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 리뷰
재일한국인 3세 작가 이용덕의 소설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가 배경으로 하는 근미래의 일본은 LGBT나 여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유독 재일'코리안'(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을 모두 포괄하는 표현)만 차별하고 배제하며 공격하는 사회다. '근미래'라고는 하나 "이름이 세 글자여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2019년 만났던 10대 재일한국인 아이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현재라고 여겨도 틀리지 않다. 그리고 혐오를 정치에 적극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현재와도 겹쳐졌다.
재일코리안 대상 혐오 범죄(헤이트 크라임)에 대하여, '이것은 혐오 범죄가 아니라 그저 똑같은 살인 사건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논리. 그리고 개개인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집단 명사로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다소 기분이 언짢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차별을 겪고 있는지 아닌지 불안해하며 끝없이 검열하는 개인적 경험. 이 모든 상황은 어디서 많이 겪어본 구조다.
“일본인에게 있어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수파이기 때문에 무심코 싸잡아 생각하기 쉬운 우리 재일 한국인을, 같은 생활권에서 살아가는 개별 존재로서의 저마다의 모습과 저마다의 사상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도 이 작품을 쓴 동기 중 하나입니다. 어째서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는가, 혹은 어째서 귀화했는가. 한국과 일본, 양국을 대하는 입장 또한 살아가는 인간의 수만큼 다양합니다.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도 있는 반면,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존재도 있습니다. 그러한 당연한 사실을 종이 위에 펼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서론 중에서)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재일코리안'이라는 소수자의 입장을 간접경험하는 한편, 각자가 가진 다수자성과 소수자성을 건져올려 대입해볼 수 있다. 주인공들이 재일코리안 차별 이슈에 관심을 끌기 위해 선택한 방법을 숨죽이고 따라가며, 혐오로 가득찬 사회에서 나는 어떤 선택과 행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으나 아득해졌다. 책을 덮고 거실로 나왔을 때, 뉴스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 어린이의 일반 초등학교 입학을 인근 지역 학부모들이 반대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작중 마야의 말처럼 당사자의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이는 것일 테다. 이 책을 읽는 것 또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작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 작은 경험, 그러나 결코 작지만은 않은 그 경험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점이 되리라 믿는다.” (역자 후기 중에서)
작지만 작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해준 김지영 번역가에게 애정과 존경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애초에 지영이가 번역한 작품이어서, 이 소설과 작가의 존재를 알았다. 번역이라는 다리를 튼튼하고 견고히 놓아준 덕분에, 나를 포함한 더 많은 이가 시작점에 함께 설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 칼날같이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 덕분에, 재일코리안 문제 외에도 생각할 거리가 배수로 늘어났다. 그중 일부나마 짧은 글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