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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khokwon Feb 26. 2020

고양이 통증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주로 영양에 관한 글을 포스팅 해왔다. 내가 영양에 대한 공부를 하는 궁국적인 목표는 결국 잘먹고 잘싸면서 잘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아프지 않고, 혹시 아프더라도 고통을 최소화 하면서 삶의 질을 높혀주는 것이 두번째 목표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임상을 조금 해보고 나니 미국과의 차이점이라고 하기에는 한국이 좀 부족한, 내가 느끼는 아쉬운 몇가지 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면서 나름의 해결책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첫번째 글은 고양이 통증에 대한 간단한 글을 2편 정도 올리기전에 왜 이 글을 작성했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통증은 생명체에게 굉장히 많은 영역에서 영향을 미친다. 통증이 있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병이 생기고, 수술 뒤에도 상처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아쉬웠던 점들 중에 하나는 고양이 통증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만성질환으로, 암으로, 상처가 나서 혹은 크고 작은 수술 뒤에 고양이들이 분명히 통증을 느낄텐데 줄 수 있는 약이 없었다. 작은 병원, 큰 병원, 대학병원, 고양이 전문병원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고양이에게 사용할 수 있는 진통제는 마약성 진통제인데 대부분의 (사실상 모든) 동물병원에서는 마약성 진통제롤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그럼 뼈가 부러져서 온 고양이들한테는 도대체 무슨 약을 쓰고 있는 거지? 동물에서 진통 효과가 거의 없다고 밝혀진 Tramadol? 고양이에게 사용하지 않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NASAIDs)? 아니면 스테로이드? mu-opioid가 아닌 ka-opioid 부토파놀 (Butorphanol)? TLK라고 몇가지 향정신성약물을 섞어서 진통제 용도로 사용하는 곳이 많을텐데 이 칵테일은 기본적으로 진통제가 아닐뿐더러 내장의 연부조직 수술 (Visceral pain)에 위주로 어느정도의 진통 효과를 보이는 약이다. 




미국에서 임상을 하면 매일 Buprenorphine이나 Methadone, Fentanyl, Remifentanyl, Morhpine 같은 약물을 고양이에게 처방했다. 아마 한국 수의사들이 이 약 이름을 보아도 펜타닐을 제외하면 무슨 약인지 모를 공산이 크다. 한국에서는 없는 약이기 때문에 한글로 적으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 마취를 들어가기전에 부드럽게 유도를 함과 동시에 수술후에 통증을 최소화시켜주기 위해서 전마취제로 사용되는 hydromorphone 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령환자나 다양한 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마취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왜 이런 임상환경을 가지게 되었을까? 곰곰히 이유를 생각해보았는데 3가지 정도가 떠올랐다. 





