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Philosoher Vol.25 : 갈등을 받아들이는 연습』
철학 잡지라는 것이 있을까 싶어 찾던 도중, 바다 출판사에서 분기에 한 권씩 출간하는 뉴 필로소퍼라는 잡지를 발견했다. 한 호마다 특정한 주제를 갖고, 그 주제에 대한 철학적 논의 내지는 깊은 고찰을 담은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의 주제는 갈등. 부제가 '갈등을 받아들이는 연습'인 만큼, 일상에 현재하는 갈등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의 불가피성, 불합리성을 마주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철학적 사고를 갖고 나아가야 하는지 각각의 논리를 갖고 소개한다.
참고로 철학은 개인의 논리 위에 구축된 학문이기에, 그 논리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반론이 떠오르고, 제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구축해나간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므로 각 컨텐츠의 내용들에 이입하기보다는, 누군가가 쌓아 올린 철학을 읽고 배운다는 마음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갈등이란 무엇인가. 흔히 우리는 갈등을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으로 구분한다. 이는 단순히 갈등을 양면으로 나누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삶을 양분할 수 있는 하나의 개념이기도 하다. 땅과 바다처럼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다. 이 잡지는 내적 갈등에 집중해, 그것에 고통받지 않거나 적어도 인지할 수 있는 길잡이의 역할을 해준다.
내적 갈등이란 실로 일상적인 삶 그 자체다. 우리가 나이듦을 두려워하는 것도 내적 갈등이고, 발표에 앞서 덜덜 떠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역사적 존재로서 존재하는 한 내적 갈등의 무한한 굴레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은 오늘의 갈등이 있을 것이며, 내일은 내일의 갈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통제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이 갈등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끝없는 연습을 통해 다가온 갈등이 갈등이 아니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갈등은 새로 생긴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갈등의 바다에서 있는 힘껏 헤엄치는 것이다. 내적 갈등의 바다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나라는 존재밖에 없다. 그러기에 나는 갈등을 껴안는다. 나는 갈등을 마침내 이겨낼 하나의 극복 도구로 전락시킨다. 그렇게 나에게 갈등은 그 무게와 존재감을 잃게 되고, 일상적 갈등은 아무렇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매번 강력한 갈등이 나를 도사리고 있지만, 그것조차 나중엔 평범한 갈등이 되고 말 것임은 분명하다.
갈등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과, 갈등 그 자체를 인정하고 극복해나가겠다는 삶의 적극적 혹은 전투적 자세는 갈등으로부터의 부정적 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진취적 자세이지만, 그 둘에는 맷집을 키우는 것과 그와 동시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것과의 동일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난 결코 갈등에 내 삶의 통제권을 넘겨줄 마음이 없다. 맞을 바엔 나도 맞서 싸운다.
내 삶 속 나와 갈등의 전쟁 속에서 그 맷집과 펀치의 강력함은 오롯이 철학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