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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덕후 영어강사
Sep 23. 2020
사교육을 고발합니다.
영어 강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교육의 문제점
사교육이란, 대한민국 교육 열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절대적이고 막강한 힘을 가진 분야였고 이고 앞으로도 일 것이다. 나 또한 90년대 생으로 엄청난 사교육의 열풍을 맛본 사람이자,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소위 말하는 '고 스펙 자'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런 나, 사교육 종사자가 되었다.
어릴 적엔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성공할 거로 생각했다. 혹은 영어만 잘하면 밥 벌어먹고 살기에 힘들지 않을 거라고. 뭐, 아직 영어로 밥 벌어먹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겠거니 싶기는 하지만. 이제는 영어 하나만으로 먹고 살기에는 너무나 많은 인재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 왔다.
그래서 영어가 다가 아닌 세상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영어 사교육 열풍을 사그라지지 않는다. 아마 너도나도 다 잘하기에, 더 잘하려고 어린 친구들부터 더욱이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거겠지 싶다. 근데, 한국의 영어 사교육 진짜 잘못된 거 같다. 가르치는 입장임에도 '영어를 이렇게 배우면 안 되지'라고 매일 생각한다.
우선 첫 번째 문제점은, 한국어도 안 되는 친구들에게 무슨 영어를 가르치나 싶은 생각이다. 초등학생들에게 "civil rights movement"가 "흑인 인권 운동"이라는 뜻이라 알려주면, 이 친구들이 진정으로 이 단어의 깊은 뜻을, 그리고 그 역사를 이해하려나. 물론, 그중에 똘똘한 친구들은 이해하겠지만. 반감을 심어주는 교육이 과연 답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는 배우려는 의지의 부족. 가끔, 내가 영단어의 뜻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 배경지식을 설명하면, "그거 영어랑 무슨 관련인데요, "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있어 당황스럽기도 하다.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문화를 배우는 것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두고 내가 무엇을 말해야 하나.
그래서 오히려 수업하며 내가 강조하는 부분은 영어 단어 암기 전에 '책 읽기'인 아이러니한 상황. 영어 말고, 한국어로 제발 책 좀 읽으라고 사정하는 상황이다. 내가 만약 아이를 키운다면, 나는 이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싶은 것 하나는 제대로 배우고 있는 요즘이다.
아무튼 오늘도 내 마음속에는 '이건 영어 공부가 아닌데..'싶지만 그럼에도 사교육의 전선에 뛰어들어 어떻게 하면 더 영어를, 그리고 문법을 잘 가르칠까 고민한다. 문법이 중요한 게 아닌데, 참 대한민국 사교육 영어의 아이러니이다. 몇 형식인지 몰라도 말만 잘하면 되는 게 언어이지 않은가.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도 어릴 때 이렇게 공부를 했던가, 싶다가도 한국에 있던 시절에는 그랬던 거 같네, 싶어서 그냥 잠자코 학원의 커리큘럼대로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바로 사교육의 민낯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