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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 Feb 17. 2021

우리가 우리를 해고하지 않도록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관람 후기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인용한 대사는 메모와 기억에 의한 것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자가 일만 잘한다고 되는  아니야~ 아직도 몰라?"
"요즘 세상에 남자 여자가 어디 있어요"

모순인  같은  대사가  영화에 나온다.  대사의 발화자는 모두 남성이다.  영화를 보고도 누군가는 '판타지 영화' 취급을  테고, 누군가는 '페이크 다큐'로 느끼겠지. 나와  주변 사람에게는 지독한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감독 또한 어느 중년 여성이 하청업체로 내몰린 상황에서 버티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사... 우리랑 진짜 상관없는 직책이다"
" 자리 이동했어. 얼마   자리로. 생각보다 집중  되던데?"

지방 하청업체로 파견된, 아니 사실상 해고된 정은을 찾아온 동료와의 대화. 정은은 다른 동료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가 해고 협박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정은의 동료는 정은을 돕다가 정은이 앉았던 (벽을 마주 보고 있는 복도 자판기 ) 자리로 내몰린다. 힘없는 존재들은 손을 붙잡고 강풍을 버텨보지만, 자꾸만 원치 않게 뒤로 밀린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자리에  있고 싶을 뿐인데.




"비효율적인 사람이 있으면 비효율적인 조직이 되는 거죠"

악을 쓰고 버티는 정은에게 평가관이 빈정거리며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열심히 코피 터지게 일하고, 동료를 위해 화낼  아는 사람과 일보다 정치질에 집중하고 깎아내리기에 바쁜 사람. 과연 누가 조직에서  비효율적인지.




"우리는 생명, 우리는 , 안전제일"

송전탑 점검원들은 현장 이동  손을 모으고 구호를 외친다. 구호의 주어는 '' 아니라 '우리'. 영화의  줄기는 정은이 받는 억압과 협박, 그리고 송전탑 점검원들의 어려운 현실이지만, 영화는 내내 그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정은을 돕는 충식(막내), 혜숙, 그리고 충식의 딸을 돕는 정은. 영화의 마지막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정은은 송전탑에 오른다. 전기가 끊긴 섬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충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외줄 타기를 하며 수리를 마친다.



"(전기) 연결해보십시오. 수리 마쳤습니다."

정은의 무전이 끝나고, 섬에는 하나둘 빛이 들어온다. 정은이 연결한 것은 비단 전기만이 아닐 것이다. 마음과 마음을 잇고, 손과 손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고, 너는 너를 해고하지 않고, 그렇게 우리가 우리를 해고하지 않는 . 따스한 연대의 .

결코 유쾌한 영화라고   없지만(연기를 다들 너무 잘하셔서 화가 아주 많이 난다 후후....), 집에 도착할 즈음 마음에서 작은 온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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