첫째, 마약성 약에 대한 장부관리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게 되면 얼마만큼을 구매했고 얼마를 사용헀는지 장부관리를 꼼꼼하게 해야한다. 한국의 경우, 얼핏 들은바로는 검사 기간이 상당히 촘촘했던 거 같은데 만약 공공기관 검사에서 마약성 진통제의 구매량/사용량/남아있는 양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동물병원은 행정처분으로 영업정지 (1~3개월)를 당한다. 이 정도 행정처분을 받으면 그동안 돈도 못 벌고, 손님들도 병원이 닫은줄 알고 발길을 끊거나, 의료사고로 인한 문제로 착각해 동물병원에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에 동물병원의 존망자체에 위협을 받게 될 수 있다. 영업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문제인 셈이다. 하지만 약을 꼼꼼하게 작성하면 행정처분을 받을일이 없는 것이 아닌가? 장부 문제로 인한 행정처분은 미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수의사들이 약물을 사용하고 나서 장부에 바로 기입하는 문화가 정착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매번 약 처방을 내리고 바로바로 장부를 기입하는 문화가 습관화되어 있다. 습관뿐만이 아니라 한국과의 차이점은 수의사뿐만이 아니라 자격있는 수의간호사도 이런 사용기록을 의료기록에 작성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의사가 다음 진료나 수술로 바빠도, 수의간호사에게 마약성 진통제 장부기입을 부탁 해놓으면 수의테크니션이 기록을 해놓고 하루를 마감할 때 약 사용량을 정확히 기록 및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을 마치고 10~20분 정도 장부를 한번 더 점검하는 것이 하루 일과이다. 하지만 한국 수의업계를 보면 수의테크니션의 업무범위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혈관카테터, 피하수액이나 주사와 같은 침습행위도 할 수 없고 수술과 관련된 마취에도 전혀 개입할 수 없다. 의료적인 업무를 대신 똥 치우고, 귀 닦고, 항문낭 짜고, 동물 보정만 하는 일을 하다보니 의료적인 처치에서 멀어지고 처치와 연관되어 있는 행정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진다. 결국은 대부분의 의료 및 행정업무가 수의사에게 부과된다. 의료 외적인 업무가 많아지면 당연히 비가시적인 부분부터 잘라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안 쓰는데 굳이 내가?라는 생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두번재는 수의사들이 동물 통증과 마약선 진통제의 효과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경우이다. 바쁜병원은 장부기입을 누락할 수 있다. 그래서 애초에 리스크를 안으려고 하지 않지만 바쁘지 않은 병원은 왜 그럴까. 한국의 수의학 교육 혹은 졸업 후 동물병원에서 임상을 떠올려보았다. 6~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동물들이 겪고 있는 통증에 대한 정도와 이해, 그리고 어떤 진통제를 제대로 주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배운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못나서 제대로 못 배운걸 수도 있지만 콜로라도 스케일이나 비쥬얼 스케일을 하는 수의사들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임상환경에 놓인 수의사들일지라도 마약성 진통제를 써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써본적이 없으니 어떻게 알겠는가?? 


현재 트렌드를 보면 동물병원도 소비자 (반려인)들이 보기에 티가 나는 것들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동물병원은 대형화되고 있으며, 테크닉적으로 어려운 수술과 비싼 진단장비 위주로 초점을 맞추는 임상 문화가 지배적이다. 이제는 동네에 조금 큰 동물병원만 가도 CT/MRI가 있다. 종종 제대로 판독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그렇다 보니 동물들의 통증관리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임상적인 모습에 반영이 되지 않고 보호자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작 고양이 반려인들이 고통으로 인한 고양이의 행동변화를 잡아내고 수의사에게 이야기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람의 경우는 본인이 아프면 의료진에게 말을 할 수 있다. 통증 반응에 맞춰 의료진은 적절하게 진통제를 사용하다. (당연히 사람 병원에서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통증이 심한 동물들은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끙끙 앓는다. 중요한 기본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세번째는 약을 구할 수가 없어서이다. 수의사가 약을 구하고 싶어도 이런 약을 파는 곳들이 있어야 하는데 마약성 진통제를 구하려고 해도 살 수가 없다. 관심있는 몇명이 사용하고자 해도 큰 돈과 노력을 들여서 마약성 진통제 제품을 생산하는 제약업체나 외국에서 수입을 해오는 중간 유통업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사용할 수 있는 진통제들이 수입 혹은 생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세번째 명제는 진통제 뿐만이 아니고 다른 많은 약들도 비슷한 경우를 겪고 있다. 수액 같은 경우만 봐도 미국에서 동네 동물병원은 일반적으로 우리 체액 성분과 가장 비슷한 성분인 Plasma lyte나 Normosol같은 수액을 사용하고 있다. 수액도 조만간 주제로 한번 다뤄봐야겠다.





개들의 통증관리도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고양이보다는 쪼오오금 더 양호하다. 왜냐하면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NSAIDs)를 더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부토파놀 (Butorphanol)의 감수성이 조금 더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사고, 골절 수술, 교상이나 말기암 혹은 큰 통증으로 인한 고통에는 여전히 무용지물이다. 


고양이는 개와는 또 다르다. 좀 더 독립적인 개체이고 아픔을 소리보다는 몸짓 언어로 표현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고양이의 노령질환이나 만성질환으로 일한 통증을 관리하게 되면 천연 보충제 및 영양제들을 사용해서 관리해주는 방향으로 임상 방향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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