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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키피디아 Feb 27. 2021

내 경력으로 푸는 “마케팅”

TV광고부터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까지 (2009-2021)



내 커리어 경험을 바탕으로 “가볍게” 마케팅 변화를 살펴보려 한다. 다만, 길이는 가볍지 않다.(스압 주의) 참고로 내 글엔 다소 과격한 표현들이 있다. 열정만큼 분이 있다.(용어 주의)


 가끔 생각한다.

‘하필 변화무쌍한 시대에 태어나서 참으로 피곤하다. 느릿느릿 변화 더딘 시대에 태어났으면 여유롭고 좋았을걸...’


요즘 세상 변화 속도는 너무 빨라서, 바뀌기 힘든 인식과 가치관 조차도 언제부터 그 작은 변화의 조짐이 보였는지도 눈치채기 어려운 대 전환의 시대다. 특히 내가 일하고 있는 마케팅 필드는 급변한 미디어 환경을 중심으로 더욱 그렇다. 가까스로 캐치업 했다 싶으면, 눈 앞에 새로운 변화가 도래해있다. 매우 피곤하지만, 나도 한 분야에 장시간 몰두하기보단 싫증을 잘 내고 새로운 것에 눈이 반짝이는 타입이었던지라 그나마 시대를 잘 탄 건가 싶기도 했었다.



챕터 1) 전통 매체가 갑이던 시절


나는 누구?

나는 가까스로 밀레니얼 세대이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는 아니고 GenZ 도 아니다. 중3에 핸드폰을 처음 썼고 성인이 되어서야 스마트폰을 썼다. 텔레비전 광고를 좋아해 마케팅 분야에 뛰어들었다. 감춰진 소비자 인사이트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고객 심장을 후벼 파는(?) 촌철살인 카피 한방에 감동하던 1인이다. 그래서 나는 종합광고대행사의 AE (Account Executive), 즉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고 콘텐츠를 만들고 클라이언트(광고주)를 관리하는 기획팀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고단한 인생의 시작)


ATL, BTL? ATL 부심?

일을 시작한 회사엔 기획팀이 두 가지가 있었다. ATL이냐, BTL이냐다. ATL 은 Above The Line의 약자로  전통 4대 매체 TV, 라디오, 신문, 잡지를 말한다. 일방향 소통으로 널리 퍼뜨리는 매스미디어다. (매스미디어 : 물론 공중파/종편의 파급력은 아직 있으나, 이 단어 참 올드하다. 현시대는 롱테일 취향에 맞춘 콘텐츠와 제품도 유효하다. 예로 넷플릭스&아마존. 따라서 대중이라는 단어도 이제 무색하다. 이 변화는 디지털 대전환이 가져왔다.) 이런 ATL을 담당하던 기획팀이 있었고 Below The Line의 약자로 비전통적 미디어를 일컫고 오프라인 프로모션, 디지털 등을 말하는 BTL을 담당하던 팀이 있었다. (ATL, BTL의 구분 역시 구시대적이다. 현재는  TTL Through The Line으로 구분점 없이 넘나드는 시대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내로라하는 굵직한 회사와 브랜드는 얼마나 TVC (TV Commercial, 텔레비전 광고)에 돈을 많이 쏟아붓느냐 하는 규모의 경쟁을 했다. 자본력이 노출량을 결정했고 그 노출량에 따라 대중이 움직였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인사이트와 그것이 반영된 아이디어다.) 그래서 그 시절 내가 했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클라이언트 경쟁사의 에이전시에 전화를 돌려 광고비를 몰래(?)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ATL활동은 메인이고 BTL은 서포트 혹은 구색 맞추기였던 적이 많았다. 예산이 있다면 우선 ATL에 쏟고, 여유가 있다면 BTL을 진행하는 정도랄까? 나는 경쟁 PT (비딩)에 여러 번 참여했었는데, (클라이언트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에이전시가 마케팅 전략과 제작물로 경합하는 것) 그때 제안서 및 기획서의 플로우는 항상 아래와 같았다.

현상 진단 > 인사이트 > 전략 > ATL실행안과 제작물 시안 > 미디어 믹스 > BTL (appendix)


이런 까닭에 전략과 콘셉트, 그리고 메시지를 만드는 건 ATL 기획 인력이  담당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회사 분위기는 ATL 인력이 BTL 인력보다 더 스마트하다는 일종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No offense) 아무튼 앞서 말한 것처럼 ATL, BTL을 나누는 것조차도 이젠 시대착오적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 커뮤니케이션 방법론 (IMC, 360도 캠페인)에서 더 다뤄보겠다.


