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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티아 Dec 23. 2022

내가 그린 망고 3

망고가 발견한 행복의 문

느지막이 일어나 망고와 아침 산책을 나섰다.

산책로는 온통 따끈따끈한 하얀 눈으로 소복이 덮여 있었고 조용하고 한적했다.

나오기 싫어 잔뜩 웅크렸던 어깨가 저절로 펴지고 신이 올랐다.

산책로 뒷길로 들어가 망고 목줄을 살며시 풀어 주었다.

망고는 신이 나서? 아니고, 모닝 응가를 위해 서둘러 뛰었다.

난 사진기로 망고 뒷모습과 눈 쌓인 풍경에 감탄하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나뭇가지에 사뿐히 쌓인 눈,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차지만 춥지는 않은 아침공기, 망고가 뛰어가며 찍어놓은 발자국과 내 발자국 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리던 새소리.

모든 게 완벽한 12월의 아침이었다.



펜스가 되어 있는 운동 연습장이 산책로 안에 있다.

빈 운동장에 개 한 마리, 사람 하나가 같이 이리저리 깡총거리며 뛰어다녔다.

비스듬히 열려 있는 문 사이로 내가 먼저 운동장을 빠져나왔다.

연신 킁킁대며 냄새를 맡아대던 망고는 날 뒤따라 나오려다가 철망문이 앞에 가로막힌 걸 알고, 끙끙거렸다.

설마, 닫힌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 랬. 다!!!

망고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날 두고 어딜 가는 거야? 날 데리고 가. 문을 열어 줘. 제발….


전전긍긍하는 망고에게는 미안했지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망고야, 문 열려있어. 앞만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봐.


알아들을 리 만무한 개 한 마리는 철망문 너머로 보이는 엄마만 눈으로 좇으며 왈왈와~~~~ㄹ 짖어댔다.

문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열린 문 틈을 알려 주고자 했다.


아직도 망고는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더니 한 발짝 옆으로 옮겨본다. 그러나 아직도 철망문. 또 한 번 구원의 눈길을 보내며 왈왈 짖는다.


난 더 바짝 다가가, 이 봐 조금만 더 오면 돼. 옆을 보란 말이야..


옆이 어딘가요? 그곳은 어느 먼 나라인가요? 내 눈앞엔 엄마와 나 사이를 가로막은 이 냉정한 철망문 뿐인걸요.


망고의 울부짖음이 절박할수록 난 더 큰 웃음이 났다.

내가 열린 문 사이에서 한 번 더 큰 소리로 말하자, 망고는 그제야 깨닫고 뛰어나왔다.

민망한 듯 그녀는 나를 스쳐 지나가 뛰어갔다. 우리의 상봉을 축하하는 허그도 하지 않은 채….

내 SNS에 이 영상을 올렸다.

인친 중 한 명(@waterdogbanks)이 이런 댓글을 남기고 갔다.

Sometimes what you’re looking for is right under your nose and you don’t even know it!


멀리서 찾지 마세요.

행복은 바로 당신 방 문 앞에 있어요.

우리가 꿈꾸는 무지개 너머에는 또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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