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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000... 혹시 '낭만 닥터 김사부' 때문?

-세상 속으로 11 화

 작년 연말 브런치라는 이 곳을 알게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응모를 하고자 그동안 썼던 글들을 모아 급하게 브런치에 글을 올렸었습니다. 응모에는 당연히 실패했고...


 이후에도 마음이 평안하지 않을 때, 외로울 때 글을 가끔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았고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조금의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아주 드물게 제 글을 읽어 주시거나 라이킷을 해주시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누군가 저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것, 저를 동조해주는 것 같은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처음 글을 쓰게 된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동안 제가 보고 들은 것이 다른 분들에게도 이야기가 되지 않을 가하는 마음에서 시작하여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저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책 중에 특히 소설이나 경험에서 나온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글을 쓸 때 딱히 무슨 주제를 쓸 것인지 정하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어떤 환자 한 분을 떠올리고 나면 글 한편을 쓰는 식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냥 환자를 주제로 썼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주제가 발견되었습니다.

 왜 그 환자에 대해 쓰고 싶은지 글을 쓰다가 보면 제 마음속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의 흐름이나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환자들을 통해 보고 배운 내용들을 다른 분들에게도 털어놓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찌 보면 아주 작은 세계에서 매일 일을 해왔습니다. 그날 담당한 환자, 그날 같이 일한 마취 보조 간호사나 전공의, 외과 전공의와 간호사, 전문의를 포함한 넓지 않은 수술방 두 곳에서 하루의 삼분의 일을 보냈습니다. 수술의 종류도 지금 제가 근무하는 병원의 특성상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안에서 매일 다양한 스토리를 보곤 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 매일 접하는 환자분들 또한 다양하였기에, 그리고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의 하루도 매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느낌과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재미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째 제 브런치에 방문수가 많이 늘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틀째 천명을 넘는 사람들이 저의 브런치에 방문해 주시고 계셨습니다.

 왜일까요?

  저의 글이 다음이나 네이버에 소개되었을 리 만무하고 브런치를 통해 방문해 주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처음에는 내 신상이 털렸나? 보이스피싱에 걸렸나? 온갖 생각들이 밀려왔습니다. 일전에도 털어놓았듯이 저는 보이스피싱을 두 번이나 당한 어리숙한 인간입니다. 문득, 악몽 같았던 시간의 기억들이 밀려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낭만 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가 방영 중인 것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드라마를 그동안 본 적이 없었던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제부터 한 부씩 보게 되었습니다만 아직 방영작의 반도 보지 못했네요.

 이 드라마는 '돌담 병원'이라는 시골병원을 무대로 한 의학 드라마인데 '김사부'라는 신에 가까운 의술을 가진 의사를 중심으로 각자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돌담 병원의 의료진들과 응급 질환으로 이 병원을 방문하고 진료받는 환자들 간의 긴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라고 하겠습니다.

 

 이 병원은 지역 외상 센터를 겸하고 있어 대부분의 환자들이 골든 타임이 요구되는 응급 수술 환자들이었습니다. 이러한 병원의 특징 때문인지 드라마라는 특수 상황에서 인지 여기에 등장하는 환자들이 실제로 일반 병원에서 볼 수 있는 환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조폭, 살인을 저지른 무기수, 구급 대원, 국방부 장관 등등... 그리고 병명 또한 총상, 칼, 도끼에 찔린 자상, 교통사고, 등등...


 응급실에 이런 위급한 환자들로 넘쳐나는데 의료진들은 너무도 늠름합니다. 지금의 저 같으면 놀라고 겁먹어서 일하기 시작한 날 그만 둘만큼 엄청난 병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도 전에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런 응급 상황이 많은 병원에 잠깐 근무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이런 환자분들도 매일 보면 적응이 되어 잘 놀라지 않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위중한 환자들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이 돌담 병원의 응급실과 수술실을 보면서 정말 정신없이 드라마에 빠져 들었습니다. 거기다가 거대 병원 원장과 거대 병원에서 파견되어 온 돌담 병원의 신임 원장 박민국의 비리와 비인간적이고 비의료적인 모습이 양념처럼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감칠맛이 도는 드라마였습니다.


