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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Nov 08. 2022

차나 한잔하시게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보일러를 틀지 않으면 잠에 들기 어려워졌고,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몸을 웅크리게 되었습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무조건 차가운 음료를 마시던 저였지만, 요즘 따라 따뜻한 것들에도 손이 갑니다. 나이가 들면서 변한 것인지, 아니면 나이와 관계없이 제 습성이 변한 것인지는 모를 일입니다. 

    

또 하나 최근 들어 변한 것이 있다면, 아침을 차와 함께 여는 것입니다. 뜨거운 음식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거리를 두던 차도, 따뜻한 마실 것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가까워졌습니다. 이전 같았다면 차가운 얼음이 들어 있는 커피와 하루를 시작했겠지만, 저는 오늘도 따뜻한 작두콩 차로 제 잠긴 몸을 깨웠습니다. 차의 깊은 맛이라든가, 향이라든가 그런 것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커피보다는 몸에 좋은 것으로 하루를 채운다 생각하니 제 나름대로는 만족스럽습니다.     


아침에 우연히 한 글을 보았습니다. 조주선사라는 인물과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그는 차와 관련이 깊은 인물이었습니다. 제가 본 일화 또한 차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조주선사에게 찾아와 질문을 던진 이들에게 “차나 한잔하시게”라는 화두를 지속적으로 던진 이야기였습니다.     


저 또한 오늘 제게 같은 말을 던져보았습니다. 어려움을 맞이해 힘에 부칠 때 “차나 한잔하시게”, 어이없는 일을 겪고 힘이 빠질 때도 "차나 한잔하시게”라고 스스로 말을 걸며 차와 함께 생각을 정리하려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차를 마셔도 그리 큰 변화는 없습니다. “차나 한잔하시게”라는 말의 의미가 제 삶에서 우러나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그래도 제가 차를 마시는 것 또한 어느 시절 인연이 남겨 두고 간 습성이리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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