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영철 Aug 01. 2024

왜 그렇게 그렸니? 서양미술사

에필로그 / 예술이란 무엇인가

글을 시작하며


한 장의 그림은 그 시대의 인간상을 보여주는 역사적 보고서다. 대부분의 그림에는 인간이 그려져 있고 그 그림을 통해 인간 스스로가 인간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 미술은 다양한 사조를 거치면서 발전했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모두 이유들이 있으니, 세상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 그리고, 그에 따라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으로 인간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생성되고 변화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본 글은 영국의 미술사학자 E. H. 곰브리치가 집필한 ‘서양미술사’를 기초로 한다. 이 서양미술사의 영어 제목은 History of Art가 아닌 Story of Art로, 직역하면 미술의 역사가 아닌 미술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려운 미술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기술하였다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데, 미술 입문자나 연관된 전공자들이 미술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이 책을 가장 많이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작가의 의도와 달리 이 책을 끝까지 완독 했다는 사람을 나는 내 주위에서 들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참고로 나는 미술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였다.) 물론, 책이라는 것이 완독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읽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쓴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글 읽기 성과와는 그다지 정비례되어 보이진 않는다.


서양미술사를 조금만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이집트의 18 왕조 파라오는 왜 이집트의 전통적인 미술 양식을 부정하여 그 변화를 추구하였는가? 중세 작품인 '바이외 태피스트리'에서 왜 해롤드왕이 윌리엄공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을 표현하였는가? 등 '왜'라는 질문을 계속 가지게 되고 그런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게 되니 독서의 진도가 현저히 줄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왜'라는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위한 수고를 덜어준다면 '서양미술사' 읽기가 보다 재미있고 낯선 미술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것이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는 만들어 줄 것이며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제1장 인간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사전에 따르면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작품이다.

그럼 인간은 왜 예술을 대체로 향유할까?

생존을 위해서나 먹고사는 데 있어 예술은 우리에게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예술을 꾸준히 찾는 것을 보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마침 위 질문에 답이 될 만한 내용이 있어 인용하여 작성한다.

다음 글은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한 '뇌로 보는 인간' 3부 예술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한 글이니 참고 바란다.


진화론을 제시한 찰스 다윈에게도 이것은 골치 아픈 질문거리였다고 한다.

생존에는 별 도움이 안 돼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 들은 왜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예를 들어, 공작의 꼬리나 수사슴의 큰 뿔 같은 것들이다.

공작과 큰 뿔 사슴


화려한 공작이 가진 거대한 꼬리 장식은 생존에 전혀 쓸모가 없고 적이 쫓아오면 크고 무거운 꼬리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핸디캡 이론으로 보면 이렇게 살아남는 데 방해가 되는 화려한 장식이 짝짓기를 위한 구애 경쟁에서는 굉장히 유용하다는 것이다. 즉, 자연에서 동물들은 생존보다는 종족번식이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다라고 볼 수 있고, 여기서 ‘아름다움’은 수컷이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한 구애 경쟁에서 필수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남성들은 외모를 꾸미고 말발을 세우고 경제적 부를 과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준수한 외모는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것이 다윈의 두 번째 진화 이론인 성선택설이다.


그렇다면 본능이 아닌 이성적 인간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의미일까? 우리 뇌에서는 세상에 대한 아름다움을 볼 때 똑같은 한 부분이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눈 뒤쪽에 위치한 내측 ‘안와전두엽’이라는 기관이 감정을 판단하고 쾌락의 경험을 구성하는데 핀란드, 프랑스, 터키, 중국 등 전 세계 14개 나라를 대상으로 무엇을 아름답게 느끼는지 조사한 내용의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깔과 배경, 장면 등 그림과 관련된 요소를 조사했는데, 가장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과 초록색, 좋아하는 배경은 물이 있는 야외, 좋아하는 장면은 편안하게 쉬고 있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나라와 문화, 인종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풍경은 세계인들이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아름다움은 개인적 차이를 넘어 보편적인 것이다’라는 신경 미학자 세미르 제키의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뇌과학자 에드워드 베슬에 따르면 뇌에는 쉴 때 작동하는 뇌(Default Mode Network)와 일할 때 작동하는 뇌(Task Positive Network)의 영역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편안히 쉬고 있을 때 작동하는 뇌의 영역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때 이 영역이 활성화가 된다고 하며 반대로 일을 바쁘게 할 때는 ‘태스크 포지티브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세상을 바라볼 때 작동하는 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영역은 잠잠해진다. 이 두 영역이 동시에 작동하는 순간은 거의 없다고 하는데, 특별히 예외인 경우가 있으니 그게 바로 예술의 영역이다.

미술 작품에 감동받는 순간의 뇌를 관찰하는 실험을 하였는데 그 결과가 제법 흥미롭다.

내면을 바라볼 때와 세상을 바라볼 때 분명히 다르게 작동하는 뇌의 두 개의 영역이 예술 작품을 보고 큰 감동을 느낄 때는 동시에 활발하게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왜 예술을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계속해왔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참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여러 연구를 하였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예술의 시작은 아름다움에서 기쁨을 느끼고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유전자를 남기려는 가장 원초적인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이 욕망에 대해서 인간은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에게 감동받으며 연결되는 예술적 경험의 네트워크를 이루었다.


결국, 인간에게 예술은 원초적 본능으로 나의 DNA를 세상에 남기는 또 다른 의미의 종족 번식 행위라 할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