온라인은 깊이가 없어!

앞서 말한 시절, 온라인 광고는 (당시는 디지털 마케팅 이란 용어도 없었다.) 양적 노출만 극대화하는 배너광고(DA)와  지금으로 말하면 뒷 광고식 바이럴만 하던 때라 그 업무를 진행하던 분들은 우리처럼 소비자 조사 자료를 연구할 필요도 없고 때론 인문학적, 철학적 질문들을 해가며 메시지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있었기에 향후 디지털이 발전할 거라는 당연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그쪽 노선으로는 절대 커리어를 틀지 않을 것이란 엄청난 곤조를 부리던 자들이 있었다(나를 포함).



챕터 2) 2015년 디지털 입문, 그 시절


“첫 미션은 인스타그램이다!”

나는 영원히 고고한 TV광고를 할 줄 알았건만, 나는 억대 제작비만 만질 줄 알았건만,  세상이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변곡점은 애플 아이폰의 탄생일 것이다. 2015년, 나는 가고 싶었던 회사(광고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팀으로 이직을 하게 됐다. (누구나 아는 뷰티 회사다)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내 브랜드”가 생겨서 기뻤다. 엄청난 캠페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은 포부를 품었다. 그런데 첫 해 내게 주어진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인스타그램”이었다.

‘사실, 기분이 매우 나빴다’

그때만 해도 우리 회사 다른 브랜드팀에서는 “인스타그램 = 인턴사원이 하는 일”이라는 의식이 일반적이었기에, TV광고 만들던/엄청난 포부를 가졌던 3년 차 대리에게 고작 1,800명의 인스타그램 업무는 기분이 나쁘던 것이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현재 그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40만 명이다. 브랜딩부터 원하는 대로 다 바꾸고 싶지만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이뤄진 결과다.


현재 인스타그램은 지금 어떠한가? 트렌드 세팅과 버즈 양산의 주 무대이자 CDJ (Consumer Decision Journey) 적으로 볼 때 고객 어필에 최적의 매체이고  Owned Media로서도, Earned Media로서도 중요하며 큰 의미가 있다. 지금은 브랜딩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스타그램은 인턴이 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우리 팀장님은 선견지명이 있던 분이었다는 결론)


이렇게 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디지털에 발을 담그게 된다. 물론 그 이후로도 많은 TV광고를 비롯, 글로벌 오프라인 행사,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왔지만 2018년부터는 팀 내 디지털 파트를 신설, 파트 리더로서 좀 더 캠페인 불문,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영역의 디지털 업무와 과제들을 해왔다. 인스타그램으로부터 시작된 마케팅 히스토리 썰을 풀기 위해 마케팅 용어 변화를 이용해 보고자 한다.  



챕터 3) 기본적 마케팅 용어 변화


선전? 광고? 헷갈리던 시대

아직도 “선전”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언제 적 사람?)  광고 회사 다니던 초기, 친구들이 “나 네가 만든 그 선전 봤어”라고 말하면 정색하며 거품 물던 기억이 난다. 정치선전, 흑색선전도 아니고 웬 선전이야!! 이렇게 ‘선전이 아니고 광고’란걸 설명해야 하는 때도 지나왔다. 이 당시 나는 텔레비전 광고 큐시트가 나오면 광고를 기다렸다가 비디오테이프로 녹화를 떠서 클라이언트에 보내줬다.(참고로 나도 밀레니얼이다)  광고회사에서부터  브랜드 오너로 일하는 지금까지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는 방법론에 대해서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즉 어떤 메시지를 어디에 / 어떻게 딜리버리 시킬 것이냐의 변화) IMC와 360도 캠페인에 대해 말하려 하는데, 나는 사실 360도라는 용어를 먼저 들었었고 IMC를 나중에 알게 되었으며, 선배들이 가르쳐준 의미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반대로 IMC => 360도 캠페인 순서라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IMC라는 말은 아직도 쓰이고 360도 캠페인이란 말은 근래 들어본 바 없다.


