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는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았다.
나는 모유를 먹지 못했다.
임신을 하고 나면 다들 '엄마는 어땠는지'를 묻는다. 엄마의 입덧은 어땠는지, 엄마는 나를 몇 킬로로 낳았는지, 엄마는 젖몸살이 어땠는지 등등. 임신, 출산과 관련해서는 엄마의 체질을 많이 따라간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모유 수유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나와 내 동생은 모유를 먹지 못했다. 내 동생은 초유도 한 번 물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 지금처럼 모유 수유를 위한 전문 마사지를 받거나 모유촉진차, 모유 촉진을 위한 약 처방과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분유만 먹고도 잘 자랐고, 발육상태가 뒤떨어진 적도 없었으므로 분유 수유에 대해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막연히 엄마를 닮아 모유 수유가 안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스스로 위안하는 마음으로 분유의 장점을 먼저 꼽아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예상과는 달리 나는 임신을 하면서 가슴이 크게 불어났다. 임신 초반부터 속옷 사이즈를 모두 바꾸어야 했다. 엄마도 임신 후 변해가는 내 옷태를 보며 너는 어쩌면 할머니와 고모 체질을 닮았나 보다 이야기했다. 나는 그제야 내 가슴에서 젖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가능하다면 아이의 유치가 나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모유 수유를 해보자 남편과 이야기했다.
모유 수유를 위한 준비는 끝났다.
산부인과에서는 나에게 모유 수유의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모유 수유를 하고자 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젖을 물리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나는 아직 젖은 돌지 않지만 모유 수유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아이가 태어난 지 2일 차 신생아실 면회 시간에 아이에게 젖을 물릴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나는 뭐든 시작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책과 이론을 긁어모은다. 카페 알바를 할 때는 커피 관련된 책을 사모았고, MD 일을 시작할 때는 패션 MD에 관한 시중의 거의 모든 책을 살펴보았다. 뜨개질을 시작한 후로 책은 물론 뜨개질 유튜브 채널만 십 수개 구독 중이다. 이번 모유 수유는 유튜브로 배웠다. 엄마는 모유 수유 경험이 없었고 코로나로 인해 예비 부모를 위한 강좌는 모두 무기한 휴강 중이었다. 모유 수유와 관련된 몇 개의 채널을 구독하며 젖몸살을 줄여주는 마사지, 젖량을 늘리는 방법 등 모유수유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이론 준비를 빠삭하게 완비했다. 이미 출산용품을 준비할 때 수유쿠션도 사두었다. 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첫 평가의 시간
신생아실 면회 시간이 되었다. 아이에게 처음으로 젖을 물릴 시간이 된 것이다. 수유실에 들어가기 전 손을 깨끗이 닦고 온 몸에 살균소독제를 뿌렸다. 핸드폰을 일회용 비닐에 넣고 수유실에 입장할 수 있었다. 회음부 방석에 앉아 수유쿠션을 무릎 위에 얹고 잠시 기다리니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를 안고 오셨다. 캥거루 케어 이후에는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로 하루 3번, 정해진 면회 시간 15분씩 얼굴만 볼 수 있었던 우리 아이였다.
간호사 선생님의 지도 하에 산모복 앞 단추를 풀고 한쪽 가슴을 내놓았다. 간호사 선생님은 수유 쿠션 위에 아이를 올려주시며 내 가슴을 살폈다. 나는 이 순간 이후 병원, 산후조리원, 마사지실까지 내 가슴과 유두를 그 어떤 섹슈얼한 이미지와 연결 짓지 않고 오로지 젖병과 젖꼭지로 보는 여러 개의 시선들을 만났다.
내 가슴에 대한 첫 평가는 좋지 않았다. 유두가 작고 짧아서 아기가 빠는 힘이 생기기 전까지 자연스러운 모유 수유는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결책은 시중에 판매되는 유두 보호기 또는 젖꼭지 하나를 유두에 덧대고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왠지 부족한 엄마 같았고, 아이에게 잘못한 것 같았다. 병원 밖의 나는 하루의 일과와 주간 단위 계획이 항상 머릿속에 있었고 그를 위한 준비 역시 완벽한 사람이었는데, 병원 안의 나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어수룩하고 부족했다. 간호사 선생님은 소독된 젖꼭지 하나를 가져다주시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아이는 스스로 젖을 찾아 물었다.
수유 쿠션 위에는 낯선 내 아이가 있었다. 입을 뻐끔거리며 꽁꽁 싸 맨 속싸개 아래로 몸을 꿈틀댔다. 조심스럽게 속싸개 아랫부분을 들춰 아이의 발을 찾아보았다. 아직 검붉다 싶을 정도로 빨간 아이의 발바닥을 찾았을 때, 입이 절로 벌어지며 웃음이 나왔다. 작고 따뜻한 발을 오른손으로 살짝 쥐었을 때, 눈도 뜨지 못한 아이가 내 가슴으로 달려들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윗입술을 뾰족하게 만들어 젖을 찾아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아기새가 둥지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 같았다. 아이의 한 발을 손에 쥐고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이는 제게 젖을 물릴 줄 모르는 엄마를 대신해 스스로 젖을 찾아 물었다.
임신 기간 중 모유 수유를 위한 준비를 해왔지만 그건 그저 이론과 용품이었을 뿐이지 마음의 준비는 아니었다. 아이를 안으면 심호흡도 하고 태명도 불러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일종의 의식을 치를 생각이었다. 내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위한 의식이었다. 하지만 내 계획과 준비가 통하지 않는 이 절대무적의 존재, 내 아이는 엄마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아이가 처음으로 젖을 물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아프다'. 모유에 대한 여러 이미지 중 아픔은 없었는데, 태어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작은 신생아가 빠는 힘은 생각보다 강했고 당황스러웠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였다.
나는 아직 내 아이가 낯설다.
그 사이 간호사 선생님이 돌아오셨고, 수유를 위한 바른 자세와 유두 보호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아직 어린 아기는 젖을 물다가 잠드는 경우가 많다며 귓바퀴를 살살 문질러 아이를 깨우는 법도 알려주셨다.
나는 손도 대기 무서운 내 아이를 간호사 선생님은 가볍게 안고, 자세를 바꾸고, 잠을 깨웠다. 내 뱃속에 열 달 담아 세상에 데려온 내 아이인데 이틀 만에 신생아실의 선생님들과 더 친해진 것 같았다. 나보다 내 아이를 더 잘 아는 듯한 간호사 선생님의 손길에 작은 질투가 일었다. 하지만 내가 안고 만질 용기는 나지 않았다. 수유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기가 죽은 엄마는 제 아이와 관련된 일에 한없이 작아진다. 작아지고 움츠러든 나의 마음과는 별개로 낯선 내 아이는 이날부터 내 젖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