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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착한 레몬 Jan 26. 2022

박준 시인의 <계절 산문>

계절은 그렇게 흘러가고

시인의 산문을 읽었다. 평소에도 단정하다 느꼈던 시와 같이 산문도 단정했다.


시는 없었으나, 시인의 생각과 그 생각의 자리가 있었고, 그들을 따라 걸으며 계절을 보내고 나면 얼마 되지 않은 날들이 꼭 일 년을 꽉 채워 산 것만 같아서, 게으르지 않게 산 것 만 같아서 몹시 뿌듯했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개의 페이지를 접어 두었는데,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든 구절은 이것이다.


‘따뜻한 물에 몸을 반쯤 담그고 천천히 숨을 쉬어보았던 시간 같은 것으로 이 겨울날이 기억되기를 희망합니다.’


 장의 제목은 ‘이었는데,  책이  나에게 오고 가는 계절의 사이사이 그리고 하루 안에 잠시 쉬어가는 ‘같은 것이어서,  속의 계절이 흐르는 동안 나의 자리도 다듬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허정 허정 걷다가 살금살금 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앉힌 어깨와 뉘인 머리를 떠올렸다.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이번 겨울과 그 겨울의 입김 사이로 작게 느꼈던 따스함의 기운들, 그 기운들을 얻고 나서 책의 마지막 장을 조심스럽게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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