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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우 May 18. 2022

가다 되돌아오는 산문시

유의미한 제자리 걸음을 배우며, 삶 읽기

요즘 시를 배운다. 정확하고 다양한 언어로 말하고 싶기 때문에. 오늘 강의 중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을 요약해 옮겨본다. "산문시는 똑바로 앞을 보고 전진하는 글이다. 운문은 지속적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산문시는 직진하는 산문에서 어디론가 되돌아오거나, 산문의 품에서 독특한 회전의 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해설을 보며 문보영 시인은, '우리의 생각들이 계속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옮겨가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진하고 되돌아온 것은 위치적으로 결국 나아가지는 못한 것. 하지만 그 돌아온 곳이 원래의 자리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시는 유의미한 제자리걸음일 것이라고.


내 삶의 일부분이 산문시를 닮아 있었다. 잠들 때조차 끙끙 앓고 이를 꽉 물며 최선의 기한을 늘려갔다. 그러나 나는 다시 제자리로, 어쩌면 그보다 더 바닥으로 돌아와야 했지. 돌아온 곳은 내가 두 발을 간신히 붙이고 서있던 곳이 아니었다. 낯선 곳에서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일어서고 싶어 끙끙거렸다. 그러나 나의 (종국에는) 제자리걸음들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것. 이 삶의 조각이 반복되더라도, 반복은 흠결이 아니다. 나의 삶이 한 편의 시라면, 유의미한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그리고 이 굴레를 겪고 나서 직진하면서 되돌아오는 듯이, 나선형으로 나아가게 될지도 모르지.






강의는 클래스101, 문보영 시인님의 "일기 쓰듯 시 쓰기"입니다.


희우 작가 일상과 조각글이 담겨있는 인스타그램에서도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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