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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Jul 03. 2021

엄마에게 부캐가 필요한 이유

엄마의 생산성을 아이에게서만 찾지 않기로 했다

엄마가 되는 과정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요즘, 아침부터 부모 강연을 들으며 약속 장소로 이동을 했다. '여기도 나올 것이 나왔구나!' 하도 많이 들어서 지겨울 법한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이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래, 1단계 영아기에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지 암..., 그래서 아이 태어나고 3년은 애착육아를 하는 거라는 거..., 그래..., 그놈의 애착육아, 그게 뭔지 참..., ' 강사님도 너무너무 너무 중요해서, 많은 부모님들이 이미 아시겠지만 그래도 꼭~ 알아두셨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설명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발달과업에 대해서만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부분에서 머리를 쾅~!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잠깐,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이론이란

1단계 : 영아기(출생 ~ 12개월) : 신뢰감 vs 불신감 

아이들이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고 느끼도록 해 주기 = 울면 먹을 것을 주고, 기저귀가 축축하면 갈아주기


2단계 : 유아기(어린이집, 1세 ~ 3세) : 자율성 vs 수치심

배변훈련 스스로 먹기 등 혼자 하는 것이 생기는 시기, 배변훈련에서 실수한 아이, 스스로 밥을 먹어보려고 하다가 흘리거나 묻는 행동에 지나치게 엄격한 벌이나 화를 낼 경우 수치심을 키울 수 있음.


3단계 : 학령전기(유치원, 3세 ~ 5세) : 주도성 vs 죄의식

아이가 지적인 호기심이 왕성하여 모든 것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 하는 시기, 너무 과잉보호를 하면서 호기심 많은 아이에게 '안돼!'를 자주 말하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해 보려고 하다가 실수한 아이에게 벌을 내리거나 엄격하게 대할 경우 죄의식을 느낄 수 있음. 엄마가 모든 것을 챙겨주려 하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물건을 챙기거나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기. 등원 전에 양말을 신겨주지 말고  "OO아~ 양말이랑 신발 신자~" 말로 안내하고 행동은 아이가 하게 하기.


4단계 : 학령기(초등학교, 6~12세) : 근면감 vs 열등감

스몰 빅을 경험해야 하는 시기,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매일 저녁 상에 숟가락, 젓가락 놓기와 같은 작은 성공에서 시작하여 학습 측면에서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서 (하루에 문제 3개 풀기와 같은) 자신만의 '성공 경험'이 쌓여 루틴을 만드는 시기, 성공 경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달력에 색칠 또는 동그라미 표시하기, 스티커 붙이기 등


5단계 : 청소년기(중고등학교~ , 12~18세) : 자아정체성 vs 역할 혼돈

사춘기 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 시각, 촉각, 후각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저장하는 후두엽 발달로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 자신을 예쁘게 가꾸고 싶어 하는 시기. 어른들이 보기에는 공부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지만 발달학상으로 머리에 롤을 말고, 화장을 하고, 짧은 치마를 입는 등 외모에 신경 쓰는 게 당연한 시기


6단계 : 성인초기(19~25세) : 친밀감 vs 고립감

이성을 사귀고 사회적으로 직업을 가지는 시기. N포 세대의 등장으로 이 시기의 과업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음. 


7단계 : 성인중기(25~54세) : 생산성 vs 침체성
8단계 : (54세 이상) : 통정성 vs 절망감


매번 1~4,5단계에 관심이 많았다. '맞아, 이 시기에는 아이에게 이런 걸 해 줘야지' 하면서 엄마가 해야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 내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부분은 바로, 7단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였다. 어떤 사람은 성인 중기를 40대부터 보는 사람도 있는데 나이에 관계없이 발달과업 상으로 본다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그 어느 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기, 그러니까 성인 중기에 해당하는 내가 이루어야 하는 발달과업이 바로 생산성이라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노력하고 애쓴 것들이 어떤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시기라는 뜻이다. 보통 부모가 이런 시기에 아이들은 학령기 이거나 청소년기일 가능성이 높다. 


즉, 아이가 내 마음대로 잘 안 되는 시기에 아이가 전부인 부모는 발달과업상 그 아이를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아이가 성장해야, 나의 '생산성'이라는 과업을 잘 이루게 되고 그래야 존재감을 지키며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가 부모 마음대로 크지 않으니 엄마는 존재감이 위태로워지고 발달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상태로 노년기를 맞이하면, 내 삶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고 느끼게 된다.


에릭슨의 사회심리학적 발달이론을 보면서 내가 그토록 '엄마'외에도 다른 부캐를 키우고 싶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엄마의 역할에만 온 힘을 다 쏟던 그때, '나'의 쓸모를 '아이들이 바르게 크는 것'에서만 찾던 날들은 아이의 잘못된 작은 행동 하나에도 예민하게 굴었다. 아이가 제대로 커야, 훌륭하게 자라야 내가 그만큼 쓸모 있고 가치로운 '엄마'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들을 키우는 게 버거웠고 엄마의 역할이 힘들다고만 느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 '엄마'가 아닌 새로운 부캐가 생기면서 아이들을 키울 만 해 졌다. SNS 채널에서 키운 '빛나는나현쌤'이라는 캐릭터가 나의 존재감을 채워주었고 나의 가치를 '엄마'의 역할에서만 찾지 않게 되면서 오히려 배운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바꾸어 실천할 줄 아는 소신이 있는 엄마, 기다릴 줄 아는 엄마가 되었다. 


'작가'라는 부캐가 생기고 나서는 나를 힘들게 한다고만 생각했던 일들이 모두 글감이 되었고 '나'도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면서 아이들의 실수에도 조금 더 너그러워졌다. 그렇게 다양한 부캐들이 적극적으로 일상을 실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부캐가 없던 시절에는 단 하나의 '가치'로 나를 고정시켰다. 고정된 틀 안에서의 나는 융통성이 없었고, 그 틀 안에서 조금이라도 엇나가거나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세상을 다 잃은 듯 속상해하는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나'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캐(페르소나)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발달과업을 이루어가며 자존감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N잡러도 직장에서 생산성이라는 과업을 이루지 못할 경우 부캐를 통해 생산성의 과업을 키우면서 본업을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서로 상호 보완하면서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 것이라 꿈꾸면서 말이다. 



오늘 글 발행이 늦었습니다. 또르륵,

다음 주 토요일에는 꼬옥, 브런치 먹기 좋은 시간에 글 발행할게요! 헤헤^// ^

서툴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일상의 순간을 기록합니다.

'선생님도 엄마는 처음입니다' 다음 주 토요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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