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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티아 Dec 03. 2022

내가 그린 망고 2

고개만 돌린다면,

망고도 나이가 들면서 아주 조금씩 체력이 저하되고 있다. 1분씩 2분씩... 5분씩 산책 시간이 줄어든다. 망고 자의에 의한 것이기도 하고,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만 산책하라는 의사샘의 조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거의 매일 같은 산책로의 같은 구간만 적당히 돌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

망고에게도 나에게도 작은 선물이 필요한 날! 같은 산책로의 같은 구간을 조금 벗어난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향했다.

사람도 없었고, 메타세쿼이아 나뭇잎이 덮인 바닥은 푹신했고, 초겨울의 푸른 소나무 잎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개 같은 기운은 왠지 상서롭게 느껴졌다.

망고는 여기저기 새로운 냄새를 맡느라 바쁘게 돌아다녔고, 난 그 뒤를 따르며 연신 귀여운 망고 사진을 찍어댔고, 또 같이 앉아서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초겨울의 쌀쌀하면서도 어슴푸레한 공기 속에서 나의 산책 동무, 망고와 나는 오늘만큼의 충분한 행복감을 누렸다.

멀지 않은 곳에 기쁨이 있다. 내가 고개 돌려 바라보기만 한다면 찾을 수 있는 작은 선물 상자 하나. 내일은 그 작은 상자를 어디서 찾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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