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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Nov 22. 2023

산호동 오지라퍼

사람은 말 걸지 마

그렇다. 내가 사는 곳은 산호동이다.

내가 사는 지역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산호동이라는 걸 밝혀도 될까. 고민을 했더랬다.

서울이나 경기권은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00동’이라고 말해도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지방 소도시인 이곳은 괜히 드러내기가 좀 그렇다고나 할까.


그래놓고선, 이렇게 오픈하잖아요?!


네, 이 오지랖이요, 어디 안 가더라고요.



노란색 펜스


오늘은 동네 마트에서 세일을 시작하는 날이라고 전단지가 집집마다 친절하게 배달됐다.

친절한 우리 집 꽃게씨는 그걸 식탁 위에 살포시 둔다. 나 보라고.



마침 세일 첫날만 바나나가 1980원이라는 정보를 얻었고,

독감으로 등교중지인 둘째와 사이좋게 점심때 계란을 하나씩 먹고 나니

계란도 똑 떨어졌다. 겸사겸사 동네 마실 삼아 마트로 갔다.



아이들 학교 쪽으로 갈 일이 잘 없었다.

걷뛰를 하러 나가는 쪽은 운동장 쪽이라 반대방향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학교 쪽으로 가는 길에 펜스가 바뀌어있다.

샛노랗고 높이도 꽤 높다.

옆에 살짝 보이듯, 은색으로 된 펜스일 때는 사람들이 막 넘어 다녔는데,

이건 웬만해서는 넘다가 다리가 찢어질 듯하다.



안심반사경


일부러 저녁에 걸으러 나가지 않고 싶어서 마트 가기 전에 동네를 한 바퀴 둘렀다.

아이들 통학로라서 그런지, 주택가라서 그런지 보이지 않는 것도 생겼다.

‘안심 반사경’

얘는 무슨 역할을 할까?

두 개를 봤는데, 모두 골목이 연결되는 곳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다.

당신의 행동이 다 보인다는데, 사진 찍는 나도 아주 잘 보인다.

모쪼록,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



동네에선 많은 사물이 말을 건다.

관찰력이 좋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데, 주변에 뭐가 생겼는지, 뭐가 바뀌었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로 생긴 가게가 얼마나 갈지, 그 위치에 그 가게가 들어서는 게 맞는지,

이전에 같이 일하던 실장님과 이야기하면서 항상 우리는

‘산호동 오지라퍼’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아, 하지만 오지라퍼라도 사람은 안 건드린다.

MBTI  49% I라서, 길 가는데 누가 말을 걸면 말하기 싫을 때가 대부분이다.

멀리서 아는 얼굴이 보이면 ‘돌아갈까’가 먼저 떠오른다.



가끔 동네 찐 오지라퍼님들이 말을 걸 때가 있다.

겉으로는 ‘아, 네네’ 하지만,

속으로는 ’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이 자리를 피하지?‘ 고민 중이다.



동네를 구경하며 걷지만,

일방적으로 내가 사물에게, 자연에게 말을 걸고 답을 듣고 싶다.



자칭 산호동 오지라퍼는 그렇게 동네를 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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