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4 - 격리 기간 중 독서
<크래프톤 웨이>를 읽었다. 사실 성공담을 늘어놓는 식의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이유를 당사자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그 과정이 어쨌든 간에 결국 성공했으니 다 옳았다는 식으로 미화되어버리기 일쑤여 서다. 그래서 많은 업계인들이 몰입하며 읽었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선뜻 이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지인의 강력한 추천과, 혹시 언젠가 어떤 인연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떤 회사인지 궁금해져서였다. 마치 해피 엔딩을 알고 있는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여러 고난이 있겠지만 결국 잘 되는 이야기가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80여 페이지를 남기기까지도 줄곧 고생하고, 실패하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 당혹스러웠다.
3일 동안 정신없이 책을 읽은 뒤의 심정은 뭐랄까... 에필로그의 글처럼 먹먹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단순한 성공 신화도, 자랑도 아니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이야기는 마지막에 잠시 등장하는 정도이다. 물론 그곳에서 일했고, 일하고 있는 많은 지인들 개개인의 경험과 책의 내용 사이에는 어느 정도 괴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치열했던 기록을 거의 날 것 그대로 공개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비전에 충실하려는 진정성은 느껴졌다.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사람들은 종종 게임을 만드는 일은 사람이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어쩌면 나 역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라>가 출시됐을 때, 또 그저 그런 한국식 MMORPG려니 하고 해보지 않았다.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히트를 칠 때도,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과정으로 그 게임을 만들었는지보다는, 그 게임이 세우는 판매 신기록 숫자에나 관심이 갔다.
책을 읽고, 내가 쉽게 생각하고 흘려보냈던 게임들에도 인생을 바쳐 헌신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처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게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더불어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게임을 만들려면 저 정도의 열정과 비전이 있어야 하는구나도 싶었다.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자극도 되고, 누군가가 치열하게 만든 게임들에 좀 더 경의를 표하며 플레이해야겠구나 싶다.