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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H Nov 24. 2023

금홀

..the king extended the gold scepter..

옛 영광을 기억하며 글을 쓴다는 건 상당히 아픈 일이었다.

단순히 세상기준에서만의 영광이 아니었다.

홀로 떨어진 그곳에서 기댈 곳이 내가 믿는 신 밖에 없을 때 그의 동행하심을, 준비하고 세우심을 느꼈던 영광이었다.

로스쿨 때를 기억해내며 글로 옮길 때 내 현실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이 초라했다.


성경 중에서도 이스라엘이 노예로 비참한 생활을 할 때 예전 선조들의 영광을 기억하며 집필한 책이 있다고 한다.

다시 그 영광이 재현되길. 이 현실에 파묻혀 그 영광을 잊지 않길.


글을 쓰면서 과거의 내가 너무나 부러웠다. 왜 그때는 일하시던 하나님이 왜 지금은. 과거를 기억할 때는 그 시절로 돌아간듯해 그때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글을 쓰다 노트북을 덮으면 다시 평안하고 조용한, 내가 살아내야할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간극이 너무나 컸다.


가장 찬란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내 이십대 후반과 삼십대 초반은 정말 평화롭고 잔잔했다. 언젠가 열어주시겠지 기다린게 더이상 주님말고는 다른 데 희망을 둘 수 없을 때까지였다.


-2023년 6월 15일 


새벽 3시 반, 다시 자려고 노력하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성경을 열었는데 그래도 이 순간을 또 기록해놓아야겠어서 바로 노트북을 열었다..


지난 6월에 써 놓은 글을 보고 지난 5년간 내 한결 같았던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마음을 알고 곧 닥칠 상황을 비교해보니 참 오래도 걸린 응답인가 싶다. 뭐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어도 그 옛날처럼 언젠가 다시 나에게 돕는 손길을 붙여주고 다시 세워주시리라는 신을 향한 내 믿음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걸 경험했었으니까, 제발 다시 기적을 베푸시길, 정 안되면 삼손처럼이라도 한번만이라도 다시, 그럼 이제는 정말 그걸 귀하게 여기겠다고 엄청 속삭였었다.    


최근..바쁜 와중에 청년부 수련회에 갔다. 기대했던 바와 달리 기도시간은 적었고 친구들과 친목을 다지며 노는 시간, 그 시간도 쪼개서 업무 처리한 시간이 더 많았다. 정말 바쁜데도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뭔가 응답을 바라며 갔던 수련회는 기대보다 극적이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 내 평생 항상 뭐든 정말 기대할 때마다 훨씬 더 실망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뒤돌아보니 수련회 마지막 날부터 그 주에 아주 아주 스펙타클한 일들이 연속으로 생겨났고 또 바로 어제까지 아주 극적인 일의 소용돌이 가운데 정점에 있었던 것 같다. 다음주부터는 얼마나 정신없이 지낼지 차마 상상할 수도 없는데 지금은 잠시 롤러코스터 끝까지 올라 내려가기 직전 잠시 숨을 고르는 타이밍인 것 같다.  


모든 상황은 부모님께만 공유했다. 처음에는 위로의 하나님이라고 하시더니, 그 다음부터 어머니의 기도는 금홀을 내려주세요가 되었다고 하셨다. 아, 금홀이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직전 직후에 나는 금홀도 받고 위로도 받았다 나의 신으로부터. 부모님이 많이 신나셨다. 어머니는 타이밍이 예술이라며 감사를 주체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계속 성경구절을 보낸다. 우리 다 같이 금식도 했었다. 기뻤다. 그 뭔가 이성적으로, 일반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을 이번에는 부모님이 옆에서 지켜볼 수 있고 같이 나눌 수 있어서. 그동안에 내가 저 바다 건너 전화로만 설명해서 아마 현장감이 덜했을 건데, 그래도 이번에는 그 기적을 기다리기까지 혼자 마음고생하던 것도 부모님하고 나눠서 많이 위로가 되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이 안된다고 이야기 할 때, 결국 나도 안되겠구나 막연히 기대를 포기하게 될 때, 그 때 일하셔서 내가 이건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밖에 없게 만드셨던 그 분이 다시 일하신다.


계속 계속 일하시도록 정말 멋진 어른으로 하루하루 살아내고자 한다.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잘 살아내고 싶다.


-2023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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