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랑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이야.... 그냥 반가운 마음으로 가볍게 만난 자리에서 그 사람의 몇 마디를 듣는순간.. 아.. 여기 나같은 애가 있네.. 만난그시간동안 힘들게 살아냈을 시간들, 앞으로 감당해야할 더 무서울 시간들이 눈에 선해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여기에 쓴 내 로스쿨 생활, 쓰지 않은 학부생활들 얘기를 많이 해주었다. 쏟아부어주었다. 뭐 구차하게 꼬치꼬치 캐묻느니 그냥 지레짐작해서 내 얘기해주고 그래서 이런방향이 괜찮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고나면 그게 진짜 그 사람이 고민하던 것들이었다는게.. 웃겼다. 그게 드러내놓고 얘기 못하는 사정도 다 알것 같아서 그랬다. 조금씩 설명해주는 그 사람의 사정이 얘기를 들을수록 나같아서, 고민하는 지점이 내 고민이었어서, 항상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얘기들을 해주었다. 내가 한 선택들에 후회는 없지만 항상 미련은 있으니까 그 사람은 나보다는 덜 미련이 남길 바라며. 그래도 그 사람은 나보다는 나은 배경이 있어서 또 한편 부럽기도했다. 그럼에도 뭐 싸워이겨내야할 여기 이곳 이 사회의 시선들, 관점들은 비슷해보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도움받았던 그 모든 분들을 입에 올리게 됐고, 말하면서 내게 다시 은혜가 됐다. 그럼에도 내 마지막말은 나는 이제 지쳤다 였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길을 걸었던 사람의 결말도 알고 살아내는 게 낫지 싶어 그랬다.
말하면서도 슬펐지만 나는 아직까지 지쳐있는 중이다. 졸업하고 쉬기도 많이 쉬었지만 아직까지도 로스쿨의 후유증을 겪고있다. 로스쿨을 졸업한 수많은 그렇지 않은 훌륭한분들이 많겠지만, 평범한데 한계를 넘어서까지 노력했던 나는 바시험 합격 이메일을 받은 순간부터 나를 들끓게했던 용광로가 식은걸 알았다. 그리고 어떤 시도를 해봐도 나는 다시 불이 붙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게 슬프다. 나를 어떻게 쓰실지 항상 기대는 하고 설레하지만 그럴려면 남은여생을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아무걱정없이 평화롭고 무료하게 살고 싶은 소망따위 꿈꾸면 안되는 것도 알아서 그것도 슬프다. 다시 기적을 바랬고 기적을 봤고 그 기적가운데서 살아내는 중이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지만 그래도 슬픈마음은 심연에 깃들어 있다.
곧 학교에 갈 일이 생기면 좋겠다. 영어를 더듬더듬 시작하게 된 12년도에 신나게 했던 대학 생활
어제 오랜만에 옛날얘기를 너무해서 그런지 당분간 감성적인 모드일 것 같다.
-24년 6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