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퇴생의 슬기로운 생활

대학진학률 73.7% 현실 거슬러오르기

by Kat Lee

2020년, 나는 대학에서 나왔다. 아무 미련도 없이 행정부서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당시 나는 3학년 2학기를 지나는 중이었다. 문과 여학생 (‘여학생’이라는 표현은 지양하려고 하지만, 여기에서는 필요하다)이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높은 학점이 아직은 필요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학과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맞지 않는 공부를 이어 나가는 건 너무나도 버거웠다. 책을 펴고 읽는 것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어쨌거나 그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공부에 집중하면 이윽고 나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 수 없을 거야’ ‘할 수 없을 거야’


이외에도 여러 고민을 하다가 자퇴서에 도장을 찍었다. 자퇴를 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크게 변화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우리는 늘 인생의 관문을 앞에 두고 있을 때면, 그 관문을 부드럽게 통과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학 진학률이 고3 학생의 73.7%를 육박하는 현재, 대학 진학은 인생의 관문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관문을 거스른다니, 내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기는 것 같았다. 실제로는 어땠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 때보다 나는 조금 더 행복해졌고, 조금 더 불안해졌다.


대한민국에서 자퇴생으로 살아가기

(주의: 나에게만 해당될 수 있음)


1. 내가 원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어렵다.

나는 참 하고 싶은 게 많다. 경제학과를 자퇴하고, 바로 다른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자퇴까지 한 마당에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 너무 죄송했다. 그래서 대학 시절에 줄곧 하던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찾아보았다. 보통 사교육 업계에서는 대학 휴학생, 대학 졸업자를 선발한다.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일이니 당연히 학력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내 공부를 하며 일하기엔 강사 아르바이트가 적격이었고, 줄곧 해오던 일이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내가 당연시 여기던 알바 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게 첫 번째로 다가왔던 충격이었다. 정말 이 세상엔 쉬운 게 없구나.


2. 나를 소개하기 모호하다.

“어느 학교 다니세요?” “뭐 전공하세요?” 늘 듣는 질문이었다. 전에는 자연스럽게 대답했지만, 자퇴 후에는 대학의 외집단에 속해있는 것 같아서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아, 저 자퇴했어요”

이 말을 꺼내는 자체가 탐탁치 않다. 백수라고 이 세상에 천명하는 것 같아서.

“아, 저 자퇴했어요. 원래는 무슨 대학 무슨 과 다녔어요.”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부연설명이 싫다. 왜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마냥 변명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학생이라고 소개하면, 따라붙는 질문이 너무 많다. 사회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저는 000입니다.”라고만 소개하고 싶은데, 소속 집단, 지위를 밝혀야 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그렇다고 사회구성원인 내가 갑자기 사회를 바꿀 수는 없지 않는가? (바꾸고 싶은 구석은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결론은 어물쩡 어물쩡 넘겨버린다. “그게요…”


내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들이 이 두 사항이었다.


자퇴 3년차, 아직도 자퇴생이라는 이름에 적응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