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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May 30. 2024

나를 계속 쓰게 만드는 사람들

빛쓰다 10기를 마치며


12주간 매주 세편의 글을 쓰는 글쓰기 챌린지 모임, '빛쓰다'가 열 번째 기수를 마쳤다. 원래 주 3회 글쓰기를 마치지 못한 주간의 보증금은 만원씩 삭감을 하고 1/n 해서 나눠드리는데 마지막 12주 차 보증금은 모두 4만 원씩 돌려드렸다. 보증금의 목적은 '글을 쓰기 위한 도구'인데 이미 12주간의 인증 기간을 마쳤으니 그냥 돌려드린 것이다.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쓰니 카톡방에 '어떻게 하셨든 무조건 오케이!'라는 무한 응원 문자가 올라왔다. 답장을 보고 '이토록 누군가를 조건 없이 지지하고 응원해 준다는 것이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했다.





12주간 매주 세편의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고통과 어려움을 사서 하겠다고 모여든 사람들이 매주 마감기한을 어떻게든 지켜내려고 글을 쓴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다른 글벗은 또 얼마나 고민이 많을까 하는 마음에 애정 어린 댓글을 남기게 된다.



요즘은 '느슨한 연대'가 대세이다. 하지만 글쓰기 모임인 빛쓰다를 10기 동안 쭉 운영해 오면서 내가 만들고 싶었던 커뮤니티는 '질척 질척하고 끈끈한'관계였다. 어떻게 글을 쓰면서 '느슨해'질 수 있단 말인가. 글을 쓰는 그 과정 자체가 진흙탕인 삶에서 제대로 뒹굴어 보겠다는 것인데, 서로의 그런 모습을 공유하면서는 절대 느슨해질 수가 없다. 12주간 나의 스토리를 기록한 글을 나누고 댓글을 써 주고 서로를 응원해주다 보면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에 나오는 내용처럼, 내가 선택한 또 다른 가족이 만들어진다.







글벗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품 안에서, 허허벌판인 온라인 세상에 글을 한편씩 차곡차곡 쌓아간다.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 걱정하는 대신에, 나의 글벗이 내 글을 읽고 나를 응원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자꾸만 글을 쓰게 만든다. 12주간 세 편의 글을 매주 쓰기 위해서는 '지적'이 아닌 '응원'이 필요한 이유다.


일기장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는 일은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 같은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마음과, '오! 글이 참 좋아요!'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잘 쓰려고 노력한다. 거지같이 쓴 글 속에서도 반짝이는 보석을 찾아 마음을 읽어주는 글벗의 응원은, 그 노력이 헛되지 않다고 이야기해 준다. 이렇게 밖에 못 쓰는 나를 질책하기보다 내일은 조금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만든다.






내가 꾸준히 글을 써 나가기 위해서는 이런 글벗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서로를 응원해 주고, 응원을 받아 스스로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10번의 모임동안 모든 글벗이 나에게는 그런 존재였다. 나를 계속 쓰게 만드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세상에 내놓아 본다.






(((빛쓰다)))

'빛쓰다'다는 '빛나는 스토리 스펙이 되다'의 줄임말입니다.

나의 일상 속 스토리가 쌓여 스펙이 된다는 믿음으로

글벗들과 함께 글을 쓰는 모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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