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논어』
유교 사상의 뿌리이자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논어》를 읽었다. 나는 서양 철학에 더 익숙한 편이지만, 철학이란 본질적으로 삶의 윤리와 태도를 탐구하는 것이기에, 그 근간은 결국 같다고 본다.
다만 읽으며 가장 뚜렷하게 다가온 차이점은 바로 ‘효(孝)’, 그리고 그것의 실천 방식인 제사(祭祀)였다. 동양과 서양 모두 죽은 이를 기리지만, 유교의 영향이 짙은 한국에서는 명절이나 기일마다 제사를 지내며 고인을 기억한다. 공자는 이를 단순한 관습이 아닌, 인(仁)과 예(禮)의 실천으로 보았으며, 제사를 소홀히 하는 것은 곧 최고의 덕목인 ‘인’을 저버리는 일로 간주했다.
공자가 평생 추구한 이상은 바로 ‘인’이었다. 인간다움, 도덕, 사랑. 그 중심 개념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인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는 의문이 들었다. 당시에는 제사가 공동체 유대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겠지만, 오늘날 제사는 이미 하나의 형식적인 풍습으로 퇴색되었고, 강제성을 동반한 채 후대에 부담으로 전가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그 강요마저 무의미해지며 제사는 많은 가정에서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공자가 말한 ‘인’은 사라지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사랑과 인간다움은 시대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뿐, 그 본질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지금은 고인보다 살아 있는 이웃을 돌보는 것이 더 큰 가치를 지니는 시대다. 사랑을 실천하는 방식은 다양하며, 제사 역시 그 하나일 수 있을 뿐이다.
《논어》에는 수많은 지혜가 담겨 있다. 일상의 태도에서부터 국가 운영에 이르기까지, 인간 군상에 대한 공자의 통찰은 마치 만상을 꿰뚫는 듯하다. 특히 인간관계 속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조화를 이루는 그의 방법론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삶의 철학이다.
이제 한국은 유교적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 속에서 《논어》의 울림은 다소 옅어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그 지혜의 ‘좋은 잔재’를 다시 음미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지나간 시대의 지혜를 현재의 삶에 새롭게 맞춰가며,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지를 스스로 묻는 것. 그것이 《논어》를 읽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