IMC

Inter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의 약자로,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뜻이다. 사실 이 용어는 시대적으로 outdated 된 개념임에도 아직 우리 회사 및 많은 회사에서 “여기저기, 이것 저것 하는 마케팅 전반”을 일컫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용어의 초창기 개념은 일관적인 메시지를 고객 접점의 모든 미디어에서 동일하게 반복적으로 제공하여 인지도 제고를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크로스미디어적 접근이다. 앞서 TV광고 중심의 경쟁 PT 기획서 플로우에서 볼 수 있듯,  그 시절엔 이런 “크로스미디어”적 접근도 상당히 파격적(?)이고 스마트한 것이었다.


360도 캠페인

이 전략 모델은 오길비&매더 (Ogilvy & Mather)에서 처음 개발된 것으로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말 그대로 “전방위적으로”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IMC가 매체를 나래비 세우고 원 메시지를 흩뿌렸다면, 360도는 고객이 만나는 모든 순간과 터치 포인트의 모든 경험이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제품으로 귀결되고 그 경험은 그 접점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메시지를 딜리버리 해줄 매체뿐 아니라, 이벤트, 홍보, 이메일, 옥외, 온라인, 오프라인 활동 등 고객이 접하는 모든 영역이 동원되며 이 일련의 활동과 유무형의 것들이 고객 안에서 버무려져, 광고주가 의도한 “어떠한 브랜드”로, “어떠한 제품”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브랜딩 개념에 더 잘 붙는 모델이라 생각된다. IMC캠페인에서는 TV 혹은 Hero Content가 메인 접점의 무기가 되고 다른 플랫폼들은 수직적이고 경중 관계가 있었다면, 이 개념은 수평적인 개념으로 통합적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360도 캠페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BTL+알파 방법론의 중요성을 피력하던 당시의 용도로 쓰이던 개념이라, 오히려 지금 마케팅 현장에서는 쓰이지 않는 것 같다. 대신 유무형의 수많은 영역에 싱크로나이즈드 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자는 접근은 현재 “브랜딩”이라는 용어로 통용되는 것 같다. (참고로, 디자인업체에서 말하는 ‘브랜딩’은 디자인 통일성 의미로 쓰이지만 마케팅 전반에서의 ‘브랜딩’은 훨-씬 더 큰, 복잡한 개념이다)


그래서 IMC냐, 360도냐

사실 아직도 우리 회사 및 수많은 회사들이 IMC라는 용어를 쓰고는 있다. 내가 받는 헤드헌터들의 JD(Job Description)에도 IMC라는 용어는 자주 발견된다. 하지만 해당 용어의 초창기 의미로 이 시대 마케팅을 하려는 심산이라면 노노! 그냥 이거 저거 온오프라인 바이럴 퍼포먼스 마케팅.... 등등 잡다한 마케팅 활동 전반 다한다는 의미로 IMC란 용어를 받아들이시면 되겠다.



챕터 4) 피곤한 디지털


디지털 마케팅, 디지털 캠페인

IMC라는 말을 온갖 팀에서는 쓰지만 정작 실행하는 우리 팀 사람들은 “이 용어를 지금 써도 되는 거야?”라는 반응이다. 이 개념이 워낙에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빠르게 변화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그때그때 기민하게 변화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일 텐데 “모델”이랄 것에 뭔가를 짜 맞춘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캠페인”이라고 한다. TV광고 안 하고 디지털 중심으로 캠페인을 운영하는 경우는 국한 지어서, “디지털 마케팅, 디지털 캠페인”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변화한 시대, 디지털 플랫폼 하나에 국한되면 더 쉬워진 거 아니야?라고 묻는다면 당신의 강냉이를 털어버리겠다. 디지털 안에서 또 다른 360도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이 시대의 디지털 마케팅이다.


디지털 마케팅, 트랜스미디어

앞서 말했듯 IMC든 360도든, 콘텐츠적으로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360도 모델이 형태와 플랫폼을 다양하게 쓴다 해도 결국은 원 메시지로 수렴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크로스미디어적인 접근이었다. 원 메시지 혹은 앵글을 여러 가지 플랫폼과 터치포인트에 맞게 Variation 해주는 개념이겠다. 하지만 현재의 고도화 디지털 시대 캠페인은 “트랜스미디어” 적일 수 있다. 적어도 그렇게 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디지털 미디어 별  특성에 맞추어 메시지 앵글을 개발하고 최적화된 콘텐츠들이 나와주고, (때론 플랫폼의 특성이 아이디어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이것들을 융복합적으로 고객 인지상에서 일련의 브랜드, 제품으로 수렴되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추어 최근 우리는 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바이럴 활동에 있어서, 콘텐츠 가이드를 최소한으로 준다. 크리에이터들만의 방식으로 소화되어 나와준 다양한 앵글의 제품 포인트들을 발신한다. 하지만 원 메시지가 아니면서, 각기 다른 접촉 경로를 통해 일관된 브랜드와 제품 이미지를 구축하게 하는 것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공이 여럿이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브랜드와 제품의 이미지가 모호해질 수도 있고, 원 메시지의 강력함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또한 예산적 여유가 없다면 더욱 그렇겠다. 따라서 백본이 될 메시지를 근간으로 하여 플랫폼 간 최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변주를 시도하는 걸 지향한다 (나의 경우).


