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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Jun 20. 2024

시작하지 않은 일에서 행복을 느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빛쓰다 릴레이 글감 #4 :: 힐러진 작가님

시작하지 않은 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 일이 실현되었을 때 느껴질 성취감이나 행복감 때문이 아닐까? 

어떤 일을 실제로 시작했을 때 보다 시작하기 전에 더 설레고 두근거림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시작하고 조금 지나면 첫사랑의 두근거림은 어디 가고 지지부진한 평범함만이 남았다. 두근거림이 멈춘 심장을 부여잡고 '이게 아니었나 봐'를 외치며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났다.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새로운 일들을 찾아. 그러다 보니 금방 사랑에 빠지는 탓에 모든 취미들이 얕고 넓었다.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좋아해서 그림이며, 코바늘이며, 십자수며, 베이킹이며 온갖 것을 해보며 평생 나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정착한 것이 글쓰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글쓰기는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남아있는 일기 중에 가장 오래전에 쓴 일기가 중학생 때 일기이니 적어도 10년은 넘게 기록자의 생활을 이어왔다. 혼자서 하던 기록에 변화가 생긴 것은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쓴 글을 수없이 읽으며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 (자연스럽게 라는 말 밖에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구성하고 글을 쓰고 수정하는 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는 요즘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SNS에 쓴 글은 공언의 효과가 있다. 삶의 순환 속에서 비슷한 어려움이나 문제를 마주했을 때 '독자'를 위해 썼던 글이 '나'를 위한 글이 되었다.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고, 기록이 내 삶의 기준이 되었다.


글쓰기는 처음 시작할 때 뜨거운 마음이 금방 식지 않았다. 쓰면 쓸수록 더 잘해보고 싶은 욕망이 끓어올랐다. 그러다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번 즈음 품을만한 소망인, '책 쓰기'가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출간을 위한 글을 쓰는 과정은 시작하지 않은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과, 막상 그 일이 시작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에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머릿속에 반짝하고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어떻게는 잡아내어 글로 풀어보려고 하면 처음 두근거렸던 마음은 어디 가고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입으로는 단 것만 잔뜩 욱여넣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꼭 내가 아닌 듯이 글을 쓰기도 했다. 분명 내가 쓴 것은 맞는데, 일장춘몽처럼 잠결에 글을 쓰고 깨어난 듯한 느낌. 그 몰입감은 자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 그 순간을 만나고 싶어 글이 될 가능성들을 끊임없이 탐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탐색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한글 100쪽이 넘는 초고가 눈앞에 완성되어 있었다.


완성된 초고를 다듬어 투고를 하는 일은 또 다른 설렘을 선물한다. 어떤 출판사와 연결될지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것은, 소개팅에 나가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일까 기다리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 두근거림이 좋았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가능성들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들과,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순간들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일은 진행되게 되어있고 생각처럼 달콤하지만은 않은 현실을 마주했을 때, 기대하고 고대했던 것만큼의 크기로 실망감을 안았다. 그 실망감을 잘 다루는 능력도 글쓰기 덕분에 얻게 되었다.


시작하지 않은 일에서 행복을 더 크게 느꼈다. 글이 완성되었을 때 보다 글감을 발견했을 때, 출간계약을 했을 때 보다 투고를 할 때 그리고 정말 내 이름이 적힌 책이 출간되었을 때 보다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을 때 훨씬 더 큰 행복을 느꼈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살아내며 어떤 글감을 만날까 두근거리며 하루를 살아낸다


아직 쓰지 않은 글들, 앞으로 내가 써 나갈 글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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