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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마 Apr 12. 2023

D+65 짧은 단상들 묶음

네덜란드는 여전히 쌀쌀함

Netherlands, Delft, Ikea 의 swedish meatball
cinnamon roll

20-03-23 Mon 8:31

    저는 지금 재택근무를 위해 제방 노트북 앞에 앉아있습니다. 추워서 플리스를 입고 라디에이터를 틀었어요. 어제 봄다운 날씨가 오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봄이라는 게 있긴 할까요?

오랜만에 글을 쓰는군요... 어제는 Delf의 Ikea에 갔습니다. 덴하그에 사는 더치친구와 함께요. (이 친구는 어플을 통해서 알게됐습니다. 아버지만 더치인 반은 흑인인 혼혈인데 미드에 등장할 것 처럼 예쁘게 생겼습니다. 한국인 부모님을 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탁상시계, 커피 프레셔, 유리잔, 쟁반을 샀어요. 한국 이케아 보다는 덜 북적거리더군요. 스웨디쉬 미트볼을 먹었는데 기대를 안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습니다.

지금 들고 다니는 가방이 너무 오래돼고 낡아서 가방을 살까 하다가 그냥 놔두고 왔습니다. 


    이곳에 머문 지 벌써 49일째입니다. 

첫날 그리고 한 달째 까지는 향수병이랄까(저는 왠지 이 단어를 쓰기가 꺼려집니다)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며칠 사이에 몸과 마음이 적응했는지 이 생활인에 조금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가끔 찌개나  갈비찜, 닭강정이 못 견디게 먹고 싶긴 하지만, 이곳의 유제품과 빵, 고기등 맛있는 것이 많아서 그럭저럭 참을만합니다. 하는 거라곤 장보고 먹고 마켓에 가는 것뿐이지만요.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3월 7일부터 일을 하게 됐어요. 한국기업입니다. 외국기업에서 일할 것이라는 저의 낙관적인 전망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곧 깨닫고 이일을 구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고 있급니다. 외국인이라는 저의 신분과 보잘것없는 경력으로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느껴집니다. 1월부터, 제가 한 직무와 연관 있어 보이는 모든 곳에 지원했지만 어디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습니다. 한국 기업은 3-4곳을 지원한 것 같은데 처음 연락을 받은 곳은 게임회사로 번역가를 구한다고 했습니다. 웬 번역가냐고요? 저도 연락이 올지 전혀 예상 못하고 지원을 했었습니다만 생각보다 진지한 화상 면접까지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면접준비를 하나도 안 하고 영어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망쳐버렸지만요. (말을 하면서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제가 사는 곳에서 거리가 꽤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로테르담의 Kralingse zoom과 Prinsenlaan 역 사이 Vasenstraaf인데요 (저는 그냥 보이는 대로 발음합니다. ) 그곳은 암스테르담 옆에 붙어있는 암스텔빈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또 버스를 타서 1시간 30이 걸립니다. 

제 사수랄까 같이 일하는 동료는 Anna라는 더치인인데요, (나머지는 다 한국인입니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잘해서 모두 그녀와 영어로 소통합니다. 아주 친절해요. 그렇지만 뭔가 비즈니스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에 아직 한계를 느껴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만 합니다. 

인생 첫 영어 화상회의..

    저는 요즘 냄비밥을 먹고 있어요. 이곳 음식이 제 입맛에 잘 맞긴해도, 밥을 아예 안 먹는 건 무리더군요. 'Amazing Oriental‘ (아시안 마트) 에서 그나마 한국쌀과 모양이 비슷한 리조토 쌀을 1킬로 샀습니다. (저는 흩날리는 쌀이 싫습니다.. 한국 쌀처럼 짧고 찰진 게 아니면 못 먹겠어요) 씻고 물에 불린 후 스텐 냄비에 끓이면 됩니다. 인터넷에 나온 대로 했는데 첫 냄비밥은 죽이 됐고, 두 번째는 물을 적게 넣어서 죽은 안 됐는데 바닥이 탔어요. 옥수수를 같이 넣고 만들었는데 탄부분을 빼고 먹으니 그럭저럭 먹을만합니다. 이곳에 와서 처음 하는 것들이 많은데 이것도 처음입니다. 새로운 것과 실패는 빨리 경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뭐랄까, 나이가 들수록 피부탄성이 떨어지듯이 실패에 대한 회복이 느려지는 것 같달까요. 

Den haag 에서 금요일마다 열리는 마켓
바다보다 땅이 낮은 네덜란드에선 갈매기와 오리들이 인간들과 공존한다. (얘네 좀 무섭다).
얼굴을 파뭍고 잠을자는 줄 알았는데, 나를 곁눈질로 지켜보는 오리 둘

   

 이곳은 어린이와 장애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거의 어딜 가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여자들과 전동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보이거든요. 저는 살면서, 지구상에 장애인들이 존재한다 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저에게 그들은 언제나 소수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다지 의식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디에서나 흔하게 장애인들을 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길거리나 쇼핑센터, 마켓 어디든 무조건 전동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닭가슴살을 넣은 양배추 찜, 아보카도 (아보카도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저도 S가 말하여 양배추 닭가슴살 요리를 해 먹었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웠는데, 충분히 익지 않았는지 흐물흐물하지 않더군요 찜기를 갖고 싶은데 이곳에는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어요 본 적이 없는 것도 같고... 아무튼 맛은 그럭저럭 건강한 맛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패딩을 입고 다닙니다. 날씨는 아직 쌀쌀하고 때론 눈도 오고 비도오기 때문입니다. 패딩과 코트를 언제 집으로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P



마트에서 산 디저트 빵. 아주 달아서 식후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 냉동야채, 대파를 기름에 볶다가 간장,굴소스, 참기름을 넣고 삶은 국수를 넣어서 만든 내맘대로 간장 국수
대량으로 만든줄 알았으나 3인분 밖에 나오지 않은 토마토카레에 구운 버섯을 얹어 먹었다. (잘 구운 버섯은 고기보다 맛있다)
크림치즈를 바른 통밀빵에 아보카도(소금,호추,썬드라이 토마토)를 얹어 먹으면 든든하고 맛있다.


유제품 질이 좋아서 매일 그레놀라를 얹은 요거트를 먹는다. 사과는 한국보다 퍼석거려서 내 취향이 아니지만 시트러스류는 맛있어서 귤이나 오렌지를 항상 구입한다.
마켓에서 1유로 이하에  팬케이크 가루를 구입할 수 있다.
토마토 스파게티에 소세지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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