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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Jun 22. 2023

인공조명과 자연 빛

제임스 터렐 James Turrell

현재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1943년생 미국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은 전 세계에서 150회 이상 개인전을 가졌다. 미국 예술 훈장, 각종 재단과 아카데미 등 예술과 건축 분야에서 권위 있는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현대미술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작가이다. 터렐은 빛과 하늘 공간을 이용한 작업을 해왔다. 그는 작가의 시각이 아닌, 관객이 바라보는 빛과 공간에 따라 어떻게 빛을 다르게 느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설치 작품을 만든다.          


James Turrell, 애리조나 사막 휴화산 분화구에 설치한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과 뚫린 구멍 ⒸJames Turrell, https://rodencrater.com/

현재 80여 개가 넘는 터렐의 <스카이스페이스> 설치 작품 시리즈는 1977년 애리조나 북부에 휴화산 분화구를 대형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키며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사막 한가운데 콘크리트로 둥근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대규모 예술작품이다. 터널과 구멍을 뚫어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늘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와 빛의 변화 그리고 공간이 주는 물리적 공간과 힘을 느낄 수 있다. 빛과 공간에 관한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로덴 분화구 안에 여러 공간 중 하나인 동쪽 계단 위로 하늘의 빛이 들어온다  ⒸJames Turrell, photo by Klaus Obermeyer


2012년 라이스(Rice) 대학 캠퍼스에 설치된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는 터렐의 설치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분화구처럼 세워진 구조물로 땅과 같은 지면 층에는 음악 공연을 할 수 있는 내부 공간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 전망대 같은 공간에 앉으면 위에 캐노피처럼 사각형 구조물이 덮여있다. 사각형 구조물 가운데에는 사각 구멍이 뚫려 있다. 옆 사방으로 열린 공간이다. 일몰과 일출 시간이 되면 사각형 구조물에서 LED 조명이 천천히 변하며 빛이 나온다. 그리고 동시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도 볼 수 있다. LED 인공 빛과 하늘빛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인공 색과 자연색의 다양한 빛 변화를 보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자극받는다. <스카이스페이스>는 빛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며,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라이스 대학에 설치된 <스카이 스페이스> ⒸJames Turrell, moody.rice.edu


터렐의 주요 매체는 빛이다. 빛은 회화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철학과 종교에서 깨달음, 영적인 각성이나 초월에 대한 은유로도 자주 사용되었다. 또한 빛은 에너지와 치유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터렐은 '순간의 빛으로' 관람객에게 ‘현재 시’과 ‘나’를 느끼게 한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떠오르지 않는 ‘순간’을 경험하게 유도한다. 빛과 색에 온전히 집중하며 몰입하는 시간은 내면의 속도를 늦추고 심리적 에너지를 얻게 한다.  

라이스 대학에 설치된 <스카이 스페이스> ⒸJames Turrell, moody.rice.edu

터렐의 설치 작품에는 어떠한 중심이나 주제가 되는 초점, 대상, 이미지가 없다. 터렐의 캔버스는 하늘이고 땅일 뿐이다. 그는 고요하고 미니멀한 미학이 돋보이는 설치 작품으로 온전히 빛과 공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미술관이 아닌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설치한 구조물 공간 안에서 관람객은 신비롭고 미묘한 빛의 특성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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