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텔레비전부터 자동 주차 로봇까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2024가 지난 12일 막을 내렸습니다. CES2022 부스에 참석했던 기억이 있어 더욱 정이 가는 행사인데요.
올해는 CES의 주관기관인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TA)의 설립 100주년을 맞은 해이자,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선언 이후 처음 열리는 행사인만큼 더욱 큰 관심을 받은 CES였습니다. 어떤 기술과 제품들이 있었는지 저희도 슬쩍 구경해 볼까요?
CES2024 기사와 후기에 가장 많이 언급되고 주목받은 제품은 단연 투명 패널 텔레비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이었는데요.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기술, LG전자는 OLED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각각 선보였습니다.
발광 원리를 가볍게 살펴보면, OLED는 유기 화합물을 사용하여 전기가 가해질 때 빛을 발하고 마이크로 LED는 무기 발광 물질을 사용해 각각의 픽셀이 자체 발광합니다. 둘은 장단점이 뚜렷한데요.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OLED는 화질이 우수하고 비교적 생산 비용이 낮지만 수명이 짧은 편입니다. 마이크로 LED는 더 높은 화질과 내구성, 그리고 밝기를 제공하지만 생산 비용이 높고 기술이 복잡합니다.
삼성전자의 투명 텔레비전입니다. 기술 특성상 색채가 강렬하고, 베젤 없이 원하는 규격대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110인치 모델이 $150,000(한화 약 2억 원)에 달한다고 해요.
LG전자의 투명 텔레비전은 투명하게도, 불투명하게도 TV 시청을 할 수 있으며 투명 패널만을 위한 커스텀 위젯과 OS가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합니다. 마이크로 LED보다 채도나 명도가 낮을 수 있지만,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빠른 상용화가 가능합니다.
LG전자는 이번 투명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로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CES2024 최고혁신상을 수상 한 35개의 제품 중, 3가지만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고 영예를 차지한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보쉬(Bosch)의 총기 감지 시스템
보쉬(Bosch)가 학교를 위한 총기 감지 시스템을 내놓았습니다. 영상과 음향 데이터를 활용한 보안 제품으로, 총기를 들고 있는 사람을 잡아내거나 총성이 울린 위치를 가늠하여 빠르게 위험을 알립니다. 제품의 특성 중 하나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학교에 설치하여도 위험하고 두려운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2. 애퍼런스(Afference)의 웨어러블 촉각 전달 기기, 팬텀(Phantom)
가상의 공간에서 만진 물체의 촉감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버츄얼 세상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강아지의 털을 쓰다듬고, 차갑고 딱딱한 나뭇가지를 집어들 때의 느낌을 모두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면요?
팬텀은 이런 가상의 촉각을 우리가 실제로 느낀다고 여기도록 뇌를 착각하게 만들어 주는 웨어러블 기기입니다. 햅틱(haptics) 기술을 이용한 것인데요. 팬텀을 통해 더욱 온전하고 현실적인 공간 컴퓨팅 경험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헬스, 교육, 게임,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무궁무진한 활용 방안이 무척 기대되는 제품입니다.
3. HL만도의 주차 로봇, 파키(Parkie)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기반 주차 로봇 파키(Parkie)는 ‘24시간 발렛 주차’가 가능한 주차 로봇입니다. 주차장 근처에 주차하면 파키가 차량 바퀴를 들어 올려 알아서 주차를 해주는 방식인데요. 추가 인력이 필요한 발렛 주차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주차 타워 대신, 파키를 이용하면 인력, 시간, 공간을 모두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특히나 주차면을 30%나 증가시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주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무척 갖고 싶은 제품을 발견했습니다!
AI를 접목하여 무려 9,000종의 새와 야생 동물의 이름을 알려주는 스와로브스키옵틱의 스마트 쌍안경 AX Visio입니다.
이 쌍안경은 동물을 발견하고 버튼을 누르면 몇 초 후 이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사진과 영상 촬영도 가능합니다. 친구에게 쌍안경을 넘겨줄 때 내가 본 것을 같이 볼 수 있도록 마킹하는 기능도 있고요. 자연을 사랑하는 조카와 함께 이 쌍안경을 들고 모험을 떠나고 싶어 집니다.
이 외에도 정신 건강을 챙기는 AI 거울, 코골이를 체크하는 AI 베개, 옷감을 감지하는 AI 세탁기 등 AI를 도입한 수많은 제품들이 전시되었습니다. BBC 기자 제임스 클레이튼은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로 많은 기업이 투자자와 주주로부터 AI 도입 압박을 받아 나타난 현상이라 말합니다. 쓸모를 모르겠거나 '뭘 이런데까지 AI를 써?' 싶은 제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이 다른 업계에서, 더군다나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 지금 보고 느끼는 것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습다고 생각한 제품이 당장 1년 후 어떨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