은 더할 것이다.
우리 젊고 좋은 선생님들이
좋은 기회를 얻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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