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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Oct 26. 2021

멘붕의 안드로메다를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호사의 <쓸데없어 보여도 꽤 쓸모 있어요>를 읽고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나는 왜 이럴까?'인 듯하다. 인간은 실수를 하고 또 그것을 반복한다. 실수의 당사자가 내가 될 때면, 우주의 먼지처럼 가벼운 나의 존재감에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 나서 이 우주의 먼지는 어디에 정착할 수 있을까 자책하며, 멘붕의 안드로메다로 여행을 떠난다.



우주의 먼지도 쓸모는 있다 

"쓸데없어 보여도 꽤 쓸모 있어요" 


책의 제목인 이 한마디는, 어쩌면 자신을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낄 모든 사람들에게 작가가 전하는 위로인지도 모르겠다. 호사 작가가 언급하는 먹다 남은 식빵, 양말, 김밥의 쓸모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효용성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작가는 괜찮다고 말한다. 그에게 작은 행복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이는 '양말'의 쓸모. 패셔니스타만이 아는 패션포인트만은 아니다. 신발을 무한대로 모을 수 없는 사람에겐 양말이 하나의 컬렉션이 된다. 또, 자신만 아는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호사 작가가 말한 양말이란 '약'의 순기능이다.  


이 꼭지를 보고 오랜만에 <아무튼, 양말>을 떠올렸다. 이 책의 저자는 양말 예찬으로만 한 권을 채웠다. 이 글을 읽을 때 느껴졌던, '양말에 대한 애정'이 이 꼭지에서 느껴졌다. 그런 점에서 미루어보건대, <쓸데없어 보여도 꽤 쓸모 있어요>는 호사라는 한 사람의 아무튼 시리즈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로 책 한 권을 채웠고, 그 책이 읽는 이로 하여금 위로를 받게 한다는 점이 닮았다.


여기서 양말을 빼고 사람을 채워본다. 그러면 누군가는 그 사람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할 테고, 그 존재 자체로 위로가 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듯,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분명
쓸모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상황이나 시간에 따라
그 쓸모가 흐릿해진다.
잠시 희미해졌을 뿐일 쓸모를
우리는 애초에 없던 존재로
취급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똥멍청이 같아 괴롭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 보길 바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더는 순간,
내 곁에 있는 하찮은 것들이
 다시 보일 것이다.


_프롤로그 <분명 빛날 거야, 당신의 쓸모> 중에서 


자신을 깎아내리는 데에 익숙해진, 어깨가 안쪽으로 말린 소심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 "당신은 쓸데없다고 느낄 테지만 꽤 쓸모 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당신이란 존재만으로 위로를 받아요."라는 작가의 메시지와 함께. 



우리는 '자신'을 모르고 산다


책을 쭉 읽어나가면서, 나는 이것들을 좋아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평소에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없다. 끝내지 못하면 퇴근할 수 있는 일이 쌓여 있고, 늦은 밤 집에 오면 아침에 쌓아두고 간 설거지거리가 있다. 양옆으로 산적하는 일 사이에 앉아 '나'를 생각하는 건 사치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모두들 말하지만, 실생활에서 그 시간을 누리는 건 쉽지 않다. 한때 모두가 미친 듯 MBTI에 열광했던 것은 그렇게나마 내가 어떤 성향인지 찾고 싶어서는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독서가 좋았다. 오랜만에 내가 누군가 생각할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책이 끝날 즈음 '성분 분석표의 쓸모'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이 부분을 보며, 마지막으로 현재 나는 어떤 감정에 쌓여 있나를 생각해봤다. 좋아하는 것과 소중히 여기는 것, 그리고 내 상태. 이 세 가지를 훑어보면서 나는 '나'를 다시 한 번 써내려갔다. 그중  두 가지만 공개해본다. 



'나'의 성분 분석표 
-감정 정보
피로 50%  부담 20%  배고픔 10% 
 억울함 5%  귀찮음 5%  졸림 5%
기쁨 3%  여유 2%

-영상 콘텐츠 함량표
힐링(50%) : <슬기로운 산촌생활>, <해치지 않아> 
추리(30%) : <크라임씬1~3>,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코미디(10%) : <운동천재 안재현>
그 외 : 대표님 최애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 등 



내겐 쓸모 있는 무엇 


여행을 기억하기 위해서 엽서를 사곤 한다. 누군가는 나에게 종잇쪼가리를 사온다고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쓰지도 않을 걸 사는 게 의미가 있냐고 물었다. 


그들에게 백 번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내게 엽서는 큰 의미가 있다. 가장 먼저 여행지를 기억하게 하는 해마와 같은 존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의 크기를 대신 표현하는 매개체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에 마음을 담아 선물한다는 것, 내가 가장 최고로 취급하는 선물이다. 받는 이들은 알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엽서를 모으는 취미를 누군가는 정말 쓸데없다고 생각하리라는 걸 안다. 그래도 난 새로운 곳에 가면 엽서를 살 것이다. 그게 내겐 쓸데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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