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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Apr 18. 2021

나파밸리와 금문교

NAPA VALLEY & Golden Gate Bridge

기나긴 코로나 겨울이 지나가고 어느새 4월. 두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안개 가득한 모습만 보고 돌아서야 했던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사진에 담으러 사진 여행을 떠난다. 금문교 일정에 나파밸리를 추가하는 것은 세수하다 코 만지기만큼 쉽다. 

LA에서 나파밸리까지 390마일, 624킬로미터. 승용차 같으면 하루 만에 달려서 도착할 수 있지만 RV는 무리다. 속도를 내기도 곤란하거니와 속도가 증가하면 승용차에 비해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대신에 속도위반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시간 정도 남쪽에 위치한 산호세에 1박을 하며 캠핑의 여유를 챙긴다.  

기왕 실리콘밸리의 본고장에 왔으니 최근 준공한 애플 본사를 보러 들렀다. 자연친화라고 쓰고 외부차단이라고 읽어야 할 정도로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구글에 나와 있는 사진을 보고 뭔가 멋진 건축물을 기대했는데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애플 팍을 보니 전성기의 로마 콜루세움이 떠오른다. 난공불락의 요새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그 전리품으로 로마 시민들의 영혼을 달래주던 콜루세움의 역할과 더 이상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혁신을 뒤로하고 번듯한 본사 건물 지어놓고 여유를 부리는 애플의 모습이 서로 비슷하지 않은가.

그렇게 이곳에선 사진은 없고 교훈만 얻어왔다. 

애플 본사에서 15분 거리에 테슬라 프레몬트 공장이 있다. 원래 토요타 공장이 있던 곳인데 테슬라 형편이 어려울 때 토요타가 돈까지 빌려줘 가며 테슬라에 매각한 곳. 모델 3 자동화 공정 마무리를 위해 일론 머스크는 이곳 공장 옥상에서 6개월을 텐트 치고 숙식을 하며 자동화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생산시설 무인 자동화에는 실패한 곳. 

애플의 아이폰처럼 자동차 모델도 딱 4가지. 모델 S 3 X Y. 그야말로 섹시. 

변화와 혁신의 상징 테슬라 구경을 마치고 2시간 정도 이동하니 여유와 낭만의 나파밸리에 도착한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파란 하늘과 짙은 잔디가 왠지 나무에서 포도가 익을 듯 나파러스하다. 

예약 손님만 받고 일반인에겐 문을 걸어 잠갔다. 와인 구매할 사람은 얼른 사고 떠나야 한다. 

2005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올해의 와인에 선정된 이후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재미를 보고 있는 조셉 펠프스(Joseph Phelps) 와이너리. 

이제 안개 없는 금문교를 카메라에 담을 시간. 금문교 북쪽 동안(東岸)이 사진 찍기에 좋기는 하지만 주차장이 협소하다. 꼬불꼬불 비탈길을 내려오면 탁 트인 시야에 자연과 인위의 조화로운 풍경을 맞이 할 수 있으니 샌프란에 가시거든 꼭 이곳을 들러보시길 권한다. 


GPS 좌표: 37°49'54.9259" N 122°28'39.6323" W

아래에서 바라본 색다른 느낌의 금문교. 

뉴욕의 맨해튼이나 서울의 여의도처럼 섬이 가진 로망이 이 곳 샌프란시스코에도 녹아 있는 듯하다. 역시 섬스러움이 넘친다.

컨테이너선을 보니 수에즈 운하 강바닥에 처박혀 전 세계 해운물류를 일주일간 마비시킨 컨테이너선이 떠오른다. 이름이 에어 기븐이라지 아마. 그 배는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에서 건조했다. 좀 제대로 만들지…


저 녀석은 (영어로는 She라고 해야 한다. 바다의 지배자 포세이돈이 여자를 좋아한다나 어쨌다나…)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해서 독일 선사에서 운영 중인 오사카 익스프레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얘기다. 그래서 또 반갑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숀 코너리 주연의 영화 “더 락”의 배경이었던 알카트라즈 섬. 감옥치곤 미디어를 너무 많이 타셨다. ㅋㅋ

맑은 날 제대로 다리를 보고 나니 색상이 금색이 아닌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름을 Golden Gate라고 해놓고 다리는 빨간색이라니. 혹시 골드 러시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 때문에 금문교라고 했는지 찾아봤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보다 2년 전 어느 육군 대장 (정확히는 존 프레몬트 대장)이 태평양과 샌프란시스코만을 구분 짓는 이 해협이 동서양의 길목 역할을 했던 비잔티움(Chrysoceras 라틴어로  Golden Horn)과 비슷하다고 하여 라틴어 크리소폴레(Chrysopolae: Golden Gate) 해협이라고 이름 지은 데서 유래한다. 그러고 보니 해협 이름이 금문교 해협이니 이곳에 지어진 다리 이름을 달리 작명할 방도가 없다. 프레몬트 대장이 이곳에 다리가 지어질 것을 미리 알고 해협 이름을 금문교라고 지었다고 우기지는 말자.