고도화 바탕은 데이터, 데이터 VS 브랜드

디지털 마케팅이 중요해진 건 고객 측면에서는 디지털 디바이스 그 자체의 발전 때문이지만, 마케터들에게는 데이터 때문이다. 4P가 아닌 4C, 아니 더 나아가서 4R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회사 정도면 마케팅 팀에 대한 리스펙이 있을 것이지만 (우리 회사도 아직 4P 개념에 갇힌 사람이 많다. 4P-4C-4R에 대해서는 다른 콘텐츠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전통적인 회사에서 “마케팅팀 = 돈 쓰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더랬다.  영업팀은 나가서 발로 뛰는데 혼자서 고고한 소리나 하고 영업팀은 투입 대비 수익, 그래서 ROAS(Return on as spending), 또는 ROI(Return on Investment)가 명확한데, 마케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인지 거두어들이는 양도 수치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광고나 마케팅 활동의 매출 전환 효과를 직접적으로 수치화하지 못한다는 한계 때문에, 선견지명 없는 회사와 브랜드는 회사 악재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을 가장 먼저 삭감하는 패착을 저질러왔다.


그런 마케터들에게 광명을 비춘 것, 하지만 동시에 브랜딩의 강력함을 아는 마케터들의 발목을 잡게 만든 것이 바로 “데이터”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디지털 활동에 얼마를 쏟아부었을 때, 얼마나 수익으로 돌아오는 지를 볼 수 있다.  내가 돌린 광고가 몇 명을 유입시켰고 몇 초간 제품을 살펴보게 했으며, 얼마나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구매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말한 해쉬태그가 얼마나 자발적으로 회자되고 있고 퍼져나가고 있는지 고객의 반응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수치에 있어서는 입 다물 수밖에 없었던 마케터들에게 단비와 같던 것이리라.


하지만 반대로 모든 마케팅 영역을 ROAS, ROI라는 개념에 함몰되게 만들어, 수치적 성과와 직결되진 않지만 브랜드 인지도 및 로열티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한 활동들의 존재 여부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하고 있다. 더욱이 윗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숫자에 열광한다.(...^^) 아무튼 데이터의 역기능은 차치하고 이 데이터의 발전이 마케팅에 미친 영향과 그 이후 이야기되고 있는 마케팅 용어들을 좀 말해보겠다.


퍼포먼스 마케팅? 미디어 커머스?

이 단어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에서도 ‘뭐가 다른데?’라고 했다. 누구 하나 정확히 말해주진 않았지만 내가 정리해본 건, 둘 다 데이터를 근간으로 하여 커머스 효율을 최적화(즉 더 잘 유입되고 더 잘 팔리게)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데이터를 근간으로 최적화하는 모든  마케팅 활동을 일컫는 더 큰 개념이고, 미디어 커머스는 그중에서도 숏폼 영상 콘텐츠로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미디어 커머스, 영상 콘텐츠 최적화

광고 효율에 있어서 클릭률이나, 전환율은 단컷 이미지의 DA(디지털 광고)가 높은 편이다. (물론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영상은 제외하고 일반적인 수준에서) 따라서 그 수치만 감안하면 영상 콘텐츠는 포기하기 마련인데, 미디어 커머스는 그런 영상, 그중에서도 숏폼의 영상으로 승부를 본다. 언젠가 미디어 커머스를 잘 실행하는 에이전시에서 한 차례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소개한 적이 있다. 고객들이 반응하는 이슈, 트렌드를 아이디어 단초로 하여 빠르게 개발한 다작의 숏폼 영상을  광고로 집행해 효율 중심으로 광고를 계속 조정한다. 영상의 초수 별 이탈률을 분석하여 해당 구간의 편집 감을 다르게 하는 방식을 통해 (전환 효과, 컬러, 텍스트 플레이) 영상 Through 뷰를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구매 전환을 최적화한다고 했다. 나도 이렇게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이게 가능하려면 광고 기획자, 제작자, 분석자가 한 팀 안에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우리 회사처럼 거대 조직으로 에이전시 쓰면 불가하다. 또 에이전시가 이런 Agile 방법론에 대해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이전시를 쓴다 하면 그들의 제작비가 좀 저렴해야 하겠다(우리 에이전시는 아마 수정해달라고 할 때마다 몇 백씩 청구할 거다).


