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폴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한 사람이 작가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말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글 쓰기란 하나의 기도이다.
사르트르는 문학의 역할과 목적, 더 나아가 글을 쓰는 작가의 태도에 대해 명료하고 강하게 주장한다. 반드시 문학은 사회와 정치 전반에 걸쳐 참여적 성격을 띠어야 하며, 글을 쓰기로 '선택'한 작가들은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이다. 사르트르의 철학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그의 논리 전개는 그의 철학에 입각 하에 꽤 빈틈이 없다.
일단, 사르트르는 제2차 세계대전의 나치 시대를 겪고 난 후, 대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가들은 반드시 사회, 정치적 문학을 써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의 신념을 실존주의 철학에 입각해 작가이기를 '선택'했으니, 참여적 글을 써야만 하는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는 식으로 관철하는데 실존주의를 추앙하는 나로서는 꽤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가 겪어온 전체주의 시대를 생각해 보면, 영향력을 가진 작가들이 마땅히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 엉뚱한 발상은 아닌 것 같으나, 그렇지 않은 작가들을 책임을 다하지 않는 자들로 호도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나도 자유와 선택, 책임을 삶의 철학으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구체적 행동 양식을 규정하진 않는다. 작가라서 특정한 사조의 글을 써야 한다던가, 충실히 대중에게 호소하는 작품을 써야 한다던가 같은 것 말이다.
사르트르는 행동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기지만, 나는 그보다 책임에 더 중요성을 부여하는 편이다. 작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나는 작가라는 직업을 자유에 의해 선택했다면, 작가이기 때문에 받는 소비자의 관심은 온전히 그의 책임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따라서, 인기가 없는 작가라서 불평할 것이 아닌, 인기가 없을 수도 있는 타자성 짙은 직업을 선택한 너의 책임에 그 이유를 찾으라고 강변할 것이다.
작가로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철학에 관심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바라보니 문학에 대한 논의보다는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하는 사르트르와 논쟁을 벌이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