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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작가 Mar 02. 2024

내 삶이 리듬을 타기 시작한 순간

그때의 나 지금의 나 앞으로의 나

2019년이었나.

돌쟁이 아기를 데리고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기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첫 영상이다.
기타를 배우고 5개월 즈음 지났을 때.

싱크도 안 맞고 기타도 안 맞고 :)

기타를 시작하면서부터
내 인생에는 생각지 못한 즐거움이 생겼다.
삶이 변하기 시작했던 것.

일 년 즈음 지났을 때였나. 브런치에서 '시작'이라는 주제로 공모전을 열었고 나는 기타를 만나고 시작된 내 삶의 리듬에 대해 적었다.



처음 내 글이 세상에 등장한 순간.
지금도 떠올리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
내 시작은 글보다 기타가 먼저였다.

즐거워 부르는 나의 노래가, 나의 진심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굉장한 경험.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살던 내가
세상 밖으로 박차고 나간 이유는
나의 아주 작은 재능으로 만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명이 좋아서였다.

그때의 나는 나의 하잘것없는 노래가
나에게도 남에게도 위로가 된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고, 감사하고, 행복했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되다니.
더 바라는 건 없었다.
그 자체로도 이미 충만했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도 여전히 나는 그 마음을 지키고 있을까.

그때의 나와 교감하던 이들과는 조금 멀어졌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멀어졌을 수 있고,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서 일 수 있고,
누구의 말처럼 내가 변해서 일 수도 있다.


더 이상 기타를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기타와 노래 연습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다.





음악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내가 앞에 나서기보다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는 자리에 앉는다. 누군가의 꿈이 이루어지는 자리의 백코러스. 아마 이곳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리라 생각하며.


그러려면 더 이상 기타를 들고 다니며 수줍게 나의 이야기를 노래로 전하는 사람이면 안되었다. 글로, 말로, 행동으로 좀 더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때의 내가 생각지 못한 아주 작은 계기로 엄마에서 나로 살 기회를 얻은 것처럼, 나와 비슷한 엄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싶어서 수도 없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나날은 그 일을 왜 하는 거야?


사람들은 계속 묻는다. 내가 앞에서 뛰는 일이 더 빛나는 일일 텐데,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럴 텐데. 언젠가 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으려나. 하나 분명한 건 기타를 들고 세상에 나왔을 때만큼 즐겁고 설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내가 소진되기보다 채워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도구가 바뀌었을 뿐, 방법이 바뀌었을 뿐.

나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묵묵하게 내 길을 가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테지.




모든 말을 잃었다. 어떡하지.


오늘 이글이 시작된 이유다. 나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기타가 부서졌다.

기타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할 즈음 어디서 구해온 입문용 기타가 아닌 새 기타를 갖고 싶어 조금씩 돈을 모았다. 옆집에서 잠깐 빌려온 기타를 막둥이가 쓰러뜨리지만 않았다면 아마 기타를 샀겠지. 목이 댕강 부러진 기타를 보고 발만 동동 구르다 어쩔 수없이 새 기타를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혹시나 싶어 부러진 기타는 수리 센터에 맡겼다. 그렇게 대수술을 하고 나에게 온 기타는 지금까지 4년 넘게 나와 늘 함께 했다.

공연도 하는데 이제 좋은 기타 좀 사라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도 이 기타를 애지중지했던 건, 나의 시작을 함께한 의미 있는 기타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도 아닌데 굳이 좋은 게 필요한가 싶기도 했다. 그랬는데.

인도에 다녀온 한 달의 시간 동안
주인의 손길도 받지 못하고
남한산성의 찬 기운을 견디지 못해서
기타가 깨져버렸다.



굳은살 박이도록 열심히 연습하던 시간도,

사람들 앞에서 아주 큰 용기를 냈던 시간도,

이 기타를 들고 노래하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웃음소리도.


순식간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내 탓이다.  기타를 들지 않는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방치한 시간이 미안해서 울적했다. 옛 영상을 부러 찾아보았다. 어설프지만 신나 하던 얼굴이 가득 담긴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졌다. 부끄러움은 덤이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어.
덕분에 내 삶에 리듬이 생겼어.
덕분에 많이 행복했어.


그러니 잠시만 우울하고,
나는 또 즐거운 리듬을 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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