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에게 우연히 말을 건네었던 어느 날,
곧잘 받아친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어떤 날에는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는 글자 모양만큼이나
민망하고 껄끄러운 것들을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역시나 기대하지 않았던
나의 예상 혹은 바람대로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엉뚱한 소리가 났다.
실존하는 그 어떤 소리보다
어이없는 그 소음에 마음이 진정이 되었다.
마음이 진정되고 나서는 보리차를 끓였다.
물 끓는 소리에서 바다 냄새가 났다.
이마저도 엉뚱했다.
감각의 시점들을 피하지 않고,
조금 더 직관적으로 느껴보기로 한다.
오랜만이다.
뇌를 거치지 않은 엉뚱한 말들이 스믈스믈
식도를 타고 역류하려고 하자
보리차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러자 엉뚱한 단어들과 보리차의 혼합물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이내 시리와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