TV광고만 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옛날 옛적 TV광고만 하던 시절, 00억을 예산으로 받으면 전략을 짜고 메시지를 만들고 광고를 제작한 후, 광고 스팟을 부킹 했다.  MBC A 프로그램 몇 번째 광고, KBS B 프로그램 몇 번째 광고 등,  내 광고 큐시트를 받고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한 달 이상 광고가 돌아갔다. 집행이 종료되면 익월 중순경 매체 결과가 마감되고, 시청률과 노출 빈도 등을 모니터링했다. (결과는 늘 예상 대비 Gooooood!) 매출 외 효과는 알 길이 없었지만, 광고를 일단 시작하면 나의 일은 끝난 것이었다.(쉴 수가 있던 것이다)


초창기 디지털 마케팅 시절도 비슷했다. 다만 매체가 TV에서 디지털로 옮겨왔을 뿐. “얼마를 어느 디지털 매체에 태울게요.” 정하면, 한 달 내내 광고를 돌리고 끝이었다. 결과는 역시 목표대비 우수! 매출 그래프가 우상향을 그리면 감사한 것이고 혹여나 어떤 매스미디어나 파워블로거가 우리 광고 좋다고 스크랩해주고 언급해주면 좋은 것이었다. (호시절)


하지만 지금은? 퍼포먼스 마케팅은? 광고를 집행하고 하루 단위로 데이터를 모니터링한다. 한 개의 콘텐츠도 아니다. 영상광고, 배너광고, 이미지 광고, 검색광고가 수십 개씩 돌아간다. (하물며 유튜브도 키워드 검색광고를 한다. 모두 다 돈이라고요) 시간별, 데일리 별 효율 체크를 한다. 좋은 효율을 중심으로 예산을 조정하거나  영 반응이 나쁜 소재는 off 하여 비용 효율을 높인다. 가끔은 광고별 A-B테스트를 한다. A 효율이 좋아서 B는 off 하고 A만 쭉 간다면 참으로 행복하겠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가 좋으니 A-1, A-2, A-3 만들어 또 최적화를 해본다.  난 지구력이 없어서,, 싫증을 쉽게 느껴서 마케팅이 잘 맞는다 생각했는데, 이 놈의 퍼포먼스 마케팅은 지구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소재만 바꿀까? 아니다. 요즘  DA지면들은 대다수 Real Time bidding으로 부킹이 아니어서 언제든 들어갈 수 있고 언제든 나올 수 있기에  부킹형이 아닌 이상, 효율이 안 좋은 지면은  아예 버리고  다른 매체로 실시간 변경한다. 따라서 현재의 디지털 마케팅 시대는 메인 영상 하나 만들었다고 발 뻗고 잘 수가 없다.



챕터 5) 앞으로의 고민


매출 안 나오면 구린 광고야? 브랜드는?

그런데 이렇듯 효율에 기반한 광고물 중심으로 최적화하다 보면 간과할 수 있는 영역이 발생한다. 광고를 돌려보면 세일/혜택 관련한 소재가 가장 반응률이 높다(클릭, 구매전환). 마케터에겐 현타가 온다. ‘우리 브랜드는 일 년 내내 세일만 하고 세일 광고만 해야 하나?’, ‘스마트 소비를 하는 요즘 고객들이라지만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세계관과 진정성, 가치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전혀 의미가 없나?’, ‘그저 50%, 최대 혜택, 역대급, 대박 할인, 눈에 띄는 컬러만 정답인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고민은 브랜드가 브랜딩이 잘 되어 있을수록(브랜드 자체가 파워 있고 이미지 자체가 견고해서 여러 마케팅 활동이 변주를 해도 브랜드 타격이 없음), 또 의사결정자들이 브랜드의 갈 방향을 명확히 가르마 타 줄수록(퍼마적으로 구매전환만 높일지,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쌓을건지-만약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전제하에) 덜해질 것이다. (브랜드가 헤르미온느도 아닌데 둘 다 하라고 하지 마세요. 반반 가를 수도 없고 참.)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한동안 퍼포먼스 마케팅의 ROAS에 모든 의사결정권자들의 이목이 쏠려있다가, 작년 말에 되어서야 브랜딩의 중요성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뷰티회사가 이제서 브랜딩의 중요성을 알았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 그림은 탄탄한 #브랜딩에 퍼포먼스 마케팅이 올라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기웃기웃 돌고 도는 굴레에서 못 벗어날 것이다.


