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 am. 새벽에 아직 3일 남은 첫 출근을 기다린다. 새벽예배 갔다온 후에는 어머니가 가지런히 정리해주신 이불로 항상 따땃하게 뎁혀져 있는 침대에 몸을 던져 새벽부터 움직였던 나에게 아침 낮잠이라는 달콤한 보상을 주곤 했는데, 오늘은 설렘 때문인지 잠을 자고 싶지 않다. 정말 몇년 만에 글을 쓰고 싶어서도 그럴지도.
아까 새벽 예배 후 기도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 아, 브런치에 글 써놓았던 게 있지.'
내 스스로 떠올린게 아닌 것 같았다. 아예 까먹고 살았으니.
기도소리와 찬양음악으로 가득한 어두캄캄한 공간에서 내 자리만 환하게 빛났다.
'저기 어딘가 안쓰는 앱들 모아놓은 폴더가 있었는데..'
파묻혀 있던, 이제는 로고마저 생경한 brunch를 찾았다.
'진짜 아직도 안 지웠구나.'
아마 오늘 같은 날을 기다리며 차마 지우지는 못하고 눈에 띄지만 않게 처박아 놨었을 것이다.
응답을 기다리고만 있는 내 현재가 서러워서 발행취소했던 글들을 하나씩 눌러가며 다시 발행했다.
더이상 서럽지 않으니까.
사실 그때만해도 지금 쓰는 이글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냥 추억에 젖어볼까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롤로그' 글을 열었다.
한 글자 한글자 읽어내려가다 '뿌엥'하고 눈물이 빵터졌다.
기도하라고 캄캄하게 불꺼놓은 예배당에서 남들은 열심히 눈감고 기도하다 우는데 나는 민폐끼치며 밝은 빛을 내는 폰하다가 울었다.
왜 울었지. 또렷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부모님이 새벽마다 기도와 눈물로 나머지를 메꿨다는 부분에서부터 시작한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동안 어머니의 집에 얹혀 살면서 어머니의 룰에 따라 새벽예배를 나가지 않으면 그날은 어머니에게 하루종일 다양한 갈굼을 당했다. 나는 부모님이 너무 그리워서 같이 살기 시작한건데 어느새 얹혀 사는 신세가 되어버렸었다. 내 하루의 평안을 위해 강제적으로 새벽예배에 가야했다.
'프롤로그'를 쓸 때까지만 해도 새벽예배는 당신의 선택이었다. 나는 하지 않았던 선택이고, 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그 새벽예배가 어느새 온전히 나의 소중한 하루의 시작이 되겠노라 다짐한 것도 불과 얼마전이다. 여전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걸 정말 싫어하지만 그냥 그게 감사해서 울음이 났던 것 같다. 서러워서가 아니라, 그 새벽의 예배와 기도를 유산으로 온전히 받은 것 같아서 울었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다른 글들도 찬찬히 읽기 시작하는데 '위기가 기회였다'라고 썼던 글이 눈을 사로잡았고, 이 글을 쓰기로 다짐하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 미국에 살 때 그랬듯이.
오늘 내 교회에서 마지막 새벽예배 설교 제목은 '위기는 기회입니다' 였다.급하게 구해진 직장 때문에 급하게 이사가 결정되어서 오늘이 마지막 새벽인 만큼 멀리 떠날 나에게 응답으로 말씀을 주시길 기도했다. 그리고 설교를 들으며 그 응답 들었다고 생각했다. 본문은 사사기 2장20절-3장6절, 그 광야의 시절을 모르는 새로운 세대가 여호와를 버리고 다른 우상을 섬긴다. 하나님은 그 세대가 그 선조들이 걸었던 주님의 길을 따라 걷는지 '시험'하려고 다른 민족들을 쫓아내지 않고 그대로 둔다고 하셨다.
설교 들으면서, 성경책에 썼다.
Did I pass your test, Lord?
답을 ... 알것 같아서 물었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다짐같은 대답을 다시했다.
2장 22절 같이, I will keep the way of the LORD and walk in it.
3장 4절 같이, I will obey the LORD's commands.
위기가 기회가 된 이 시점에 새벽예배 드리고 기도하고 나오기 전 마지막 기도를 이렇게 했다.
"Lord, here I am like a white paper. I give you a pen. Please feel free to write anything. I will obey this time."
한국에서 다시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5년만에. 그걸 목도하며 생생하게 글을 남길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P.S. 아, 아직 금요일인데 오늘이 마지막 새벽예배인 이유는 내 새벽예배는 주5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