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콘서트 1N회차를 다녀와서
나는 최근 몇 년간 빠짐없이 god 콘서트에 가고 있다. 이 하루는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맡기고, 일이나 아이에 대한 한 자락의 걱정까지도 내려놓고 온전히 팬으로서의 시간을 누린다.
"작년에 간, 똑같은 콘서트를 왜 가냐"고 물으신다면, "하늘 아래 똑같은 콘서트는 없다."고 답하고 싶다. 같은 콘서트도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이 모두 다르다. 일 년을 쉬고 다시 만나는 1회 차 콘서트에 설렘과 긴장이 있다면 2회 차는 이미 1회 차 내용을 sns와 유튜브로 학습하고 온 팬들과 여유 있게 즐기는 공연이다. 3회 차 콘서트에는 이제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다음을 기약하는 약속이 남는다. 하물며 작년과 올해의 콘서트는 콘서트의 콘셉트부터 셋 리스트, MD 상품까지 완전히 새롭다. 그리고 나에게 '매년 god 콘서트를 본다'는 것은 다른 큰 의미가 있다.
첫째, 나는 경제적으로 성장했다.
지금의 나는 공연 날짜와 좌석이 뜨면 '티켓 가격이 얼마일까'가 아닌 '어느 좌석이 더 편하고 시야가 좋을까'를 고민한다. 어린 날에는 콘서트 티켓 값을 듣자마자 '아, 이번에도 못 가겠구나.'라는 단념부터 하던 날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면서 매해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일은 나에게 단순한 공연 예매가 아니다. 생활비를 아끼려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던 취준생, 밥 먹고 숨쉬기만 해도 훌훌 빠져나가는 통장을 고민하던 학생이 아니라 어엿하게 스스로 밥벌이 이상의 돈을 벌고 있다는 증명이다.
둘째, 그곳에는 아직도 나를 '얘들아', '너희들'이라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한 아이의 엄마로 '누구 어머니'라 불리며, 회사에서는 '팀장'인 나도 콘서트장에 들어서면 여전히 '팬지꼬맹쓰'다. 아직도 코찔찔이 아이로 봐주는 오빠들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큰 위안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나는 엄마가 되었다. 사랑하는 아이를 얻은 행복과 비례하는 책임을 얻었다.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커리어를 설계하며 팀장직을 달았다. 매일 시시각각으로 조여 오는 자리에서 한 줄기 위안인 줄 알았던 연봉인상, 그 안에는 위아래로 보아야 하는 눈치값도 포함되어 있었다. 24시간이 긴장과 책임으로 점철된 30대 워킹맘의 364일에 더해지는 하루의 휴가가 나에게는 god 콘서트이다.
그곳에는 노래 몇 소절만 크게 불러도(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너희들 최고'라며 엄지를 들어 올려주는 오빠들이 있다. 25-6년 전 코 찔찔 흘리던 너희들이 이렇게 잘 컸다며 대견해해주는 오빠들이 있다. 이 날만큼은 체면이란 게 없던 그 어린 날처럼 노래 부르고 소리 지르며, 일 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이 자리 표를 구한 나 스스로를 칭찬만 한다.
나는 어쩌면 매년 '잘하지 않아도'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찾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올 일 년 잘 보냈다는 토닥임을 받기 위해. 너희 멋지게 컸다는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이번 콘서트 역시 수많은 노래와 메시지로 한껏 칭찬과 위로를 받고, 새로운 일 년을 살아내기 위한 자리로 돌아간다. 내년에 또 만나요. 나의 오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