금문교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하니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이곳도 주차장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RV 주차는 국립공원과 달리 별도 지정도 없다. 알아서 세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꼭 가보시라 권한다. 샌프란과 금문교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위치는 이곳이 유일하다. 


이곳은 한여름에도 추워서 겨울 파카를 입어야 하는 곳이니 입 돌아가기 싫으면 채비를 잘해서 가셔야 한다. 


세 번째 방문에 깨끗한 금문교를 담을 수 있게 되니 새삼 맑은 날씨가 고맙다. 빨강의 보색 사이언(cyan)은 하늘색과 바다색을 합치면 될 듯하다. 파랑의 보색인 노란색을 금문교 색상으로 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GPS 위치: 37°49'39.4928" N 122°28'52.8818" W

일정을 마치고 캠핑장으로 들어오니 또 다른 다리가 있다. 자세히 보면 배들이 지나갈 수 있게 철교를 영구히 들어 올려 고정시켜 놓은 것이 보인다.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 철로가 무너져 있기도 하다. 간혹 사진 찍겠다고 다가가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다. 


광각렌즈로는 철망의 방해를 피할 수 없지만 줌렌즈가 있다면 최대한 당겨서 일단 찍어 보시라. 가끔 광학의 마법이 철조망 자동 제거라는 선물을 줄 때도 있으니까. 

금문교 바로 옆 해안선과 도로가 멋스럽게 어우러진 바닷가 마을 리치먼드.

전날 오후에 다녀왔던 전망대 건너편으로 왔다. 저런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절대로 움직이면서 찍으면 안 된다. 좌우를 살피고 다리를 고정한 후에 셔터를 눌러야 한다. 카메라 뷰 파인더에 눈을 대고 이리저리 좋은 앵글 잡는다고 움직이다가는 큰일 난다. 

인공 구조물이 전혀 없고 인적 드문 해안선이 바로 옆에 있어 좋다.

왕복 6차선 다리를 걸어서 지나는 분들이 많다. 바람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려니 싶다. 하지만 실제 바람은 멘탈 털리기 딱 좋은 만큼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타크루즈로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하프 문 배이(Half Moon Bay)를 만난다. 남가주의 빅서에 비하면 해안선이 단조로운 편이지만 샌프란 주민들의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멀리 보이는 건물은 미공군 기지. 항공기 이착륙 시설은 없으니 아마도 레이다 기지?

위성지도에선 반달만큼의 곡선은 없는데 이곳에선 하프 문으로 보일만큼의 착시가 생긴다. 풍경사진을 찍다 보면 이름에 대한 납득이 가지 않으면 왠지 뒤끝이 남게 마련인데 이곳은 그런 의미에선 깔끔해서 좋다.

등대는 해안가에선 언제 보아도 반가운 피사체. 마침 갈매기도 그림에 일조를 한다. 고맙구로. 등대 이름이 비둘기(Pigeon)라는데 비둘기는 어디 있는겨?

사진 여행을 할 땐 거의 대부분 목적지의 GPS를 확보하여 구글맵에 저장을 하고 출발한다. 그런데 이곳은 그냥 지나가다 들린 곳. 카렌다 사진 후보에 올려도 될 만큼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졌으니 이만하면 횡재 수준.


GPS 정보: 37°11'1.3836" N 122°23'41.6703" W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위에 구멍만 있으면 찾아간다. 무엇이 되었건 그림이 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곳으로 가는 길이 없다. 위험한 곳이 아니라면 일단 직진.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해를 담아볼 수 있을는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피고 있는데 밀물이 들어온다. 왜 이곳을 배경으로 한 석양 사진이 없는지 알겠다. 

물이 들기 시작하니 순식간이다. 멀리 보이는 절벽과 몰아치는 파도에 영화 빠삐용이 떠오른다. 몰아칠 땐 피하는 게 상책. ^^

바다 쪽 바위 두 개가 발을 모으고 있는 하운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가 싶어서 처음엔 이곳이 그레이하운드 바위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이걸 보고 그레이하운드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사람이 키우던 개가 하운드였지 싶다. 저토록 착한 눈을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캠핑장 산타크루즈 코아(KOA). 거대한 굴뚝에서 뿜어내는 연기가 없어 찾아보니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그러고 보니 캠핑장 주변엔 저런 시설들이 많다. 변압기 정도는 기본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발전소는 좀 과하다. ㅎㅎ

할리우드 영화 촬영 세트장처럼 생겼지만 실제로 영업을 하고 있는 상가건물. 하루빨리 코로나에서 회복하여 맘껏 돌아다닐 수 있는 시절이 와서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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