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로 태어나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기회를 가질 확률이 얼마나 될까? 중국 주석 시진핑의 방한 이후 외교의 일환으로 2016년 용인 에버랜드에 판다 두 마리가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수컷인 러바오와 암컷인 아이바오. 중국스러운 이름을 가진 두 판다는 2020년에 합사가 이루어져 마침에 암컷 아이바오가 1년에 단 3일뿐이라는 가임기의 벽을 뚫고 임신에 성공하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푸바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의 아기판다이다.
[출처 : 나무위키]
푸바오의 영상은 에버랜드 공식 유투브 조회수 1위를 달성하며 많은 쇼트 동영상을 만들어내고 많은 유투버들이 직접 찍은 동영상들을 올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푸바오가 워낙에 장꾸미가 있어서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면서도 사육사들과의 케미도 좋아서 푸바오의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게 된다. 특히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꼬물꼬물 거리는 아기 판다가 사육사 할아버지의 고무장화를 붙잡고 늘어지는 영상은 심하게 귀염뽀짝하여 심장을 그대로 폭행해 버린다.
용인 푸씨라고 불리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연번식으로 나고 자란 국산 판다이기에 그 상징성까지 더해져 한국인들의 사랑의 독차지 하고 있다. 또 엄마인 아이바오의 진통부터 분만과 탄생, 옆구리에 끼고 키우는 육아 동영상까지 착실히 올라와 있기에 덕후들 양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할 수 있겠다.
판다들은 특수한 신체구조로 인해 최대 하루 14시간을 먹는데 보내면서 그 외의 시간에는 잠을 잔다. 따라서 판다가족 동영상을 보면 대부분 앉아서 누워서(!) 먹고 자고 싸는 모습이다. 복슬복슬한 털로 감싸진 둔중한 몸을 이끌고 어슬렁 거리다가 대나무가 있으면 먹고, 가끔 당근이나 워토우(옥수숫가루, 쌀가루, 콩가루, 달걀, 설탕, 소금 등을 넣고 만드는 영양빵) 간식을 쥐고 세상 다 가진것 마냥 뚠뚠한 배를 늘어뜨린채 우적우적 먹고 있다. 짧은 다리를 난간에 척 올리고 대짜로 뻗어 잔다거나 대나무 평상에 엎드려서 고개만 바깥으로 내민 특이한 자세로 자고 있는 영상들도 있다. 또한 자다가 놀다가 먹다가 수시로 대변을 보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 하기에 영상에 수시로 덩어리들이 굴러다니는 모습이 잡힌다.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슈스 판다 푸바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생리적 욕구인 수면과 식욕에만 철저하게 집중되어 살아가는 판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잔잔하게 평화로워지며 힐링이 되는 것을 느낀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차원적 욕구들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만족시키려 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기에, 욕구를 충분히 채우고 사는 판다들의 모습에 대리행복을 느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둘째아이를 보고 있으면 비슷한 감정이 든다. 맛있는 것을 먹고, 충분히 잠을 자고, 재미있게 놀면 그 자체로 행복한 아이. 학교 등수에 연연해할 것도, 많은 돈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도,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애쓸 필요 없는 아이. 즐거우면 다른 생각 없이 까르르 웃을 수 있는 그 모습이 부모로서 때론 안타까우면서도 함께 웃음 짓게 만드는 아이. 아이는 본인 스스로에게 푸바오, 행복을 주는 보물임이 틀림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