 물론 의료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다시 한번 느끼지만 우리나라는 정말 드라마를 잘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재미면에서, 완성도 면에서, 배우들의 연기면에서, 배우들의 외모면에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수술실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마취과 의사도 2 명이나 나오는데, 인간적인 남도일(변우민)과 차갑고 기회를 쫒아가는 이미지의 심혜진(박효주)과 같은 대조되는 마취과 의사들이 극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제 브런치의 조회수가 올라간 이유가 이 드라마를 보시면서 수술실, 마취과에 대한 궁금증으로 브런치 검색을 하시다가 제 브런치의 제목을 보시고 방문하셨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미루어해 보았다.


 아쉽게도 저의 글 속에 나오는 수술방은 이 돌담 병원의 분위기와 사뭇 다릅니다.

 제가 근무하는 수술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술은 대부분이 암 수술인지라 정규 수술이 대부분이고 응급 수술이 적으며 외상 수술은 거의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돌담 병원에서 일어나는 스펙터클한 이벤트는 거의 없지만 어떤 수술방에서도 수술 동안에는 긴장감과 긴박함이 늘 존재합니다. 외상 수술처럼 대량 출혈은 별로 없지만 일단 출혈이 심하게 발생한 경우는 외상 수술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많은 출혈이 오랜 시간 지속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매우 드물게 일어납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항상 승리하는 이야기의 결말이었습니다.

 드라마 세계의 신은 항상 정당한 사람, 옳은 길을 가는 사람들의 편을 궁극적으로는 들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어떠한가요? 제가 그동안 보아왔던 병원 스토리들, 병원에서 난무하던 이야기들, 병원 의료진들 간에 일어났던 이야기들의 결말이 반드시 그러하지 않았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박민국 원장 같은 사람들이 득세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기 일 열심히 하고 환자 열심히 보는 것만이 의사가 할 일이 아니고 행정도 알고 정치도 할 줄 알아야 병원에서 목소리도 커지고 세력도 커져서 자기 하고자 하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진료 보고 논문 쓰는 일만 하는 의사는 일을 덜 하는 의사로 취급받는 구조이지요. 일 잘하는 의사란 돈 많이 벌어오는 의사라는 것은 어느 병원에서나 통하는 명재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여러 번 울기도 했습니다. 특히 구급 대원의 어머님께서 딸의 뇌사 판정후 장기 이식을 동의하지 않으셨다가 같이 중환자실에 입실해 있는 신장 이식이 급한 무기수 어머님의 슬픔을 보시고 장기 이식을 동의하시게 되었습니다. 그 딸이 장기 이식 공여자로 수술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오열할 때 저도 같이 오열하였습니다.


 대학 병원에서 근무할 때 장기 이식 수술은 여러 번 참여했으나 모두 장기 이식 수혜자 수술이었고 공여자 수술은 본 적이 없었던 지라 그분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경험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참으로 우물 안의 개구리 식으로 환자분들을 접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혹시나 저의 이 브런치를 방문하시고 '낭만 닥터 김사부'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병원 이야기, 의사들 이야기, 환자들 이야기에 대한 많은 글들이 출판되거나 SNS상에 떠돌아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중 정말 잘 쓰인 글들도 많습니다.

 박경철 선생님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얼마 전에 출간된 김선영 선생님의 '잃었지만 잊지 않은  글은 읽고서 많은 감동을 받은 책들입니다. 의학에 관한 에세이를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수술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글은 그리 많지 않았나 봅니다. 제 브런치의 조회수가 이렇게 많아진 걸 보니...


 '낭만 닥터 김사부'만큼 스펙터클하지는 않지만... 

 정의가 승리하는 이야기는 없지만...

 암 환자분들의 힘겹지만, 세상과 병을 향해서 용기 있게 견디고 살아내시는 분들의 이야기. 부족함이 많지만 하루하루를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50대 꼰대 의사의 이야기를 읽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혹시나 하시고 조회하셨다가 역시나 하시고 가시는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금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난리가 났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며칠 전부터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인지 다단계인지 하는 집단으로 인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무서운 확산으로 공포에 휩싸여있습니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의료진들도 답을 찾을 수 없기에 너무도 답답한 마음,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모두들 힘내시고 하루하루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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