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가 세상에 나오던 날
지난겨울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그저 완성된 하나의 글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듯 투고하는 동안에는 나를 알아봐 주는 출판사가 단 한 곳만 있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고요. 이제 한 권의 책을 완성하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잠깐 글을 써본 주제에 감히 베스트셀러라든가 스테디셀러가 됐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요. 언감생심이지요.
그런데 이제 이걸로 되었습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진심 어린 축하를 받으니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싶습니다. 이제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충분히 행복해졌습니다.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창피함을 이겨내는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못난 글솜씨가 이곳저곳에 까발려져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야 하지요. 창피함을 당당히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합리적인 비판이 들려오면 잘 들을 줄 알아야 하고, 감정만 앞선 날 선 소리가 나를 찾아온다면 적당히 무시해줘야 합니다.
창피함은 끊이지 않습니다. 1차 퇴고를 하며 100페이지 넘는 곳에서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두 번째로 퇴고할 때도 50페이지가 넘어갔습니다. 마지막 퇴고 날까지 발견되는 오탈자와 비문을 보며 스스로가 너무 창피했습니다. 창피함이라는 말로 도저히 표현이 안 되는, 속되게 말해 쪽팔려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책이 세상에 나왔지만 여전합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창피함을 견뎌내야 할까요.
그래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으니 이겨내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그저 창피함을 마음껏 즐겨 보는 것이지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저도 이제,
그 창피함을 한껏 즐기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