데이터가 가져온 아이디어 도출 방식 변화

초년생 시절 캠페인 아이디어를 짜낸다고 날밤을 까던 때, 나는 고객 리서치 자료를 까맣게 되도록 줄 쳐가며 읽었다. 데이터 행간에서 고객 인사이트를 찾으려고 말이다. 그렇게 뽑아진 아이디어, 메인 카피, 콘셉트는 아무리 내가 날밤과 뼈를 갈아 넣었다 해도 일종의 불확실한 베팅과 같았다. 지금 이 시대는 조금 변했다. 데이터를 보면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어떤 내용을 검색하며, 어떤 니즈를 가지는 지 조금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메시지의 적중률, 즉 베팅 확률을 높여놨다는 것이다.


데이터 크리에이티브

그럼 데이터 보는 사람이 마케팅의 신일까? 아니, 맹점이 있다. 데이터 그 자체에서 ‘요즘 사람들이 이거 이거 좋아해요. 이런 콘텐츠가 수치가 좋아요’ 이런 ‘상황 보고’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예전보다는 “분명히”, “많이”, “좀 더 클리어하게” 고객 니즈를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데이터 숫자 사이의 의미를 읽어야 마케팅적으로 의미가 있다. 즉 데이터를 근간으로 나의 여러 가지 사고와 경험이 융복합적으로 본딩 되고 믹스되어야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Data Creative (데이터 크리에이티브) 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결국 데이터를 본다 할지라도 크리에이티비티가 있어야 한 단거다. 디지털 마케팅 관련 블로그를 한답시고 아이디어 좀 가져오라고 하면 아무 의미 없는 데이터, 매체 소개서 같은 자료만 만들어 오던 아이가 있었다. 그게 AI와 다를 바가 뭐람? 현상을 공유하는 블로거와 VS 스토리텔러는 엄연히 다르단 것, 데이터를 보는 것과 VS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영역은 정말 다르다. (현재 나도 블로그를 하고 있기에 블로거를 저격하는 건 아니다. 다만 마케팅, 크리에이션 영역에서는 후자스러운 역량이 중요하단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브랜딩, 역설적인 것

디지털이 고도화될수록 철저히 데이터에 근간한 광고 마케팅만 살아남고 브랜딩을 위한 활동은 쇠퇴할 것인가? 역설적으로 이 시대에 오히려 더욱 강력한 브랜딩,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력한 브랜드 세계관이 필요하다. 명확하지 않은 브랜드일수록 RISK가 크고 두렵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못하게 되는데, 현시대와 디지털은 매일 도전일 만큼 빨리 변한다. 또 반대로 명확하지 않은 브랜드라는 것은 가이드가 없는 것과 매한가지라, 변화하는 시류에만 휩쓸려 결국 브랜드를 망쳐버릴 수도 있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것이 참 역설적이다. 디지털 시대는 수치로 모든 성과를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브랜딩이라는 일련의 활동은 수치, 더욱이 매출 성과로 그 명분을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오랜 시간 후에나 그 효과를 간신히 가늠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디지털을 하면 할수록, 디지털이 고도화되면 고도화될수록, 내가 느끼는 것은 이거다. 결국 브랜드가 강해야 하고 제품이 좋아야 하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해야 한다. 어떤 영역이든 성숙기의 끝이 보이면 본질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건 참 다행이다. 진리와 본질이 결국은 답이라는 법칙은 변함이 없다.


디지털적인 뇌, 브랜딩적인 뇌

두 가지는 분명 역설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대척점에 있지 않다.  앞서 말했듯 디지털 고도화가 되었기 때문에, 브랜딩이 더욱 필요한 것이고 문제는 디지털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전통적 뇌로 브랜딩을 보는 것이지, 디지털 적인 뇌를 가지고 브랜딩에 접근한다면 그 아웃풋은 더욱 폭발적일 수 있다.

쓰다 보니 너무 방대한 글을 썼다. 다음부터는 짧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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