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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리 Feb 23. 2020

4대보험료에 숨겨진 의미

제가 신입사원 시절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 4대보험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중요치 않고 귀찮은 업무라는 이유로 언제나 신입사원의 몫이었던 것 같습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4대보험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노무법인에 걸려오는 전화 문의 중 상당수가 “어떻게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 와 같은 4대보험에 관한 질문입니다.


사람들이 4대보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인력의 고령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준조세(準組稅)라며 원망의 대상이었던 국민연금을 실제로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본인의 국민연금 예상 수령 금액을 조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건강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4대보험의 혜택이 늘어나는 만큼 보험료 인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급여에서 차지하는 4대보험료(노사 합산)는 약 20% 수준이나, 앞으로는 30% 까지 높아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국민연금 9%, 건강보험 6.67%, 고용보험 2.05%(150인 이상), 산재보험료 1.56%(20년 평균값)  

 

그렇다면, 본인의 월급에서 매달 공제되는 4대보험료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이번 달에는 4대보험료가 왜 이렇게 많이 공제되었지?”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4대보험료를 모두 공제하는 노동자는 없습니다.  보험료를 부담하는 유형은 크게 세 가지 유형(3개 부담, 2개 부담, 1개 부담)으로 나뉩니다.  


1) 3개 보험료를 부담하는 자

보통의 노동자는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3개 보험료만 부담합니다.  산재보험료는 모두 사업주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사업주와 노동자가 50%씩 부담하지만, 고용보험은 ‘실업급여’에서만 50%씩 부담하고 고용안정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은 사업주가 100% 부담합니다.

                          [4대보험료 부담 구조]

이와 같이 노동자의 노후 준비(국민연금), 건강 관리(건강보험)에 대해서는 회사와 개별 노동자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산재보험)하거나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고용보험)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사업주에게 4대보험 가입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국민연금, 건강보험은 기업별로 보험료율의 차이가 없지만, 고용보험은 기업규모에 따라서, 산재보험은 개별 사업장의 사고 발생률에 따라서 보험료가 증감될 수 있습니다.  다만,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출퇴근 재해의 경우는 사용자의 관리 범위에서 벗어나 있기에 모든 회사가 동일한 보험료율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 실업급여 기준금액 및 수급자가 늘어나자, 2019년 10월부터 고용보험료율(실업급여)이 기존 1.3%에서 1.6%(노사 각각 0.8%)로 인상되었습니다.


주변에서 개인사정으로 퇴사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사정을 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남들이 능력껏(?)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나랑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업급여는 정해진 고용보험기금 내에서 운영되기에 실업급여 수급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노동자와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고용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출퇴근 재해나 실업급여 등은 개별 기업이나 노동자별로 다뤄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공동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2) 2개 보험료를 부담하는 자

자영업자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2개 보험에만 가입합니다.  최근 소규모 사업장의 자영업자가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임의 가입범위를 확대하였지만, 아직 가입자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영업자는 급여에서 보험료를 얼마나 공제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자영업자는 사업주 부담분과 노동자 부담분을 모두 본인이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이나 빵집 사장님은 사업주이면서 스스로 고용된 노동자인 셈이지요.  그러나,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의 4대보험료를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자영업자에게 본인의 ‘노동자 부담분’까지 납부하라고 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3) 1개 보험료만 부담하는 자

대리운전기사, 건설기계운전자 등 특수형태종사자는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서 산재보험에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험료는 사용 사업주와 본인이 각각 50%씩 부담합니다.  일반 노동자의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100% 부담하는 것에 견주어 보면, 특수형태종사자는 반노 반사(半勞 半使)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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