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야간시간(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에 일하는 경우에는 야간근로수당 1.5배를 지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수습기간이나 도제(徒弟)식으로 기술을 알려주는 곳에서는 야근수당은커녕 기본급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가까운 예로, 노무사 시험에 합격하면 노무사 사무실에서 몇 개월 간의 실무수습을 거쳐야 합니다. 해당 기간에 보조적이긴 하지만, 일을 수행하므로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에 대학을 갓 졸업한 B는 이와 같은 관행이 부당하다며, 선배 노무사에게 컴플레인을 제기하였습니다. 선배 노무사는 “신입에게 일을 가르쳐주는데, 수당까지 줘야 하냐?”라고 하며, 싫으면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하네요. 한편, 40세가 넘어 뒤늦게 시험에 합격한 C는 수당은 필요가 없으니, 일할 기회만 달라고 합니다.
B와 C가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B는 수습기간을 ‘노동’에 포커스를 맞췄고, C는 ‘배움’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배움과 노동’을 함께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비중은 일률적이지 않고, 저마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서 경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몇 년이 흐른 후 B는 기업 인사담당자로 취업을 하였고, C는 노무사 사무실을 개업하였습니다. 제가 시험에 합격했을 무렵 어느 선배 노무사로부터 “수습은 월급을 많이 주는 곳보다 일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을 택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 말은 어떤 이에게는 의미가 있고 다른 이에게는 노동을 착취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vs 보람은 됐고, 야간근로수당이나 달라)
전자는 기성세대가 하는 말이고, 후자는 청년들의 시각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다 정확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 여부와 하는 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평생 직업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다가서게 됩니다. 반면에,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고,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노무사가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노무사가 되었습니다. 개중에는 청년시절부터 본인의 진로를 확실히 정하고 해당분야에서 매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조금씩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배움과 일의 연결] [배움과 일의 연결 불확실]
젊은 시절에 경험한 고생이 약이 되는지, 그냥 고생으로 끝나는지 여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가 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청년들에게 현재의 손실을 감수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경영자가 구성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경력개발을 지원해 줄 수 있다면 어느 정도 고생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각자도생만을 강조하는 경영자에게는 야근수당 청구만 늘어날 것입니다.
[배움과 일이 연결되는 회사] [일(수당)만 중시하는 회사]
(살아있는 경험의 가치)
제가 주로 하고 있는 일은 기업의 법률 자문과 노동자의 노동사건 대리입니다. 이중 기업 자문보다 노동사건이 저에게는 훨씬 힘듭니다. 그 이유는 진행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감정이 소진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마음고생만 실컷 하고, 수임료도 못(안)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금 힘들지만, 제가 노동사건을 계속 맡는 이유는 일을 통해서 얻는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처음에는 비슷한 유형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파고들수록 저마다의 다양한 속사정이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끝나면 꼭 하나 이상을 배우게 됩니다. 회사 입장에 설 때는 세밀한 노무관리의 중요성을, 노동자를 대리할 때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이러한 사건을 통해 얻은 메시지는 향후 업무 처리의 지침이 되기도 하고, 넓게는 인생을 살아는 데 방향키가 되기도 합니다.
누구나 쉽게 Text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스토리가 있는 ‘나만의 경험’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