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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Dec 15. 2021

[독서 기록]이 책만 따라 하면 이번 카피는 무사통과

이유미의 <카피 쓰는 법>을 읽고

책을 만드는 전 과정이 버겁고 힘들지만, 그래도 그중에 가장 지옥 같은 일을 꼽아보자면 내겐 '카피'를 잡는 일이 그렇다. 책을 만들고 내보낼 때 많은 카피가 필요하다. 앞표지에서는 책을 한두 줄로 설명하는 카피가 들어가고, 책 뒤표지에는 이 책을 소개하는 문단 하나와 그를 요약하는 카피가 들어간다. 온라인서점에서 독자들이 보는 소개글에서 굵은 글씨로 나오는 것 역시 편집자의 몫이다.


자신이 만든 책의 카피를 쓰는 게 왜 어렵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내 새끼를 오랫동안 옆에 끼고 매일까지 씻기고 예절 교육도 시키고 마지막으로 제일 깨끗한 옷을 입혀서 학교에 내보내게 되었는데, 남들에게 처음 소개해야 하니 한 문장으로 내 귀염둥이를 소개하란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게 수만 가지인데,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이 아이가 가장 매력적이고 좋아 보일까 생각을 하다 보면 뚝딱이가 된다. 어째 공들여 쓴 소개글이 가장 이상할 때가 많다. 물론 이 예는 내 경우에 국한될 수도 있다.


매번 책을 내보낼 때마다 "이번엔 우리 새끼를 잘 소개해야 하는데" 하고 덜컥 겁이 나고 매끼 먹은 게 얹힌다. 그래서 매 마감 때마다 소화제를 달고 살 수 없어, 29CM의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이유미 작가가 쓴 <카피 쓰는 법>을 샀다.


일단 200쪽이 안 되는 분량이 맘에 들었다. 속성으로 일타 강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텍스트를 소화하는 시간이 짧았다. 카피를 쓸 때, 그리고 연습할 때 필요한 스킬들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단 한 명의 타깃을 생각하기'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독자를 두루뭉술하게 상정하고 원고를 다듬는다는 지적을 최근에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구체적'이라는 단어의 뜻을 이 책에서 체감한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독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너무 넓은 울타리 안에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모든 콘텐츠 직종 사람들이 말하듯, 저자도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누군가에게 방금 무언가를 말하려다 깜박하고서 '내가 뭘 말하려고 했지?' 한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요? "뚜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라는 문장을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아니, 이것도 포스트잇에 써서 책상 앞에 붙여 놓으세요. 자주 봐야 익숙해져요.
_<메모하기> 중에서


실제로 감정은 휘발된다. 그때 그 장소를 지나치면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특정 대상을 위한 글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 다채로운 감정을 갖는다는 건 중요하다. 아니 그걸 모두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때 활용해야 하는 게 메모다.

계속 메모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습관이 붙지 않는다. 휴대폰 노트를 켜보니 아주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은 흔적이 발견된다. 자꾸 뇌용량을 믿고 싶은 아집을 꺾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틈틈이 기억나는 걸 적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에 퇴근길에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환경을 바꿈으로써 뇌가 유연해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뽑아낸다는 말이다. 재택근무로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아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동네 서점으로 나갔다. 서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갑자기 해보고 싶은 아이템들이 막 떠올랐다.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메모장을 켰다. 결과적으로 그 아이디어는 이번에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책에서 말한 것들을 실천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효과를 맛본 신통방통한 책이었다.

지금 병렬 독서로 같은 출판사(유유)에서 나온 <끝내주는 맞춤법 : 쓰는 사람을 위한 반복의 힘>을 독파하고 있다. 맞춤법을 직접 손으로 쓰고 익히는 워크북 형식의 책이다. <카피 쓰는 법>에 4장이 '연습', 5장이 '실전'을 테마로 하고 있는데, <끝내주는 맞춤법>에 있는 것처럼 직접 써볼 수 있는 코너도 함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실전 학습을 바로바로 해보면 더 기억에 잘 남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존재만으로 오래 도움이 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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